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1가구 1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선이 기존의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라간다. 1주택자의 경우 실거주 2년 요건만 충족하면 시가 12억원 이하의 집을 팔 때는 양도세를 내지 않게 된 것이다. 비과세 기준선이 상향조정됨에 따라 12억 이상의 집을 보유한 1주택자에게도 감세 혜택이 일부 돌아간다. 1주택 양도세는 과세 대상 양도차익에서 기본공제와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빼 과세표준(과표)을 산출한 뒤 거기에 6~45%의 세율을 적용해 매겨진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1가구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선을 상향조정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 개정안은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이 확실시된다.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뒤 공포 과정을 거치면 곧바로 효력을 발생시킨다. 통상 공포까지 2주 남짓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법 개정 효과는 이달 중순 이후부터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 =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 = 연합뉴스]

‘법 공포일 이후 양도’를 결정하는 기준일은 등기일과 잔금 청산일 중 빠른 날이다. 통상 잔금 청산이 이뤄진 다음 등기를 하게 되기 때문에 잔금 지급일이 기준일이 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 법 개정 확정보다 수일 빠르게 주택을 팔기로 계약한 사람들은 잔금 지급일을 법 개정안 공포 시점 이후로 미루는 게 절세에 도움이 된다.

이번 법 개정은 큰 선거를 앞두고 주택 보유자들의 민심을 달래고자 하는 여야의 이해가 맞아떨어짐으로써 이뤄진 측면이 강하다. 여당조차 법안 통과에 적극적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발 더 나아가 다주택자에게 양도세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정치권의 양도세 부담 완화 움직임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다주택자 양도세 부담 경감 움직임에 대해서는 과세 형평성 및 정책 일관성 훼손 등을 지적하며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주택자 양도세제 손질 움직임에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공식 회의 발언을 통해 “정부 내에서 전혀 논의된 바 없고 추진할 계획도 없다”고 못박았다. 반대 이유로 그는 정책 신뢰도 훼손과 무주택 및 1주택자들의 박탈감 야기 등 부작용을 들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양도세 부담으로 인해 집을 팔지 못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갈아타기 수요’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거래가 활성화되면 집값 안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이런 관점에서 양도세 부담 경감 혜택은 다주택자에게 주어질 때 더 큰 시장 안정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긍정론자들은 특히 요즘처럼 집값 상승세가 주춤할 때 양도세 부과 조건을 완화하는 조치를 취하면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혜택 당사자가 주로 중산층 이상 계층에 돌아간다는 점이 반발을 부르는 듯한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가결되자 “부끄럽고 처참한 날"이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근로소득세는 철저히 과세하면서 주택 양도차익에 과세하지 않는 것이 조세정의에 부합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조세 정의 문제는 논외로 치더라도 이번 조치가 서울과 수도권의 중산층 1주택자와 고가주택 1채 보유자에게 주로 혜택을 준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시장 활성화 및 안정화 효과를 두고 회의론을 펴는 이들도 있다. 양도세 부담이 수천만원 줄어든다고 해도 지금처럼 대출 길이 꽉 막혀 있는 상황에서는 주택 거래가 활성화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더 큰 집, 더 좋은 집으로의 ‘갈아타기 수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분석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부담 경감 조치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논리로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다주택자들이 물건을 내놓아야 시장에 매물이 유의미하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다수 전문가들은 1주택자 양도세 부과 완화도 필요하지만 시장 안정화 효과를 더 크게 만들기 위해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부담 한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집값이 너무 많이 오른 점을 고려해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높이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경인여대 서진형 교수는 “최근의 집값 상승을 고려할 때 기준선 상향조정은 타당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11월 현재 12억3729만원이었다. 서울 지역의 경우 양도세 부담 완화에 대한 요구가 적지 않았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 상승에 따라 나타난 조세저항이 일부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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