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임시방편을 제시해 시행중이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13일부터 2주간을 특별방역 기간으로 설정한 뒤 ▲이 기간 중엔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요양시설에서의 면회를 허용하고 ▲접종 완료자 4인을 포함할 경우 8인까지 가정 내 가족모임을 허용한다는 것 등이 골자다.

이는 강력한 거리두기를 장기간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염병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현실과 전통 명절이 갖는 의미를 두루 고려한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이 안을 내놓기까지 정부 당국도 한시적 규제 완화의 적절한 수준을 놓고 고심을 거듭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이런 식의 단기 대책이 기약 없이 이어지는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시기적 특성을 감안해 지난 3일 예외적으로 4주짜리 방역대책을 발표하긴 했지만 방역 당국은 그동안 2주씩 기간을 쪼갠 뒤 거리두기 단계를 확정해 발표하는 일을 거듭해왔다. 그런 까닭에 일반 국민들로서는 이번의 2주 기한 추석특별방역 대책에서도 특별한 해방감을 느끼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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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느 나라 국민들보다 정부 방침을 잘 따르는 우리 국민들이지만 인내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인내의 고통에 더해 특히 짜증스럽고 답답한 점은 언제까지 당국의 거리두기 방침을 준수해야 할지 가늠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당국도 ‘2주 더, 2주 더’ 하는 식의 규제를 더 이상 이어가는 게 쉽지 않으리라 여기는 듯 보인다. 이런 방식이 국민들의 피로감과 반발심을 유발하고 결국 규제의 효력마저 상실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의 거리두기 이행 방식을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다. 식당·카페 등에서의 저녁 시간 2인 초과 집합 금지나 조건부 4인 이내 집합 허용, 예식장과 장례식장 인원 제한, 체육시설 내에서의 샤워 금지 등 획일적 방식이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기준의 적용방식이 비과학적이라는 얘기다.

비과학의 사례로 ‘만원 지하철은 되고 택시 4인 승차는 안 되고’, ‘학교는 안 되고 학원은 10시까지 되고’ 등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식당에 2명씩 10팀이 들어가는 것과 10명씩 2개 팀이 들어가는 것에 무슨 차이가 있는가’라는 반문도 제기됐다. 이는 민간 전문가들이 최근 질병관리청 간부들과 가진 자문회의에서 쏟아져 나온 발언들이다. 모두 일리 있는 지적들이다.

마침 방역 당국도 새로 적용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한다. ‘위드(With) 코로나’ 시대에 맞춰 그 개념을 정립하고, 우리 현실에 맞는 방역체계를 새로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다.

‘위드 코로나’에 대한 개념 정립은 방역 방식을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당국이 사전에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개념이 정립된 뒤에라야 어떤 곳에서, 어떤 사람들을 대상으로, 어떤 방식을 적용해 방역대책을 이행해갈지가 결정될 수 있을 것이다.

개념 정립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과 감염자의 치명률 추이 등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변수들을 토대로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기본대책을 설정함으로써 국민들의 불만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일부 전문가 지적대로 같은 업종이라 할지라도 환기 시설이나 방역지침 준수 정도 등에 따라 적용방식을 달리하는 것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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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장 출신인 전병율 차의과대학교 교수의 지적대로 3밀(밀접·밀집·밀폐) 환경만 집중관리하면서 개인들에게 실내 마스크 착용과 개인위생수칙을 철저히 이행하도록 하는 정도로 방역대책을 단순화시키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그 연장선에서 민간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접종 완료자에게 차별적 혜택을 더 많이 주는 것 또한 세부이행 방안으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제도를 고려할 분위기도 어느 정도 무르익어가고 있다. 17일 0시 현재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1차 80%, 최종 48.7%(이상 인구 18세 이상 기준)에 달했다.

남은 것은 정부의 결단이다. 특정한 그룹이 운명적으로 장기간 희생을 강요받는 방식은 이제 지양돼야 마땅하다. 중요한 것은 정책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 관점에서 대책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보다 과감하고 예측 가능한 정부 당국의 새로운 대책이 조속히 마련되길 기대한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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