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천옥현 기자] 오리온이 과잣값 인상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근래 들어 해태제과·오뚜기·롯데제과 등이 차례로 과자제품 가격을 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이제나 저제나 하고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무슨 꿍꿍이인지 궁금증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과자를 좋아하는 소비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궁금증에 대해 19일 만난 오리온 관계자에게 물어보았다. 돌아온 답은 “현재 과자제품 가격 인상에 대한 계획은 전혀 없다”였다. 이 관계자는 “허인철 부회장이 2014년 오리온 경영을 맡은 후 착한포장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며 “과자 가격을 동결하는 것도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 말투나 맥락으로 보아 인상 시점을 저울질하는 게 아니라 현재로서는 계획 자체가 없다는 뜻이었다.

[사진 = 오리온 제공]
[사진 = 오리온 제공]

그가 말한 착한포장 프로젝트는 포장재 개선과 원가 절감 등으로 비용을 줄여 과자 가격은 유지하고 과자량은 늘리는 방식으로 소비자와 이익을 공유하겠다는 오리온 특유의 윤리경영 프로젝트다. 허 부회장은 “제과업의 본질은 맛있는 것을 싸게 많이 판매하는 것”이라며 프로젝트에 대한 생각을 밝혔었다. 실제로 오리온은 ‘초코파이’ 등 대표제품의 가격을 수년째 유지하고 ‘포카칩’, ‘오뜨’ 등 다양한 제품을 증량했다.

오리온의 이같은 행보는 경쟁업체들이 과자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는 와중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끈다.

예를 들어 해태제과는 지난 1일부터 홈런볼, 맛동산, 버터링 등 주요 5개 과자 가격을 평균 10.8% 인상했다. 홈런볼과 버터링의 경우 권장소비자 가격이 1500원에서 1700원으로 13.3% 올랐다. 에이스는 1500원에서 1700원으로 13.3%, 맛동산은 3000원에서 3200원으로 6.7%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오뚜기도 때맞춰 뿌셔뿌셔 가격을 평균 8%가량 인상했다. 뿌셔뿌셔 불고기맛의 편의점 판매 가격은 900원에서 1000원으로 11.1% 올랐다.

롯데제과는 9월 1일자로 일부 제품의 가격 인상 및 중량 축소를 시행한다. 인상되는 제품은 총 11종이며, 인상 폭은 중량당 가격 기준으로 평균 12.2%이다. 구체적으로 카스타드 6개들이의 권장소비자가는 3000원에서 3500원으로 인상되고, 대용량 카스타드의 경우 가격은 유지하되 개수가 12개에서 10개로 줄어든다. 롯데샌드, 빠다코코낫, 제크, 야채크래커, 하비스트는 200원, 와플메이트, 애플잼쿠키, 딸기쿠키는 400원 인상된다.

제과업계의 대대적인 과자 가격 인상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서 비롯됐다. 재료값 상승은 유지, 설탕, 밀가루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 여기에 인건비 상승이 더해지면서 기업들의 비용부담도 늘어났다. 나름대로 가격 인상의 명분과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오리온 측도 인상 요인이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 앞서 언급한 회사 관계자도 “원자재 가격 인상은 계산하기 어려운 외부 요인이고, 인건비 상승도 기업에 압박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오리온은 윤리경영을 바탕으로 고객뿐 아니라 협력회사, 직원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기여하자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비용 효율화를 통해 원가 부담을 감수하며 버틸 때까지 버틸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티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길이 없다. 오리온의 지금 행동은 차별화를 통해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일시적 제스처일 수도 있다는 게 기자의 솔직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 할지라도 오리온의 버티기는 그 자체로 값진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버티기의 진정성과 오리온에 대한 소비자 신뢰는 더욱 도타워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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