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천옥현 기자] 발효유 불가리스 제품의 코로나19 억제 효과 발표로 논란을 일으킨 남양유업이 역풍을 맞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불매 운동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지난 13일 남양유업은 불가리스 제품에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일로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는 ‘불가리스 대란’이 일어났다. 발표 다음날 남양유업 주가는 전 거래일에 비해 한때 28.6%나 치솟았다.

문제는 해당 연구가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고 세포 실험 단계에서 끝났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항바이러스 연구는 세포실험을 시작으로 동물실험과 임상실험을 거쳐야 안정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미지 = 남양유업 판독기 사이트 캡처]
[이미지 = 남양유업 판독기 사이트 캡처]

불가리스 논란에 가장 먼저 식약처가 칼을 빼 들었다. 남양유업이 해당 연구에 연구비를 지원한 점, 심포지엄 장소의 임차료를 대납한 점 등을 토대로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8조 위반으로 남양유업을 고발 조치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에는 행정조치를 요구했다. 이로써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번엔 소비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맘카페를 중심으로 남양유업 불매운동이 재점화된 것이다. 현재 온라인상에서는 남양유업 제품 리스트를 공유하며 해당 제품들을 불매하겠다는 글이 쉽게 목격된다. 주로 코로나19 불안 심리를 이용한 남양유업의 마케팅 수법이 괘씸하다는 의견이다. 남양유업을 둘러싼 끊이지 않는 잡음에 “또 남양이냐”는 피로감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은 2013년 남양유업 본사 직원의 폭언과 제품 강매 등의 ‘대리점 갑질’로 불매운동을 벌인 바 있다.

갑질 논란 이후에도 남양유업은 이런저런 잡음을 유발했다. 결혼하거나 출산한 여직원을 계약직으로 돌려 성차별 논란을 일으켰는가 하면, 홍보대행사를 통해 경쟁사 제품을 비방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남양과 직접 관련은 없다지만 창업주 외손녀인 황하나씨의 마약 관련 구설도 소비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불매운동이 재점화하면서 과거 불매운동 당시 생겨난 남양유업 판독기 사이트도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남양유업 판독기 사이트는 소비자가 구매하려는 제품의 바코드 번호를 입력하면 남양 제품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 판독기는 과거 남양이 불매운동을 극복할 요량으로 자사 제품 여부를 인지하기 어렵게 하는 꼼수를 쓰자 그에 맞서기 위해 만들어졌다. ‘착한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의 집요한 반발의 산물이었다.

남양유업 주가는 ‘갑질 논란’ 이후 8년여간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시가 총액은 4600억원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태로 남양유업은 또 한 번 홍역을 치르게 됐다.

남양의 ‘불가리스 마케팅’ 역풍은 감성 마케팅 시대에 소비자의 감성을 거스르는 행위가 어떤 대가를 치르게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생산자보다 소비자, 이성보다 감성이 중시되는 현대 소비시장에서 이번 사태가 주는 교훈을 경쟁업체들도 함께 공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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