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름세가 심상찮게 이어지고 있다. 하반기엔 안정될 것이란 정부 예측이 빗나간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중반을 유지해온 게 벌써 6개월째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5% 상승했다. 이 자체도 문제이지만 더 심각한 건 상승 흐름이 여기서 멎을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상승 정도가 지금보다 더 가팔라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지구촌이란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지금의 물가 상승세는 전세계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근본 원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적 고물가 현상이 내년 중반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거론했다. 올 가을에 정점을 이룬다는 것을 전제한 전망이지만 국내 물가흐름을 보면 지금이 정점 언저리인지에 대해 회의가 든다.

더구나 우리 통계 당국이 발표하는 물가 상승률은 체감도와는 거리가 멀다. 지금의 국내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2.5% 정도만 상승했다는데 동의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체감되는 물가 상승률은 거의 두 자릿수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생활 전반에 걸쳐 모든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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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통계상 체감물가인 생활물가는 3.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는 국민들의 인식과 괴리가 있다. 밥상물가를 좌우하는 계란(43.4%)이나 상추(35.3%), 마늘, 돼지고기(이상 16.4%) 등의 가격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고, 주요 대체 식품인 라면(9.8%)과 빵(5.9%) 가격도 가파르게 올랐다. 이뿐인가. 일상과 밀접한 휘발유(21%)와 경유(23.8%) 가격의 상승률도 만만치 않았다. 이러니 ‘올라도 너무 오른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라는 한탄이 나오는 것 아닌가 싶다.

더구나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고는 물가 자체에서만 비롯되는 게 아니다. 명목상 수입은 다소 늘었다지만 주머니 사정은 전보다 더욱 팍팍해진 점이 그 원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주거비와 대출 이자 부담의 증가다.

주거비 증가는 웬만한 중산층 시민들의 살림살이까지 궁핍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주거비는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서민과 중산층의 생활고를 가중시키는 핵심적 요인이 되어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과 전월세 가격이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이 배경이다. 이 바람에 유주택자들은 소비자물가지수에는 반영되지 않는 폭탄 수준의 보유세를 감내해야 하고, 무주택자들은 집주인이 세금을 납부하느라 올린 임대료를 감당하느라 등골이 휠 지경에 이르렀다.

현재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엔 집값은 아예 반영되지 않고 있다. 자가주거비포함지수가 보조지표로 발표되고 있지만 그마저 자가와 비슷한 주택의 임차료를 기준 삼아 만들어져 있어서 보유세 부담은 반영하지 않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되는 전·월세 가격의 상승률 집계치도 현실감과 거리가 멀다. 일례로 9월 물가동향 자료에 나타난 전세와 월세 상승률은 각각 2.4%, 0.9%였다. 집세 전체의 상승률은 1.7%로 집계됐다. 논란을 빚고 있는 정부의 주택가격 통계 못지않게 집세 관련 통계도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집장만 과정에서 으레 동원되기 마련인 담보대출의 이자 부담도 생활고를 가중시키는 주 요인 중 하나다. 저금리 시대가 서서히 종식되고 있어서 그 부담은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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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는 소수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지갑을 열기가 어려워진다. 내수의 중요한 축인 소비가 줄면 아무리 수출이 잘 돼도 경제 회복은 더뎌지기 마련이다. 난국 돌파를 위해서는 일자리를 늘리고 세 부담을 줄여 구매력을 키워야 하지만 이는 장기정책에 의존해야 하는 것들이다.

당장은 물가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게 최선이다. 물가가 심상찮은 흐름을 보이자 정부도 뒤늦게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월보다 더 커질 것으로 본다면서 적극 대응할 방침을 밝혔다.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한 말이다. 세부 방안의 하나로 계란 도매시장 구성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 같은 각론보다는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행정부 전체가 나서서 농축수산물 전반에 대한 수급 관리, 상품·서비스 가격의 편승·담합 인상 억제, 공공요금 인상 시기 조절 등의 종합대책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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