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수도권에서 공급된 주택 물량이 역대 정부에 비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주택 종류를 아파트로 한정할 경우엔 수도권 공급물량이 오히려 직전 3개 정부 당시보다 많았다.

이 같은 사실은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연도별 주택공급 물량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4년(2017~2020년) 동안 수도권에서 공급된 연평균 주택 물량은 인허가 28만2000가구, 착공 27만3000가구, 준공 28만1000가구였다.

이는 노무현·이명박 정부 때보다 많고, 박근혜 정부와 비슷한 수준이다. 노무현 정부가 공급한 물량은 인허가 23만5000가구, 착공 18만1000가구, 준공 16만6000가구였고 이명박 정부 당시 공급량은 인허가 24만9000가구, 착공 15만5000가구, 준공 19만1000가구였다. 노무현·이명박 정부의 각 공급량은 문재인 정부의 그것보다 인허가와 착공, 준공 모두에서 더 적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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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박근혜 정부 때와 비교했을 때는 문 정부의 공급량이 인허가와 착공 기준으로는 적었고, 준공 물량은 더 많았다.

주택 종류를 아파트로 국한하면, 문재인 정부의 수도권 공급량은 직전 3개 정부 모두를 뛰어넘었다. 문 정부에서의 수도권 연평균 아파트 공급량은 인허가 20만4000가구, 착공 20만 가구, 준공 20만1000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노무현 정부(인허가 20만4000가구, 착공 16만 가구, 준공 14만6000가구), 이명박 정부(인허가 17만7000가구, 착공 8만9000가구, 준공 13만4000가구), 박근혜 정부(인허가 18만9000가구, 착공 17만7000가구, 준공 11만1000가구) 때를 모두 능가하는 수치다.

여당 의원이 이 자료를 공개한 데는 나름의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재인 정부가 공급보다 수요 억제에 치중해왔다는 야당 등의 비판을 잠재우려는 게 그 의도가 아니었나 싶다.

이 자료를 보면서 우리는 자연스레 한 가지 의문에 봉착하게 된다. 그렇다면 왜 유독 문재인 정부에서 그토록 요란하게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의 주택 가격이 폭등했는가 하는 게 의문의 요지다. 그 답은 숱한 정책 비판 과정을 통해 이미 제시돼 있다. 그런 까닭에 시장 참여자 대부분이 알고 있다.

첫 번째 답은 매물 부족이다. 부동산 시장가격을 결정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매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 기간 내내 주택 매물, 그 중에서도 쓸 만한 매물은 씨가 말라버렸다. 이에 대해서는 굳이 자료를 들이밀 필요조차 없다. 쓸 만한 매물이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에 민영개발에 의해 지어진 양질의 아파트를 지칭한다. 그에 대한 수요는 단순히 공급 물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매물 부족의 배경엔 정책 오류가 자리하고 있다. 보유세와 함께 양도세 등 거래세를 무지막지하게 올려놓은 게 구체적 원인이다. 그 결과 1주택자들조차 기존 집을 팔고 새 집으로 이사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세금을 부담하고 나면 기존보다 열악한 집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주택자들 사이에서는 폭탄 수준의 양도세를 무느니 증여하는 길을 택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매물 부족 현상은 수도권 아파트와 서울 아파트일수록 더 심했다. 서울에서도 강남 아파트의 매물 부족이 특히 심각했다. 그러다 보니 강남 아파트, 서울 아파트, 수도권 아파트, 기타 지역 아파트의 가격이 차례로 뛰고, 종국엔 빌라와 단독주택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연못 한가운데에 돌을 던지면 파장이 점점 작아지긴 하지만 결국은 호숫가에까지 다다르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전세난도 집값을 끌어올린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전세 매물을 찾느라,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느라 생고생을 하다 보니 어떻게 해서든 집을 장만하려는 이들이 늘었고, 이는 매매 수요 증대로 이어졌다. 전세난 역시 정책 오류의 산물이었다. 여권이 부동산3법 등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게 화근이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세 번 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심리다. 앞의 이유 등으로 집값이 장기간 상승행진을 이어가자 하루라도 빨리 집을 장만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무주택자들의 마음을 지배했다. ‘영끌’로 집을 장만하려는 움직임이 그런 현상을 대변해준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정부에 대한 불신이다. 경제 사령탑을 비롯해 정책 당국자들이 아무리 시장 안정 가능성을 주장해도 시장 참여자들은 그 말을 믿지 않는 분위기가 정착됐다. 불신은 정부 스스로 자초했다고 보아야 한다.

일례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시장이 곧 안정될 것이란 주장을 기회 있을 때마다 했지만 그 말은 내심과 달랐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내년에 수도권 집값이 5.1% 상승한다는 것을 전제로 2022년 세입예산을 편성한 데서 입증됐다. 기재부는 홍 부총리가 직접 통할하는 부처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정책 효과를 떨어뜨리는 결정적 요인이다. 정확한 원인 진단과 처방전 제시도 좋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시장참여자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다. 신뢰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먹혀들 리 없기 때문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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