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가 수요·공급 예측의 오류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예측 오류의 구체적 원인은 잘못된 셈법이었다. 결국 수요·공급에 대한 엉터리 셈법이 현 정부로 하여금 시장 상황을 오판하게 했고, 그 후유증으로 집값이 급등했다는 것이다.

그간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 정부에서의 집값 급등이 공급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해왔다. 하지만 수급 불균형이 정부의 엉터리 셈법의 결과였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목소리가 제기된 적은 없었다.

새로운 분석 결과를 내놓은 곳은 민간 연구기관인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이었다. 주산연이 14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발표한 내년 주택시장 전망에 따르면 현 정부의 주택 수요·공급 예측에서부터 결정적 오류가 있었다. 주산연은 그로 인해 정부가 시장 상황을 오판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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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오류는 공급 물량 계산 단계에서 발생했다. 그동안 정부는 인허가 물량을 공급 물량으로 발표해왔으나 여기에서부터 오류가 발생했다는 게 주산연의 지적이다. 인허가 물량은 시장 상황이나 정부의 규제 강도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된 결과를 초래할 있다는 것이다. 즉, 인허가는 떨어졌지만 이후 분양이나 착공 단계로 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허가 물량을 공급물량으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주산연은 판단 오류를 막을 구체적 계산 방법도 제시했다. 매매시장의 경우 아파트는 분양 물량을, 비아파트는 준공 물량을 공급 물량으로 계산해야 정확한 값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전월세 시장의 경우 아파트는 입주 물량을, 비아파트는 준공 물량을 기준으로 카운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주택 수요에 대한 계산법도 새로이 제시했다. 정확한 주택 수요를 계산하려면 ‘가구증가+멸실주택+공가발생 건수’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지금처럼 폐가로 방치된 지방의 빈 주택까지 주택수로 카운트하면 주택 수요에 대한 현실적 계산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 등을 고려한 방식인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정부는 우리나라의 주택 보급률이 100%가 넘는다는 점을 누차 강조해왔다.

주산연은 막연한 인구감소론에 의존했던 것도 문제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그 같은 오판으로 집이 필요한 가구수에 대한 통계청의 예측치가 빗나갔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그 탓에 공급 물량을 늘리기보다는 수요를 억제하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어왔다는 것이다.

수요 억제의 주된 수단으로 동원된 것이 다주택자 및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한 중과세였다. 그러나 보유세 외에 거래세까지 폭발적으로 올려놓는 바람에 주택 거래가 오히려 위축되고, 결과적으로 매물이 사라지면서 집값이 더 오르는 악순환이 일어났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여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여권 내부에서 금기시돼왔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감세 방안까지 검토할 것을 제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나 내부 반발이 이는 바람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주산연은 위의 계산 방식들을 동원해 나름의 주택 수급지수를 작성했다. 이후 주산연은 지난 10년간의 주택가격 변동 요인을 분석했다. 이름하여 주택가격 상관관계 분석이란 것이었다. 분석 결과 주택가격 변동 요인들의 영향력은 수급지수>경제성장률>금리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이 비교적 작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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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산연이 자체 분석한 현 정부 재임 기간 중(2017~2021년)의 누적 전국 매매수급지수는 87.1 전월세수급지수는 96.6이었다. 특히 서울의 경우 매매와 전월세 수급지수가 각각 69.6과 80.6에 불과했다. 현 정부 5년 동안 주택수급 불균형에 의한 공급 부족량은 전국적으로 38만호, 수도권은 9만호, 서울은 14만호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에서도 서울의 주택 부족이 특히 심각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들이다.

주산연은 이어 주택 수급지수와 경제성장률, 금리 등 변수들을 두루 고려할 때 내년에도 연간 기준으로 주택 매매가격은 2.5%, 전세가격은 3.5% 올라갈 것이라 전망했다. 또 내년엔 올해보다 주택 가격 상승률이 낮아질 것이라 전제하면서 “인천·대구 등 일부 공급과잉 지역과 단기 급등 지역을 제외하곤 하락세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산연은 문재인 정부가 24차례나 부동산정책을 쏟아냈지만 수급 판단 오류와 이념에 치우친 비전문가 기용 등으로 주택 시장 안정화를 이루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차기 정부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전문가가 정책을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산연은 주택 시장 안정화를 위한 방안으로 ▲해결 가능한 기능의 시장자율 위임 ▲어려운 계층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 추진 ▲과도한 규제와 징벌적 세제의 정상화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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