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원/달러 환율이 일주일째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환율 상승세는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황상 달러화 강세를 자극하는 분위기가 당분간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184.40원)보다 높은 상태에서 등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연고점을 경신한 1188.0원에서 출발하며 강세 흐름을 예고했다. 이는 지난해 9월 9일(종가 1189.1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달러화 강세 흐름은 주로 대외적 요인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큰 틀에서 보자면 그 원인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증대라 할 수 있다. 불확실성을 키우는 구체적 요인은 미국 정치권의 불협화음에 의한 연방정부 셧다운 가능성 고조, 중국 헝다그룹 위기설 등으로 요약된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연내 테이퍼링 실행 및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의 시장금리가 상승행진을 이어가자 환율의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지금 미국에서는 예산안과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적용 유예 문제를 놓고 여야 간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를 정치권이 이른 시일 안에 조정해주지 않으면 정부가 돈을 조달하지 못해 다음 달 중순쯤 셧다운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문제가 제때에 해결되지 않으면 미국 경제가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헝다그룹 위기설로 뒤숭숭한 가운데 불거진 미국 내 정치 갈등은 글로벌 경제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을 한층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악재가 아니더라도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 연준의 긴축 예고로 인해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었다.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는 곧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선호도 상승, 즉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런 흐름을 보여준 또 하나의 현상이 최근의 국채금리 상승이다. 이런 흐름 역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증대의 방증이라 할 수 있다. 최근 1.3% 내외에 머물러 있던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28일(현지시간) 장중 1.56%까지 올라갔다. 30년물 국채금리 역시 2.10%대까지 올라가며 시장 불안을 대변해줬다.

미국보다는 덜 하지만 시장금리 상승세는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9일 오전 10시 현재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2%포인트 이상 오른 1.630%를 기록했다.

특히 우리의 추석 연휴 이후 뚜렷해진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은 연준의 테이퍼링 움직임과 연결돼 있다. 연준이 국채 등의 자산을 매입하는 규모를 다달이 줄여가면 시중에 국채 물량이 많아지고, 그 결과 채권 값이 하락(채권 금리 인상)할 것이란 우려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의미다.

[사진 = 연합뉴스TV 캡처/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TV 캡처/연합뉴스]

실제로 최근 들어 연준 관계자들은 긴축정책으로의 선회를 시사하는 발언을 자주 쏟아내고 있다. 일례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당분간 높은 인플레이션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고, 시장은 이를 긴축 필요성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시장의 불안감은 단지 긴축 자체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긴축정책으로의 전환 수순은 테이퍼링 실시와 그 이후 적절한 시점에서의 기준금리 인상이라 할 수 있다. 결말은 기준금리의 연이은 인상이 될 것이란 얘기다. 그 시점이 내년으로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문제는 기준금리를 수개월 뒤에 끌어올려도 좋을 만큼 미국경제가 안정궤도에 올라섰느냐 하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 시각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이런 우려 또한 미국 및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의 원/달러 환율 상승세는 이처럼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금의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긴축발작의 시작이라는 분석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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