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5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두고 여당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와 협의를 거쳐 지급방안을 정했으나 형평성 등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 외로 요란하게 벌어지자 원점 재검토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여당의 당초 원안이었던 전국민 지급(일괄지원)안이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의미다.

가장 뜨거운 쟁점은 33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의 일부인 상생국민지원금을 어떻게 배분할지와 관련된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추경예산 중 15조7000억원을 코로나19 피해 지원에 쓴다는데 뜻을 같이했다. 이중 3조9000억원은 소상공인 피해지원 용도로, 1조1000억원은 ‘신용카드 캐시백’으로 대변되는 상생소비지원 용도로 쓰기로 했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10조4000억원이 현재 논란을 낳고 있는 상생국민지원금 용도로 배정돼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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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여당은 일찍이 상생국민지원금을 소득 하위 80%에게 1인당 25만원씩 나눠준다는데 합의했다. 1차 재난지원 때와 달리 가구가 아니라 개인을 기준으로 일정 금액을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100만원을 받았던 4인 초과 가구는 이번엔 구성원 수에 따라 그 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원안대로 갈 경우 6인 가구는 150만원을 받는다. 집행 방식도 미성년자를 제외하고는 개개인에게 각자 지급되는 쪽으로 결정됐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을 축으로 구성된 정부 태스크포스(TF)는 소득 80% 대 20%를 가를 기준선 설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TF는 일단 그 기준선이 될 소득수준을 중위소득(순서대로 소득액을 나열했을 때 정중앙에 위치한 소득액)의 180%선으로 보고 있다. 그 이하 소득가구의 비율이 대락 하위 80%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이 확정된다면 4인 가족 기준 부부합산 월소득 878만원이 재난지원금 혜택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된다. 기타 가구의 규모별 기준선(월 소득)은 1인 가구 329만원, 2인 가구 556만원, 3인 가구 717만원, 5인 가구 1036만원, 6인 가구 1193만원 수준이 된다.

중위소득 180% 이내에 들더라도 직장근로자의 경우 재산세 과표가 9억원을 넘는 사람의 가구원들은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재산세 과표 9억원은 건강보험(건보) 피부양자 자격기준이다. 이는 주택 공시가격 15억원, 시세로는 21억원 정도에 해당한다.

직장가입자만 특정해 이 기준을 적용하려 하는 건 건강보험료를 소득 기준 결정의 주요 자료로 활용하는데 기인한다. 건보 지역가입자들은 직장가입자와 달리 이미 주택 가격 등을 토대로 건보료를 내고 있다. 따라서 지역가입자에겐 굳이 주택 가격 등을 따로 따져볼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 이상인 사람을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연리 1.5% 예금을 기준으로 할 경우 13억4000만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지닌 사람이 제외 대상으로 분류될 수 있다.

문제는 소득 하위 80% 지급안이 과연 합당한가 하는 점이다. 80% 지급안이 공개되자 기준선을 정하는 것도 어렵고, 두부모 자르듯 기준을 정하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목소리가 쏟아져나왔다. 가장 뜨거운 쟁점은 다 같이 방역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금의 80% 이상을 감당하는 상위 20%를 제외하는 게 상식적이냐 하는 것이었다. 하위 81%에 해당하는 사람이 불과 몇 만원 소득 차이로 지원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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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맞벌이 부부의 경우 소득이 조금 많아도 지출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 100인 이상 직장인과 그 이하 직장인의 소득 기준이 각각 최근치와 전년치로 다르다는 점. 건보 지역가입자의 경우 2019년을 주된 소득 기준점으로 삼는다는 점 등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자산 소득이 전혀 없고, 부모에게 물려받을 집도 없어서 서울에서의 집장만 꿈을 접다시피한 대기업 청년층 1인 가구주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이들을 배제한 채 시가 20억원 정도 주택을 지녔지만 소득이 기준선에 다소 못 미친다는 이유로 재난지원금을 주는 것이 형평성에 맞느냐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물려받을 재산도 집도 없이 원룸에서 월세살이를 하는 대기업 사원이라면 1인 가구 기준(월 소득 329만)을 충족하지 못해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지금 정부에서 논의되는 내용대로 지급 기준이 정해진다면 그렇다는 얘기다.

정부 여당이 재난지원금을 도구 삼아 국민을 80%대 20%로 편가르기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말이 재난지원금이지 재난 피해와 무관한 이들에게까지 재정을 쏟아붓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여기에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넘보는 상황에서 재정을 함부로 낭비한다는 비난까지 가세하면서 정부 여당의 추경 편성 자체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줄기차게 이어진다. ‘선거용 돈뿌리기’란 당초의 비판을 무릅쓴 결정이 자칫 역풍을 부를지 모를 만큼 여론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여당은 정부 내 TF와 별개로 이 문제를 다시 들여다보기로 했다. 우선 7일 의총을 열고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한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기자들에게 “의총에서 다양한 의겨을 수렴하겠다”고 밝힌 뒤 “정부는 80%안을 올렸지만 예산안이 정부원안대로 가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필요시 얼마든지 지급 대상을 바꿀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지급 대상이 전국민으로 바뀔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해석될 수도 있는 발언이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의 발언도 그런 정황을 뒷받침해주었다. 송 대표는 최근의 언론 인터뷰에서 추경안이 국회 논의 절차를 거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의원들은 전국민 지원금에 더 많은 의견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분위기를 종합해볼 때 민주당이 7일 열릴 의총에서 코로나19 피해지원에 대한 논의를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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