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가 이미 900조원을 넘어섰다. 7월 기준 국가채무가 그렇다는 얘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오랜 동안 마지노선으로 여겨왔던 40%선을 훌쩍 넘어 50%를 향해 가고 있다. 이 비율은 올해 안에 47%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연말이 되면 국가채무 규모는 960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연말이면 적자성 채무도 덩달아 늘어 600조원을 상회하게 된다. 이는 기획재정부의 재정운용 계획에 나타나 있는 예상치다. 적자성 채무는 별다른 대응 자산이 없어 우리 국민, 그것도 지금의 청년 세대 또는 영·유아들이 꼼짝 없이 혈세로 갚아야 할 나랏빚을 의미한다.

9일 기재부가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및 이슈’에 따르면 7월 현재 국가채무는 914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국가채무가 처음으로 900조를 넘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가채무의 대부분은 국채 발행에 의한 것이었다. 차입금 등을 제외하고 국채가 차지한 액수는 911조1000억원이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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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들어 매년 슈퍼 또는 초슈퍼 예산을 편성하면서 지출을 늘리느라 국채를 다량 발행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국채 증가는 해마다 수입과 지출의 격차가 크게 나타나는 바람에 적자국채 발행이 늘어난데 주로 기인한다고 보아야 한다. 적자국채는 내년에도 70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전년보다 크게 증가한 600조원 이상으로 짜여진 데 따른 것이다.

국가채무 증가의 근본 원인은 정부의 헤픈 씀씀이다. 총수입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총지출이 너무나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게 주 원인이라는 뜻이다. 이는 7월 재정동향을 통해서도 입증된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세수입은 223조7000억원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전년 대비 증가폭이 55조1000억원이나 된다. 진도율(연간 목표 대비 수입 비율)이 전년 동기에 비해 높고 작년의 세정지원에서 비롯된 기저효과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세입은 양호한 편이라 할 수 있다.

올해 7월까지의 진도율은 71.2%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2%포인트 높다. 또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세금 납부 기한을 올해로 연기해줌으로써 발생한 기저효과도 11조9000억원에 달했다. 기저효과를 제외한 1~7월의 전년 동기 대비 국세 증가폭은 43조2000억원 수준이다.

국세 수입을 늘리는데 크게 기여한 것은 법인세(41조7000억원)와 부가가치세(57조3000억원) 등이었다. 1년 전에 비해 법인세는 10조9000억원, 부가가치세는 9조원 더 걷혔다. 여기에 더해 자산시장이 거품 논란이 일 정도로 호조를 보인 덕에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 수입까지 크게 늘었다. 양도세와 증권거래세의 세수는 전년보다 각각 9조1000억원, 2조2000억원 증가했다.

감염병 사태 속에서도 기업들이 선전해 실적을 늘렸고,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자산 규모가 커진 것이 세수 호조의 배경을 이룬 것으로 볼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것과 증세에 주로 의존한 비정상적 부동산정책도 세수 증가에 일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 누적될 초과세수가 30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 들어 세수 호조세가 약화될 것이란 점을 감안해 추정한 결과다.

문제가 되는 건 초과세수를 나랏빚 갚는데 쓰기보다 확장적 재정 운용을 위해 쏟아부으려 하는 정부의 자세다. 초과세수 발생시 그 돈을 국가채무 상환에 우선적으로 써야 한다는 것은 국가재정법에도 명시돼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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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예상되는 초과세수를 기반 삼아 내년 예산을 전년도의 슈퍼급 예산보다도 8.3%나 늘리기로 했다. 국가채무 상환은 시늉뿐이어서 임기 마지막 해까지 실컷 쓰고 나가겠다는 심보를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더 기가 막히는 건 긴축은 내후년부터 하라는 정부 당국자의 발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최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질의답변 과정에서 “(현 정부에서는) 확장 재정으로 가지만 내년 이후엔 정상화 수순을 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는 마음껏 돈을 쓸테니 긴축은 차기 정권부터 시작하라는 말을 노골적으로 한 셈이다. 무책임할 뿐 아니라 정치 도의적으로도 지탄받아 마땅한 후안무치한 일이다.

정부의 후안무치는 당국자의 어이없는 자화자찬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안도걸 기재부 2차관은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분의 1 미만으로 축소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재정 선순환 구조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적자가 해마다 누적돼 국가채무 1000조원 시대를 눈앞에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적자 규모가 1년 전보다 줄어든 것만 앞세워 자랑을 늘어놓은 것이다.

이러니 세수초과 상황에서도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곳간은 나날이 비어가고 있는 것 아닌가. 재정건전성 유지는 기축통화국도 아닌데다 이렇다 할 자원도 없는 우리에겐 국가 신용도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요소다. 감염병 변수가 언제 사라질지 알 수 없고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 등도 나라 곳간을 든든히 채워두어야 하는 이유들이다.

장차 돈 쓸 일이 산적한 상황에서 지금 당장의 정권 이익을 위해 나랏돈을 마구 쓰는 것은 국가에 대한 범죄 행위나 다름없다. 정부가 스스로 절제하지 못한다면 국회, 특히 야당이라도 나서서 반드시 제동을 걸어야 한다. 야당도 훗날의 역사적 평가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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