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을 동원한 매표 의지가 눈뜨고 보아줄 수 없을 만큼 노골화됐다는 얘기다. 백번 양보해 여당이야 정치조직이니 그렇다 치자. 물론 여당도 그래서는 안 되지만 행정부의 행태는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본업이 행정인지 정치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드러내놓고 여당의 선거운동에 보조를 맞추고 있는 듯 보인다. 오죽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진보 이념을 추구하는 정의당 대선 후보가 “국민의 삶보다 정권 잡는 게 더 중요하다 하더라도 그렇게 할 수 있나 지켜봤는데 또 (공시가격을) 동결했다”며 정부와 여당을 비난했을까.

20일 정부·여당이 당정협의를 통해 내년의 부동산 보유세에 한해 산정 방식을 달리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데 대한 반응이었다. 당정은 이날 협의를 통해 몇 가지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 내용은 ▲올해 공시가격으로 내년의 부동산 보유세 및 건강보험료 산정 ▲1주택자 공정시장가액 비율 인하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상한선 인하 ▲고령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납부 유예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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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자는 어떤 방식들을 채택하든 1주택자에 한해서는 내년에 부과될 부동산 보유세가 올해보다 많아지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고령자에 대해서는 그간 말만 무성했던 종부세 유예 조치를 실시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논의 내용과 관련,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022년 공시가격 변동으로 인해 1가구 1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대응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며 “1주택자와 서민·중산층의 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재산세·종부세·건강보험료 등에 대한 완충장치를 보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당정협의는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 등이 부동산 공시가격 인상 억제를 요구한데서 비롯됐다. 하지만 정부는 공시가격의 원칙적 인하를 위한 제도 손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자 공시가격의 예정된 인상 수순을 유지하면서 당장 내년도 부동산 보유세 만큼은 올해 수준을 유지하는 방안을 모색하기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말해 눈앞에 닥친 대선을 의식한 일회성 선심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그 의지를 대변해주는 것이 올해 공시가격을 내년도 보유세 산정시 또 한 번 적용하는 방안이다. 전년 대비 150%를 넘지 못하도록 정해진 1주택자 보유세 상한선을 130%선 정도로 내리는 안도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종합하자면 실패한 정책일망정 정부의 중과세를 통한 부동산 가격 억제책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내년도 보유세만 묶어둠으로써 1주택 보유자들의 성남 민심을 잠시 달래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그 ‘잠시’라는 기간 동안에는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일이 들어가 있다.

정부는 현재 공동주택에 대한 공시가격을 2030년까지 시세 대비 90%로 올린다는 방침을 이행해가고 있다. 올해 비율은 70.2%다. 이뿐이 아니다. 종부세 과세표준(과표)을 정할 때 적용되는 공시가격의 비율을 지칭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 또한 매년 5%포인트씩 인상되도록 설계해 두었다. 이 같은 로드맵에 따래 내년도 종부세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100%로 올라가게 돼 있다. 공시가격이 100% 과표에 반영된다는 의미다.

공시가와 공정시장가액 비율이 동시에 올라가면 부동산 보유세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부동산 가격이 제자리 걸음을 하거나 소폭 하락하더라도 보유세가 늘어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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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당정이 추진키로 한 방안은 이처럼 가혹한 제도의 기본틀을 유지한 채 내년 보유세만 땜질식으로 동결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 보인다. 임시방편의 대책들이란 얘기다.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으면 근본적으로 제도를 뜯어고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땜질 처방에만 몰두하니 선거용이란 말이 나오지 않으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당정의 추진 방안이 알려지자 유주택자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연히 비판 여론만 자극해 혹 떼려다 혹 하나를 더 붙인 꼴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보유세 경감 방안을 접한 이들 입에서 당장 튀어나오는 거의 한결 같은 반응은 “그럼 내후년은 어쩌고?”였다. ‘조삼모사’, ‘눈가리고 아웅’ 등의 반응도 적잖게 쏟아져 나왔다. 공시가 등을 손보지 않으면서 내년 보유세만 낮추면 2023년엔 잠시 억눌렸던 보유세 증가분까지 가세해 ‘핵폭탄’이 터질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정부·여당이 추진키로 한 방안들은 원인치료는 고사하고 대증치료용조차 되지 못할 만큼 졸렬한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선거용일망정 정부·여당이 진정으로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달랠 요량이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잘못된 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손질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정권을 위한 정부가 아닌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평가와 함께 표심도 자연스레 따라붙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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