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올 한 해 동안에만 전국의 주택 가격이 14% 넘게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아파트만 따로 놓고 보면 전국 평균 상승률은 20% 이상이다.

인천의 경우 작년 말 대비 아파트값 상승률이 30%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인천 아파트가 수도권 아파트 등 집값 전반의 상승을 주도한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천에서의 상승률이 전국 최고를 기록한 것은 아니었다. 전국 최고 기록을 보인 곳은 경기 오산으로 연간 아파트값 상승률이 49.30%에 이르렀다.

이 같은 수치는 공신력을 인정받는 KB국민은행 통계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28일 국민은행의 월간 주택매매가격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주택(아파트·연립·단독주택 포함) 가격은 작년 말에 비해 14.97% 상승했다. 외환위기에서 벗어난 직후였던 2002년의 16.43%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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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목할 점은 지역적으로는 수도권, 주택 종류별로는 아파트가 전국의 주택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는 사실이다.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이 전체 흐름을 주도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주택 보급률은 이미 100%를 넘어섰지만 선호하는 주택 종류인 아파트, 그중에서도 수도권 아파트가 크게 부족한 현실이 이 지료를 통해 확인됐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은행 집계 결과 전국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지난 1년 동안 전국적으로 20.18% 상승했다. 지난해 상승률 9.65%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전국의 빌라(연립·다세대 등) 가격 상승률은 그보다 낮은 6.99%였다. 작년 상승률(6.47%)보다 0.52%포인트 오른 수치다. 빌라 가격 상승률이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는 동안에도 올해 아파트 가격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주택 가격 전반의 흐름을 지역별로 구분해 살펴보면 수도권이 집값 상승을 주도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과 경기·인천을 아우르는 수도권에서의 주택 가격은 올해 1년 동안 18.61% 상승했다. 이는 2006년의 20.34% 상승 이후 가장 높은 기록이다.

수도권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상승 흐름을 보인 곳이 인천(23.75%·광역자치단체 기준)이었다. 경기는 22.49%, 서울은 12.50%의 상승률을 보였다. 인천에서의 상승률은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86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아파트로 범위를 좁히면 수도권 상승률은 25.42%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의 24.61% 이후 최고치이며 작년 상승률(12.51%)의 두 배가 넘은 수치다. 수도권 내 세부 지역별 상승률은 경기의 오산(49.30%), 시흥(43.11%), 동두천(39.26%), 안성(38.52%), 의왕(37.43%), 평택(36.61%), 의정부(36.48%), 안산(34.60%), 군포(33.91%), 수원(33.01%) 등의 순이었다. 그 다음으로 상승률이 높은 곳은 인천(32.93%), 경기 고양(32.19%), 화성(31.78%), 남양주(31.70%) 등이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올해 집값이 크게 오른 원인으로 ▲저금리 기조에 따른 유동성 증가 ▲작년의 새 임대차법 시행에 따른 전세가격 급등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호재에 대한 기대감 상승 등을 지목했다.

경기·인천 집값의 가파른 상승세에 대해서는 “집값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불안을 느낀 2030 세대들이 서울을 벗어나 내 집을 장만하려는 행렬에 동참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속돼온 집값 급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공급을 늘려 수급에 균형을 맞추려 하지는 않은 채 수요 억제에 치중한 것이 화를 불렀다. 정책 오류를 부른 것은 원인에 대한 잘못된 진단이었다. 즉, 집값 상승의 원인을 투기로 못 박은 것이 그릇된 대책을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향후 집값 흐름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이젠 집값이 오를 대로 올랐으니 상승 여력이 작아졌다는 분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그 같은 전망을 가장 적극적으로 펼치는 쪽은 정부 당국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집값이 줄기차게 올라가는 상황 속에서도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최근엔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도 그런 입장에 가세했다. 노 장관은 지난 27일 방송 뉴스에 출연해 내년 집값의 하방 압력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집값은 하락 추세가 불가피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여러 시장지표를 통해 전망할 때 내년엔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취지를 밝혔다.

하지만 다수 전문가들은 일부 지역에서 집값 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을 기조적 흐름을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상승세가 약화된 가운데 내년에도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 이들도 적지 않다. 현재 집값 하락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곳이 주로 인천이나 세종 등처럼 최근 수년간 집값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그 같은 전망의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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