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5월 상순(1~10일) 수출 규모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81.2% 증가했다. 조업일수를 반영한 일평균 수출액은 64.7% 늘어났다. 증가율로만 보면 경이적 수준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이런 실적을 두고도 업계와 국내 언론 등은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왜일까? 해답은 절대액 수준에 있다. 증가율은 높지만 수출액 규모 자체는 그리 만족스러운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11일 관세청은 이달 1~10일 수출액(통관기준 잠정치)이 124억77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수출액보다 55억9000만 달러 증가한 수치다. 이달 상순 중 조업일수는 5.5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5일 많았다. 조업일수를 감안한 이달 상순 일평균 수출액은 22억7000만 달러였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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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업일수를 고려하지 않은 채 수출액만 놓고 볼 때 가장 선전한 품목은 승용차로 증가율이 358.4%에 이르렀다. 그 다음으로는 자동차 부품(316.6%), 석유제품(128.2%), 무선통신기기(97.2%), 정밀기기(64.1%), 반도체(51.9%) 등이 호조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 증가율은 미국(139.2%), 유럽연합(EU, 123.2%), 베트남(87.2%), 일본(51.1%), 중국(45.5%), 중동(5.9%)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이달 상순의 수입액은 146억41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액보다 21억6300만 달러 더 많은 수치다. 해당 기간 중 이만큼의 무역수지 적자가 초래됐다는 의미다. 전년 동기 대비 수입 증가폭은 49억8000만 달러(증가율 51.5%)였다.

수입액 증가율이 가장 큰 품목 또한 승용차인 것으로 드러났다. 승용차 수입은 1년 전보다 202% 늘었다. 그 다음으로는 원유(202.0%), 석유제품(184.7%), 반도체(24.1%) 등 품목이 수입액 증가율 순위 상위권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중 석탄과 무선통신기기의 수입은 각각 19.3%, 3.2% 감소했다.

국가별 수입액 증가율은 중동(142.0%), 미국(116.0%), 일본(51.3%), 중국(23.7%), 호주(18.8%), EU(10.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날 관세청 발표 내용은 외견상 꽤나 화려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기저효과를 빼고 나면 영 실속 없는 쭉정이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비교 시점인 지난해 5월 상순의 수출 실적이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워낙 안 좋게 나타났던 덕분에 이달 1~10일의 수출 증가율이 커졌다는 뜻이다. 지난해 5월 상순 중 수출은 올해의 절반에 근접한 68억8600만 달러에 그쳤었다. 같은 기간 수입은 올해보다 50억 달러가량 적은 96억6300만 달러로 기록됐었다.

절대액으로 치면 올해 5월 상순의 수출 실적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에도 못 미친다. 이는 증가율이 가파르게 나타났지만 알맹이가 없다고 볼 수 있는 결정적 원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사진 =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사진 = 연합뉴스]

5월 상순 기준 수출액은 코로나19 팬데믹 직전만 해도 130억 달러를 웃돌았다. 2018년과 2019년 5월 1~10일의 수출액은 각각 139억3000만 달러와 130억3300만 달러로 집계돼 있다. 하지만 그 다음해인 2010년이 되자 5월 상순 수출은 코로나19 대유행 와중에 70억 달러 아래로 주저앉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해 5월 10일까지의 연간 누계 수출액이 2018년과 2019년 실적을 다소 앞섰다는 점이다. 올해 5월 상순까지의 연간 누계 수출액은 2101억4700만 달러다. 2018~2020년 5월 10일까지의 연간 누계 수출액은 차례로 2088억3500만 달러, 1945억3600만 달러, 1733억3900만 달러 등이었다.

5월 10일까지의 연간 누계 무역수지는 2018년에 185억14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그 이후엔 차례로 110억3900만 달러, 42억4300만 달러, 86억2100만 달러의 흑자 실적을 올렸다. 이들 기록은 올해 1월 1일~5월 10일 기간 중의 무역수지 연간 누계치 역시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못 미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발표된 5월 상순 수출 실적을 거론하며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홍 부총리는 관세청 발표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수출 증가) 모멘텀이 5월에도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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