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올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두고 세금 폭탄이란 비판과 원성이 일자 정부가 적극 진화에 나섰다. 정부가 특히 강조한 부분은 대상자 수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올해분 종부세 고지서 발송이 시작된 22일을 전후해 종부세 부과 대상이 전국민의 2%도 안 된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차관은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책점검회의에서 종부세 폭탄에 대한 비판 여론을 반박하면서 “98%의 국민은 종부세와 무관하다. 과장된 우려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체 국민 98%에게는 고지서가 발송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남기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도 같은 논리로 여론전을 펼쳤다. 그는 22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전국민의 98%는 (종부세) 고지서를 받지 않는다”면서 “종부세는 인별 과세이므로 인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종부세 부과 비율은 가구 기준으로 판단해 산정하는 게 옳다는 시중 여론을 반박하며 한 표현이었다. 그의 페이스북 글에는 ‘98% 국민은 종부세와 무관’이라는 내용의 해시태그가 붙어있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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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부총리나 기재부의 주장은 억지스러운 데가 있다. 일반의 인식체계에서 주택은 가구원 공동의 소유물이기 때문이다. 재산권 분류와 과세 체계상으로는 보유세 납부자가 개인으로 한정돼 있지만, 주택은 현실적으로 가구원 전체가 소유권을 누리는 자산이다.

그런 까닭에 종부세 폭탄이 터짐으로써 가해지는 고통도 가구원들이 나누어 짊어지게 돼 있다. 주택 소유자의 배우자와 자녀가 그들이다. 성인 자녀들이라면 십시일반으로 종부세 납부에 동참할 가능성도 있다. 배우자는 말할 것도 없다. 실제로 1주택을 보유한 은퇴 고령자들 중엔 자녀들의 도움으로 폭증한 종부세를 겨우 납부하는 예도 나타나고 있다. 현실이 이런데도 종부세가 인별 과세라서 98%의 국민은 무관한 일이라 말하니 설득력이 있을 리 만무하다.

국세청이 이번에 발송하는 주택분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94만7000명이다. 지난해 대비 42%(28만명) 증가한 수치다. 이들 중엔 1가구 1주택자도 13.9%(13만2000명)나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 인구가 5183만명(지난해 기준)임을 감안하면 종부세 부과 대상자가 전체 국민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83%가 된다. 이것만 놓고 보면 정부의 주장은 틀리다고 할 수 없다. 98%가 아니라 그 이상의 국민은 종부세 고지서를 받지 않는다는 주장이 맞다. 하지만 우리나라 가구수 기준으로 환산하면 그 비율은 크게 달라진다. 통계청이 집계한 2020년 우리나라의 전체 가구수는 2092만7000이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주택 유무를 떠나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4.53%가 종부세 폭탄의 고통을 느끼게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유주택 가구만 따지면 그 비율은 이보다 훨씬 높아진다. 물론 여기엔 약간의 오차가 곁들여져 있다. 가구수가 주택 보유자 수와 일치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계산인 탓이다. 하지만 유주택자 대다수가 1가구 1주택자임을 감안하면 오차 범위가 그리 크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같은 산식으로 지난해 기준 평균 가구원수(2.3명)를 적용해 계산하면 218만명, 전체 인구(5183만명) 대비로는 4.2%의 국민이 종부세 폭탄 피폭 범위에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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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정부 관계자들의 “98% 국민과 무관하다”는 주장은 명백한 거짓임을 알 수 있다. 결론은 매한가지인데 숫자 놀음으로 상대를 속인다는 뜻의 조삼모사 고사를 연상케 하는 궤변일 따름이다. 그런다고 해서 곳곳에서 터지는 종부세 폭탄음이 안 들릴 리 없고, 그 후유증이 안 나타날 것도 아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종부세 소동은 안정된 조세체계를 확립한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설사 부과 대상자가 소수라 할지라도 평생 집 한 채 지니고 살아온 1주택자 또는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마저 전년 납부액의 두 배, 세 배로 커진 종부세 고지서를 받는 일이 있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조세저항이 없다면 그게 이상한 일일 것이다.

재산세에 이은 종부세 문제로 우린 지금 전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소동을 다시 겪고 있다. 이중과세 논란에 더해 종부세 폭탄이 전세의 월세화, 월세 상승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것은 논외로 치더라도 지금의 부동산 관련 과세체계는 크게 잘못돼 있는 게 사실이다. 전면 개편이 아니고선 해결할 길이 없어 보인다. 숫자놀음으로 국민을 속여 적당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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