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조근우 기자] 9일 오후 발생한 광주시 재개발 구역의 철거 건물 붕괴 사고(사진)로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고 현장의 시공사는 HDC그룹(회장 정몽규) 계열사인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인 것으로 밝혀졌다.

현산 권순호 대표는 10일 현장을 찾아가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사고 관련 주요 쟁점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를 두고 무책임한 태도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현산 측의 사고 후 대응을 보면 시공사로서의 기본책무를 처음부터 저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심지어 건설 현장을 아예 방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사고 하루 뒤 현장을 찾은 권순호 대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사고가 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과 유가족, 부상 치료를 받는 분들께 말할 수 없이 죄송하다”고 말했다. 사과 표현만 놓고 보면 최대한 성의를 다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권 대표는 사고 현장에서 어떤 작업이 벌어지고 있었는지를 묻자 명확하게 답변하지 않았다. 철거 작업자들이 이상 징후를 발견한 이후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과정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다고 했다.

현장 소장은 붕괴 현장 근처에서 작업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면서도 작업자들이 대피한 시각은 몰랐다고 말했다. 심지어 사고가 발생한 시각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철거공사 감리자가 현장에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파악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사고 관련 쟁점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자 일각에서는 재건축 철거 작업이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권순호 대표는 “제가 알기론 (재하도급은) 없다”고 답했다. “없다”고는 했지만 이 대답마저 불분명한 것이었다. ‘자신이 알기로는’이란 전제를 깔고 한 대답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사고 피해자들은 대부분 철거 건물 앞을 지나던 버스의 탑승객들이었다. 버스가 무너진 건물더미에 깔려 처참하게 찌그러지면서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는 참변을 당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건물은 애당초 무너지는 방향이 앞쪽으로 쏠릴 위험이 높았다. 또 전조현상(특이 소음 발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만 통제했다. 평소 차량이 많이 오가는 3차선 도로는 통행 제한을 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정황들을 감안할 때 이번 사고는 예고된 인재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재가 맞다면 그 원인은 당연히 시공사의 책임 방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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