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긴축 시나리오 이행에 가속도를 붙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테이퍼링(중앙은행의 자산매입 축소)에 속도가 더해질 것 같다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이하 현지시간) 연준이 테이퍼링 진행의 속도를 높여 내년 3월에 전 과정을 종료하는 계획을 다음 주 통화정책회의에서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연준의 통화정책 논의 마당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는 오는 14~15일 이틀간 열린다.

연준은 지난달부터 테이퍼링에 돌입했다. 월 1200억 달러(약 142조원)어치로 고정돼 있던 국채 등 자산의 매입액을 다달이 150억 달러씩 줄이겠다는 것이 연준의 기존 시나리오다. 이 계획대로 간다면 내년 6월엔 테이퍼링 전 과정이 종료된다. 자산 매입을 통한 달러화 풀기가 7개월 뒤 마무리된다는 뜻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사진 = EPA/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사진 = EPA/연합뉴스]

하지만 그 같은 시나리오에 변화가 생길 것 같다는 게 WSJ의 전망이다. 전망이 맞을 경우 자본시장은 또 한 차례의 큰 변화를 맞게 된다. 테이퍼링 조기 종료 자체도 충격적이거니와 그 이후의 추가 조치도 덩달아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당장 연상할 수 있는 추가 조치는 기준금리 인상이다. 지금까지 시장이 예상해온 바는 내년 6월 테이퍼링 종료, 빠르면 7월중 1차 기준금리 인상 등이었다. 내년 하반기 FOMC 회의는 7월과 9월, 11월, 12월 네 차례로 예정돼 있다.

그런데 테이퍼링 일정이 3월 종료되면 기준금리 1차 인상 시점 또한 FOMC 회의가 있는 5월과 6월로 앞당겨질 수 있다. 그 여파로 내년 중 기준금리 인상 횟수도 한 두 차례 늘어날 여지가 생긴다. 이는 시장의 긴장감이 한층 고조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결론으로 이어진다.

물론 테이퍼링 종료 시점이 3개월 앞당겨진다 해서 기준금리 인상이 그만큼 빨라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이퍼링 조기 종료가 금리 인상의 가능성을 확실히 열어주는 효과를 낸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는 없다.

연준의 긴축 행보가 빨라지는 기미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최근 발언을 통해서도 일부 드러났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30일부터 이틀에 걸쳐 미국 상·하원에 출석해 증언하면서 현재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버렸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6%대를 기록할 만큼 가팔라진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는 근원물가 기준으로 2%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다음 주 FOMC 회의에서 인플레이션 앞에 붙여온 ‘일시적’이란 수사를 공식적으로 삭제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집과 주식 등 자산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자산 가격 급등이 ‘부의 효과’를 일으켜 소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가와 함께 연준이 집중 관리하고자 하는 또 다른 대상은 고용이다. 그런데 미국의 고용 상황 역시 호조를 보이고 있다. 미국 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미국의 11월 고용은 쇼크 수준이라 할 정도로 낮았지만 연준은 그 이면에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는 듯 보인다. 11월 고용 증가폭은 시장 예상치인 57만3000명보다 크게 낮은 21만명이었다.

하지만 이는 일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코로나19 여파 속에 일을 기피하려는 이들이 많아진 탓이라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임금 수준에 대한 불만도 일자리의 수요·공급 간 미스매치를 초래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자리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는 것은 경기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미국 실업률이 4.2% 수준으로 낮아진 것도 연준이 노동시장 상황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한 요인이다. 3분기 고용비용지수(ECI)가 2001년 이후 최대폭인 1.3%나 높아졌다는 점 또한 연준의 입장을 긍정적으로 만들었다. ECI는 근로자가 고용주로부터 받는 보수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고용자가 인건비로 부담하는 비용을 지수화한 것이다. 이 지수가 크게 증가했다는 것은 경기 상황이 좋아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코로나19 새 변이종인 오미크론이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들도 연준의 긴축 기조를 더욱 견고하게 해줄 것으로 분석된다. 오미크론에 대한 낙관적 기대가 확산되면서 6일 뉴욕증시에서는 주요 지수들이 1% 내외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과 상극인 여행과 레저 관련 종목의 주가가 상승했다는 점이 이채로웠다.

국제 원유시장도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6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배럴당 가격은 전일보다 3.23달러(4.90%) 오른 69.49달러를 기록했다. 이 역시 오미크론 변이의 위험성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뉴스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지난 5일 CNN에 출연해 “오미크론이 초기 징후로 볼 때 델타 변이보다 덜 위험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7일 현재 오미크론은 45개국 정도에서 발견됐으나 아직 사망자 발생 사례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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