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코로나19 신종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세계경제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각국이 긴장된 가운데 변이 바이러스의 실체 및 전파 추이를 파악하기에 여념이 없다.

오미크론은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처음 발견된 뒤 1주일 만에 최소 16개국에서 확진자를 발생시켰다. 이것만으로도 일단 전파 속도가 꽤나 빠르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오미크론은 50개가량의 돌연변이를 지니고 있는데 그중 32개가 인체 침투 때 열쇠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의학 전문가들은 이들 32개의 돌연변이가 기존 백신의 방어효과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파력에 관한 한 오미크론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를 능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파력이 델타 변이의 두 배 정도 된다는 것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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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중증으로 이어지는 확률이나 치명률 등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분석을 시도할 만한 자료가 충분히 누적돼 있지 않은 탓이다. 표본이 적기는 하지만 오미크론의 발원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의료인은 자신이 만난 확진자들을 관찰한 결과 오미크론이 중증으로 이어질 확률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29일(이하 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로서는 오미크론으로 인한 중증도가 높다는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경우 변이가 거듭될수록 독성이 약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가 종국엔 독감 바이러스 등처럼 인간과 공존하는 바이러스로 남기도 한다.

미국 화이자사의 앨버트 불라 최고경영자(CEO)는 오미크론 극복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우선 자사가 개발한 코로나19 경구 치료제의 효과에 대해 자신감을 나타냈다. 치료제가 오미크론 감염 치료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는 오미크론 예방을 위한 백신 개발에 대해서도 자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100일 안에 백신을 갖게 될 것이란 점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불라 CEO는 화이자가 델타 변이 대응용 백신도 개발했지만 기존 코로나19 백신으로도 예방이 가능했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오미크론의 경우 아직 치명률 등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되지 않은 변이종으로 남아 있다. 대체로 향후 2주 정도는 더 지켜보면서 데이터를 축적해야만 웬만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실체가 불분명한 만큼 오미크론이 세계경제에 미칠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도 지금으로서는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골드만삭스는 ‘오미크론이 델타 변이보다 빠르게 확산한다면’이란 전제 하에 내년도 세계경제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4.6%)보다 0.4%포인트 이상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오미크론 확산이 경제 성장을 제약하고 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을 경고했다.

세계적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는 신흥시장의 타격이 특히 심각할 것이란 전망을 제시했다. 시장의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해짐에 따라 신흥 시장으로 유입되는 선진국의 자본이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미국 상원에 출석하기 하루 전인 29일 미리 배포한 자료를 통해 오미크론 변이가 고용과 경제활동의 하방 위험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미크론이 인플레이션의 불확실성을 증대시켰다고 강조하면서 “물가 안정에 전념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국내외 전문가들은 신종 변이가 아직도 회복되지 않고 있는 세계적 공급망 차질을 다시 심화시킬지 모른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익히 경험했듯이 공급망 차질은 원부자재 부족으로 인한 각국의 산업생산 감소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봉쇄 강화와 활동량 감소에 따른 타격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도 대외 부문과 내수 부문 모두에서 타격을 받을 위험성을 안고 있다. 주요국들이 봉쇄 조치를 강화할 경우 우리가 크게 의존하고 있는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고, 대내적으로는 활동량 감소로 내수가 위축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 같은 부정적 상황들이 현실화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우려스러운 전망들 모두가 ‘신종 변이가 세계적으로 확산된다면’이란 점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은 곳은 금융시장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오미크론을 가장 높은 단계의 ‘우려 변이’로 지정하자 주요국의 증시가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고,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달러화의 신흥국 화폐 대비 가치가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금융시장의 불안정은 오미크론이 초래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시장이 속성상 불확실성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점이 그 같은 분석의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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