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조근우 기자] “삼척블루파워는 법적 근거에 따라 건설되고 있다.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이 1조7000억원이고, 중지하면 3조3000억원 손실이 난다. 공기도 51% 진척됐고, 연말이면 70%로 올라간다.”

지난 20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학동 포스코 사장의 발언이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동 기간을) 30년으로 생각하면 2054년까지다. 그런데 어제 발표된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에 석탄발전은 제로(0)다. 이렇게 하면 손해가 클 텐데 손절매 하는 게 낫지 않냐"는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다.

포스코는 이날 탄소중립을 놓고 뭇매를 맞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포스코와 수장인 최정우 회장의 딜레마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산업재해, 최정우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미공개 자사주 매입 의혹까지 더해지니, 시대적 요구인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 경영 그리고 지배구조 개선 등 ESG경영(Environment ·Social·Governance)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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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vironment : 포스코 환경문제로 사면초가에 빠지다

기후와 환경문제는 인류의 존망(存亡)을 위해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UN 산하기관인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1.5℃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지구온난화 수준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약 1.1℃ 높아진 상태로 1.5℃ 상승하는 시기가 2052년에서 2040년으로 줄어들었다. 1.5℃ 상승은 이미 확정된 일이라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평균 기온이 2℃ 이상 상승할 경우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티핑 포인트는 돌이킬 수 없는 순간으로 이 시기가 지나면 회복 불가능한 위험에 빠지게 되는 것을 말한다. 티핑 포인트에 도달할 경우 지구 기온 시스템에 이상이 오고 지구 스스로 온도를 높이는 활동(Positive feed back)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될 경우 지구 환경이 완전히 바뀌어 결국 대멸종의 시나리오로 가게 된다.

[이미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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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핑 포인트에 도달하지 않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넷제로(배출하는 탄소량과 제거하는 탄소량을 더했을 때 순배출량이 0이 되는 것)를 반드시 달성해야 하고,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절반 이하로 줄여야 한다. 탄소배출량 비율을 보면 석탄발전에서 20~30%, 운송과 자동차에서 20%, 철강 등 산업부분에서 25% 정도 된다.

심각한 기후위기가 턱밑까지 들이닥친 상황에서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가 지난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1·2위를 기록했다. 심지어 전국적으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포스코 광양·포항제철소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큰 차이가 없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2019년 1조원에 달하는 환경설비투자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굴뚝자동측정기를 통해 드러난 대기오염물질 저감 실적은 미미한 수준으로 밝혀졌다.

포스코 측은 제철소 대기오염 물질 문제에 대해 나이스경제와 통화에서 “질소산화물(NOx), 먼지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저감 중심의 환경개선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지난해까지 약 1조 2300억원 완료하여 대기오염물질 연간 1만1000톤을 저감했다”고 밝혔다. 이어 “1조원을 추가로 투자해 24년에 추가 약 6000톤 대기오염물질이 저감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그래픽 = 조근우 기자]
[그래픽 = 조근우 기자]

하지만 포스코 환경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포스코는 현재 삼척에 석탄발전소 ‘삼척블루파워’를 건설 중이다. 포스코 측에 따르면 삼척블루파워 10월 첫째주 종합공정률은 54.11%다.

현재 삼척블루파워 최대 주주는 KDB인프라자산운용이 운영하는 KIAMCO 사모특별투자신탁 3호(54.33%)와 포스코(포스코에너지 29%+포스코건설 5%)가 최대주주다. 사모특별투자신탁은 여러 기관 기금이 모여 있는 펀드로 사실상 포스코가 최대 주주라고 봐도 무방하다.

문제는 삼척블루파워가 재무·정책·환경 모든 측면에서 봐도 부정적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국감은 비롯해 국내외로 탄소배출 감축에 대한 압박이 연이어 쏟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기후행동 100+(Climate Action 100+)’는 탄소중립위원회(탄소중립위)에 탄소 감축 권고를 했고, 탄소중립위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을 의결했다.

지난 7일 기후행동 100+에서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 앞으로 보낸 서한에는 △탄소(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명확한 계획 제시와 △민간 석탄발전소 퇴출 문제 논의 요청 등을 담고 있다.

기후행동 100+는 세계 최대 투자기관 모임으로 세계 자산운용사와 연기금 등 615개 투자기관이 가입해 있다. 이들이 굴리는 자금만 55조 달러로 우리 돈으로 약 6경 4625조원에 이른다. 주요 참여 기관으로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PIMCO), 세계 3대 연기금 운용사인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 등이 있다.

이처럼 600개 기관이 모여 있는 곳에서 공동 서한을 보내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기후행동 100+는 한국이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IEA Net Zero 2050)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나리오에서 IEA는 선진국의 경우 2030년까지 석탄 발전 퇴출을 권고하고 있다. 한데 한국은 반대로 석탄발전소를 짓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행동 100+는 새 석탄발전소 건설은 탄소 감축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고, 경제적 관점에서도 신규 석탄발전소가 경제성이 떨어져 ‘좌초자산’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18일 대통령 직속 민관합동기구인 탄소중립위는 서울 노들섬에서 제2차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과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을 의결했다. 두 안건은 오는 27일 국무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NDC는 기후변화 파리협정에 따라 당사국이 스스로 발표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말한다.

윤세종 기후솔루션(SFOC) 변호사는 “삼척블루파워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어마어마하다”며 “73조원을 5년간 투입해 감축하는 온실가스량이 1220만톤 가량인데 1조를 투입해 건설하는 석탄발전소 하나에서 나오는 양보다 오히려 적어 경제적으로 손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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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cial(사회적 책임) : ‘안전경영’ 강조한 최정우, 결과는 산재왕국?

최정우 회장은 취임 직후 안전을 최우선 핵심가치로 내세우고 안전경영을 소리 높여 외쳐왔다. 그러나 그 결과물을 보면 구두선에 그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에 따르면 최정우 회장이 취임한 2018년부터 지금까지 포스코 사업장 내에서 총 21명이 사망했다. 최정우 회장 재임 기간으로 한정하면 사망자는 총 17명에 이른다.

주목되는 사실은 최회장 취임 전년도인 2017년에는 사망사고가 한 건도 없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최정우 회장은 지난 2월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산업재해 청문회에 불려가 여야 의원 가리지 않고 호되게 꾸지람을 들었다. 이 청문회는 산업재해라는 독립된 주제를 다룬 최초의 국회 청문회였다. 설상가상으로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군사용 독가스로 쓰이는 ‘시안가스’가 유출된 것이 사실로 드러나 큰 파문을 낳기도 했다.

포스코 최정우 회장. [사진 =연합뉴스]
포스코 최정우 회장. [사진 =연합뉴스]

◇ Governance(지배구조) : 최정우 회장, 내부 정보 이용해 자사주 매입 의혹까지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유형필)는 지난 8월 12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포스코센터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최정우 회장 등 일부 포스코 경영진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포스코 주식을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4월 10일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수 계획을 의결했다. 최정우 회장 등은 이를 외부에 공개하기 전인 3월 12~27일 1만9209주를 취득했다.

자사주 매입은 주가에 큰 호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수는 2019년 순이익(별도기준)과 비슷한 규모로 시가총액 약 6%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여파로 지난해 4월들어 16만원 초반을 횡보하던 주가는 10일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 17만9000원까지 치솟았고, 이 같은 흐름은 14일까지 계속됐다

포스코 측은 “주가가 급락하자 임원들이 책임경영을 위해 자발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며 “과도한 주가 급락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4월 10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고 임원들은 그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억울해 하고 있다.

논란은 또 있다. 지난해에는 경영 악화를 이유로 노동자들 임금은 동결했는데 최정우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만 십수억원의 성과금을 챙겨 지탄을 받기도 했다.

포스코는 최정우 회장 경영 2기를 맞은 올해 3분기 3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호실적 뒤에 가려진 그늘은 사뭇 짙어 보인다. ESG 경영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대인 만큼 ‘돈만 잘 버는 기업’은 더 이상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데 포스코는 최정우 회장 취임 후 ‘돈만 잘 버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듯해 씁쓸함을 더한다. 일각에서 사망사고·환경파괴 등 시대적 요구를 강력히 주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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