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중개수수료 체계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했다. 이름하여 ‘부동산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개선방안’이 20일 확정 발표된 것이다. 골자(매매)는 △지금처럼 요율 상한을 설정하되 △6억원 미만 거래시 현행 요율을 유지하면서 △6억~9억 미만 구간의 요율상한은 기존 0.5%에서 0.4%로 인하하고 △9억 이상은 0.9%로 정해져 있던 기존의 요율상한을 세분화해 9억~12억 미만엔 0.5%, 12억~15억 미만엔 0.6%, 15억 이상엔 0.7%의 요율상한을 적용한다는 것 등이었다. 개선안대로 하면 9억원짜리 아파트 매매에 대한 최대 중개수수료는 810만원(0.9%)에서 450만원(0.5%)으로 낮아진다.

새로운 제도는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에 명기됨에 따라 전국에 걸쳐 효력을 발하게 된다. 첫 시행 시점은 오는 10월이다. 시행규칙이 새로 마련되면 지방자치단체들은 그 범위 안에서 조례를 제정해 운용해야 한다. 이로써 국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히 관계된 해묵은 과제 하나가 부분적으로나마 해결됐다고 볼 수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기존 부동산 중개수수료 체계는 국민들로부터 큰 불만을 야기해왔다. 요는 서비스 내용에 비해 중개수수료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이었다. 불만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집값이 폭등하면서 더욱 커졌다. 부동산 중개수수료가 매매가격과 연동돼 있다는 점이 그 배경을 이뤘다. 그러다 보니 특정한 경우 중개업자는 아파트 거래 한 건을 성사시키면 대기업 사원의 연봉 이상을 단번에 거머쥐는 일까지 벌어지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거래 당사자들의 불만이 늘어나는 건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문제는 중개수수료 부담이 크다는 데만 있는 게 아니었다. 중개수수료 부담이 워낙 커지다 보니 이사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지금 당장 시가 10억원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이 이사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사람이 이사를 하려면 파는 집에 대해 중개수수료를 최대 900만원까지 내야 한다. 그뿐인가. 같은 가격대의 집을 새로 장만해 이사를 하는 경우라면 그 집에 대해서도 최대 900만원의 수수료를 따로 지불해야 한다.

최악의 상황이긴 하겠지만 중개업자가 일반과세자라면 부가가치세 10%를 별도로 요구받을 수도 있다. 어림잡아 중개수수료만 2000만원 정도를 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취득세·등록세를 따지기 이전에 당사자로서는 복비 부담만으로도 동일한 가격대 주택으로 수평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는 매물 부족을 낳고 결국 부동산거래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문제로 연결된다. 그렇잖아도 우리 사회에서는 수년래 급증한 거래세로 인해 집 내놓기를 꺼려하는 분위가 형성돼 있던 터였다. 이래저래 시장에 매물이 마르다보니 집값이 더욱 올라가는 악순환 구조가 만들어져 있는 셈이다. 기존 중개수수료 체계가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주장이 나오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전문가들의 분석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부동산 중개수수료 체계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 내용들은 그간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절절한 내용의 글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처럼 일반 국민들의 불만이 큰데다, 시장을 왜곡시키는 지경에까지 이른 중개수수료 체계를 정부가 이참에 손 본 것은 나름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게 다수 국민들의 일반적인 생각일 것이다.

아직도 가장 많이 거론되는 문제 중 하나가 중개수수료와 매매가격의 과도한 연동성이다. 지금 같은 중개서비스 수준이라면 복비를 집값과 연동시킬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게 다수 국민들의 인식이다. 이는 법인 자격으로 각종 법률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미국 등과 달리 국내 중개업자들의 업무가 단순히 집을 중개하는 수준에 주로 머물러 있는 현실에서 비롯됐다.

정부도 세간의 인식을 고려해 중개사고에 대한 중개업자의 대응력 제고, 중개사-소비자 간 분쟁 해소 등을 위한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지만 실효성을 두고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비싼 중개수수료를 내면서도 거래에 따르는 리스크는 거의 전적으로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현실이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는 뜻이다.

부동산 중개 서비스와 수수료 체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과 제도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는 한 제도 개선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돼야 한다. 그중 정부와 중개업자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다수 소비자들의 합리적 질문에 답을 내놓는 일일 것이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비싼 집을 매매할 때 더 비싼 중개수수료를 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따져 묻고 있다. 하지만 중개업자들도 정부도 이에 대해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정부의 개선안 발표가 공개된 지금도 그 답을 기다리고 있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