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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옥의 나이스한 세상] AI 시대의 일자리 방정식 풀기
[박해옥의 나이스한 세상] AI 시대의 일자리 방정식 풀기
  • 박해옥
  • 승인 2021.04.0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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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에 LG유플러스 1호 무인매장 ‘U+언택트 스토어’가 들어섰다. 이 곳에서는 스마트폰 유심 개통과 기기 변경, 신규 가입, 번호이동 등을 고객이 혼자서 처리할 수 있다. 고객은 셀프 개통존에서 기기 종류, 단말기 할부기간, 요금제, 요금할인 방식, 부가서비스 혜택 등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 일련의 과정을 거친 뒤엔 새로 산 스마트폰과 유심카드를 받는다. 하루 24시간 운영되는 ‘U+언택트 스토어’는 올해 안에 부산과 대전·대구·광주 등에서도 개설된다.

#사례 2.

2034년이면 미국에서 은행 점포가 모두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 폭스뉴스는 이 같은 전망이 담긴 ‘은행의 죽음’이란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소개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곳은 각종 금융서비스를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독일의 N26과 바로뱅크였다.

인공지능이 장착된 서비스 로봇들. [사진 = 연합뉴스]
인공지능(AI)이 장착된 서비스 로봇들. [사진 = 연합뉴스]

인공지능(AI)이 진화를 거듭한 덕분에 무인 시스템이 각 분야에서 앞다퉈 도입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전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편의점 알바 체험을 하면서 자신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시절 스마트 상점과 무인 스토어를 보급하는데 앞장섰다고 자랑했다. 박 후보는 무인 스토어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오히려 무인화가 점주와 알바생 모두에게 유익하다고 역설했다. 야간 무인 시스템을 활용하면 점주는 매출이 늘어 좋고, 알바생은 늘어난 매출로 더 많은 임금 혜택을 누릴 수 있으니 윈윈이 아니겠느냐는 취지였다. 그는 야간 알바생들이 올빼미 생활에서 벗어나면 덜 피곤하니까 더 친절해질 수 있다는 의견까지 덧붙였다.

하지만 이 말은 곧 거센 역풍을 맞았다. “알바를 없애자는 거냐?”,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라는 등의 비난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알바 자리 품귀로 속앓이를 하는 청년층의 반발이 드세게 표출됐던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도 뜻하지 않은 반응에 크게 당황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 해프닝은 AI와 일자리의 상관관계를 둘러싼 오랜 논쟁을 압축해준 상징적 단면이었다. 박 장관의 논리를 옹호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AI를 일자리 탈취의 주적으로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대개의 근로자들은 후자 쪽 입장을 지지하는 편이다.

미래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갈려 있다.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란 주장이 있는 반면 그 반대 의견도 있다. 일부 긍정론자들은 AI 보급을 인류의 축복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편다. AI가 고대의 노예 같은 역할을 해줌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인류를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줄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이 그런 주장의 배경을 이룬다.

긍정론자들은 AI가 일반화된 미래엔 인간은 자유를 만끽하면서 여가 및 취미 활동에 더 몰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유로운 혼에 활력과 깊이가 더해져 예술이 크게 부흥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런 주장과 전망까지 접하게 되면 미래시대의 인간은 누구나 고대 로마 시대의 귀족처럼 살 것 같은 생각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AI와 일자리의 상관관계는 여전히 논쟁적 의제로 남아있다. 미래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수용한다 할지라도 논쟁의 여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노동이 생업 수단을 넘어 자아 실현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노동은 인간에게 지속적으로 활력과 보람을 안겨주는 거의 유일한 도구라 할 수 있다. 일자리는 인간에게 소속감을 부여함으로써 소외감을 덜어주는 기능까지 해낸다.

[사진 = U플러스 제공]
'U+언택트 스토어' 모습. [사진 = LG유플러스 제공/연합뉴스]

일자리 소멸이 가져다줄 보다 현실적인 문제는 생계 불안이다. 그 불안감은 공포를 동반할 만큼 치열한 감정이다. AI 단계까지는 아니었지만 기술 혁신은 늘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해왔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기술 혁신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 사이엔 으레 시간적 간극이 존재했다. 가장 큰 문제는 기술 혁신 초기 단계에서 맨 먼저 혜택을 입는 이들이 당대의 엘리트 계층이라는 점이다. 반대로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는 이들은 고용취약 계층이다.

기술 혁신의 효과를 말할 때 흔히 거론되는 것 중 하나가 가전제품의 발명과 보급이다. 사회학자들은 세탁기와 진공청소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의 보급이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재촉했다고 분석한다. 사실 이런 현상은 동서를 가리지 않고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이 때 나타난 또 하나의 흥미로운 현상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의 여성들이 비교적 빨리 사회 활동을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부유한 가정은 더욱 부유해졌고, 이는 빈부 격차 심화로 이어졌다. 가전제품 보급 초기의 비싼 판매가격이 그 같은 현상을 초래했다. 국내에서 가전제품이 등장하기 이전에 가사노동에서 먼저 해방된 대갓집 ‘신여성’들이 주로 사회활동에 나섰던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회 문화에 미치는 영향으로 치자면 AI라고 해서 가전제품과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AI가 안겨줄 편익을 누리는 데도 반드시 사람 간 시차가 있으리라 짐작된다. 이는 우리가 미래의 AI 시대를 준비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시해야 할 시사점이다.

사회가 급변할 때 어떤 이들이 큰 타격을 입는지는 코로나19가 미리 보여주었다. 더구나 AI는 지능까지 갖춘 까닭에 자신을 이롭게 쓰지 못하는 누군가에겐 액물(厄物)이 될 수도 있다. 활용 기회를 누리지 못하거나 운용 능력이 없는 이들에겐 치명적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방법은 하나, 미리미리 대응책을 마련해가는 것뿐이다.

대응책 마련의 주된 몫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와 정부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 요체는 산업구조 개편과 교육시스템 조정에 의한 AI 운용 능력의 함양이라 할 수 있다. 기회 균등의 문제도 함께 고려돼야 할 요소다. 이를 통해 AI가 특정 소수의 전유물이 되거나 다수의 인간을 지배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궁극적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 목표는 정부가 먼저 스마트해져야만 달성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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