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최근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들이 한국 경제의 미래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분석 자료들을 제시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정점검보고서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재정전망보고서가 그것이다. 두 보고서는 한결같이 한국경제의 미래가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재정건전성이 선진 경쟁국들 중 가장 빠른 속도로 나빠지면서 잠재성장률이 가파르게 하락하리라는 것이 각 보고서의 주요 전망이었다.

IMF에 따르면 우리의 나랏빚 증가 속도는 선진 35개국 가운데 가장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테면 향후 5년간 우리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D2)가 15.4%포인트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올해 말 51.3%인 일반정부 부채 비율이 2016년에는 66.7%로 올라간다는 것이 IMF의 전망이었다.

한국 다음으로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 증가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체코로 향후 5년간의 예상 증가폭이 8.7%포인트였다. 벨기에가 6.3%포인트, 싱가포르가 6.0%포인트, 홍콩이 3.8% 포인트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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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국가채무(D1)를 주로 거론하는 것과 달리 IMF 등 국제기구들은 일반정부 부채(D2)를 나랏빚의 기준으로 삼아 경제 규모 대비 부채비율을 비교평가한다. 국가채무는 중앙정부 부채에 지방정부의 순채무를 더한 것이고, 일반정부 부채는 국가채무에 국민연금공단 같은 비영리 공공기관의 채무를 더한 개념이다. 당연히 그 규모는 D2>D1로 나타나게 된다.

한국의 향후 5년간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 증가폭이 유일하게 10%대로 관측된 것과 달리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하는 선진 35개국의 평균 GDP 대비 나랏빚 비율은 같은 기간 동안 121.6%에서 118.6% 줄어든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캐나다·이탈리아 등 주요 7개국(G7)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같은 기간 139.0%에서 135.8%로 3.2%포인트 하락하게 된다.

전체적으로 선진국들이 국가부채 비율 관리에 나서는 가운데 우리만 유별나게 나랏빚을 늘려가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한국과 기타 선진국들의 국가부채의 방향성이 본격적으로 엇갈리는 시점은 올해와 내년이다. 한국의 경우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지난해 47.9%에서 올해 51.3%로 올라간다. 이 비율은 내년에 55.1%로 더 올라간다. 반면 35개 선진국의 평균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지난해 122.7%에서 올해 121.6%로, 내년엔 119.3%로 점차 떨어지는 추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차이는 한국과 달리 나머지 선진국들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해진 재정지출 규모를 올해를 기점으로 점차 줄여감에 따라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 전년 대비 지출 예산안 규모를 올해 8.9%, 내년엔 8.3% 늘렸다. 나아가 올해엔 2차례의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했다. 각각의 추경 규모는 14조9000억원과 35조원이었다.

추경 편성 과정에서 추가 세수를 나랏빚 갚는데 우선 배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만만찮게 나타났지만 정부·여당은 재정 확대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를 수습하는 단계에 돌입한 세계 각국의 정책변화 흐름을 우리만 나홀로 역행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나랏빚 증가는 재정건전성을 악화시켜 향후의 위기대응 능력을 저하시키게 된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노령화와 저출산의 급속한 진행으로 인해 재정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될 조건을 갖춰가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재정건전성 악화로 대외 신인도가 하락하고, 대내적으로 세금을 낼 사람이 줄고 쓸 사람만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는 경제성장도 둔화될 수밖에 없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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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아직 낮다는 주장이 있지만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게 문제다. 나아가 인구 구조 변화를 고려해야 하고, 우리의 경우 기축통화국이 아니라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는 앞으로도 재정건전성 확립에 기반을 둔 대외 신인도에 크게 신경을 써야만 한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OECD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1인당 연간 잠재성장률이 2030~2060년에 0%대로 하락할 것이란 경고성 전망을 내놨다. 이는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OECD가 추정한 해당 기간 중의 한국 잠재성장률은 0.8%였다. OECD가 분석·추산한 한국의 앞선 기간 1인당 연간 잠재성장률은 2000~2007년 3.8%, 2007~2020년 2.8%, 2020~2030년 1.9%였다.

2030~2060년의 0%대 잠재성장률은 미국·일본의 같은 기간 추정 잠재성장률이 각각 1.0%, 1.1%인 것과 대비된다. 중국과 인도의 잠재성장률 전망치는 2.1%와 2.8%였다.

종합하면 우리의 잠재성장률이 2030년 이후엔 신흥국은 물론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훨씬 크고 1인당 GDP 수준도 월등히 높은 최상위 선진국들보다도 낮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도 조만간 과거의 일본처럼 ‘잃어버린’ 세월을 맞이하게 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대안 마련의 시작은 과감한 정책 변화뿐이다. OECD는 한국경제의 앞날과 관련, “은퇴 나이를 높이는 등 고용률 향상을 위한 노동시장 개혁이 이뤄져야 미래의 재정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승석 부연구위원은 과감한 구조개혁, 규제 철폐를 통한 공급 부문의 생산성 증대 등을 통해 경제활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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