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번 연속 올렸다. 한은은 14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1%에서 1.25%로 인상했다. 지난해 마지막 회의에서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지 2개월 만의 일이다. 한은이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두 번 연속 금리를 올리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이는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최대한 빨리 금리를 정상화하려는 한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금리 인상 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한은은 비상한 상황 하에서 장기간 기준금리 수준이 지나치게 낮은 상태를 유지해왔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의 움직임을 보면 1.25%의 금리에 대해서도 완화적이란 판단을 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대내외 변수는 다양하다. 대외적 요인으로는 미국의 긴축 강화 움직임을 꼽을 수 있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가 7%나 상승하는 등 고물가 행진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점이 결정적 이유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 =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 = 연합뉴스]

현지 전문가와 언론들은 미국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네 차례까지 올릴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만약 네 차례 인상이 현실화된다면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은 현행 0.25%에서 1.25%로 올라간다. 한 해 네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하려면 시작 시점은 오는 3월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앞으로도 한은이 느끼는 금리 인상 압박이 증대되리란 것을 의미한다.

국내 요인들도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을 재촉하고 있다. 미국보다는 덜하지만 소비자물가가 최근 3개월간 3%대를 유지했고, 더구나 지난해 11, 12월의 상승률은 3%대 후반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5%를 기록했다. 한은의 물가관리목표치(2%)를 크게 웃돈 셈이다.

보다 유심히 살펴야 할 요인은 올해 물가 흐름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은이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수정할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사실이다. 한은은 국내 물가가 당분간 3%대 수준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면서 올해의 연간 상승률이 2%대 중반을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로 제시했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한은의 경제성장에 대한 판단이다. 한은은 이날 공개한 의결문을 통해 향후 국내 경제가 견실한 수출 증가세와 민간소비 회복에 힘입어 양호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면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3.0% 성장할 것이라고 보았다. 이 전망치는 지난해 11월 한은의 전망치와 다르지 않다.

종합하면, 한은은 기존의 성장률 전망을 유지하면서 소비자물가가 당초 전망치를 웃돌 것이란 판단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 그러잖아도 금융불균형 정도를 우려하며 금리 정상화 의지를 드러내온 한은이고 보면 앞으로 금리를 더 올리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시장을 향한 한은의 금리 인상 신호는 충분히 발신됐다고 보아야 한다. 그에 따른 대응책 마련은 정부를 비롯한 경제주체들의 몫이다. 특히 정부의 치밀한 대응책 마련이 요구된다 하겠다. 정부가 하기에 따라 한은 통화정책의 효율성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한은의 긴축 전환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가 지금까지와 같이 재정을 헤프게 사용한다면 통화정책 목표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에 따라 상대적 충격이 더 커질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등에 대한 제도적 지원에도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재정을 최대한 아껴 쓰면서 코로나19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은 분야에 대해 집중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힘써야 한다는 의미다.

한은도 보다 면밀히 국내외 상황을 살피고 관리하면서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할 것이다. 방향이 옳더라도 금리 인상을 너무 서두르다 보면 소비가 위축되고 성장이 저해되는 등의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금리 인상만으로도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이 3조2000억원 증가한다는 한은 분석을 고려해 가계 또한 자세를 새롭게 가다듬어야 한다. 특히 저금리 시대가 사실상 끝난 만큼 레버리지에 의한 투자를 삼가는 자세가 요구된다. 지금은 경제 주체 모두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때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