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정부의 이전지출이 늘어나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소득불균형 정도가 심화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정부의 이전지출이란 국가 차원에서 가계를 상대로 지급하는 실업수당이나 재해보상금, 기부금 등 현금성 지원을 지칭한다. 이는 통계청의 가계소득동향 조사 때 발표되는 가구소득 중 이전소득 항목에 포함된다. 이전소득은 정부나 기업, 기타 개인 등으로부터 이전받는 제반 소득을 말한다. 임금이나 이자, 임대료 소득 등과 분리해 흔히 불로소득이라 일컬어진다.

일반적 관점에서 보자면 가계수지에서 이전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부 이전지출이 커질수록 소득불균형이 개선되리라 생각하기 쉽다. 정부의 이전지출은 정책목적으로 인해 1분위 중심의 소득 하위 가구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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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 이전지출은 일반적 인식과 달리 장기적으로 소득불균형 정도를 악화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연구결과를 발표한 이들은 이종하 조선대 무역학과 부교수와 김영준 트윈텍리서치 전임연구원, 황진영 한남대 경제학과 교수였다. 이들은 오는 10~11일 열리는 ‘2022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발표할 논문 ‘가계 이전지출과 장기적 소득 불평등 개선 간의 관계’를 통해 그 같은 결론을 제시했다.

이들 저자는 2008~2019년 자료를 활용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의 가계경상이전지출 비율이 소득 5분위 및 10분위 배율,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했다. 이들은 특정 분기의 가계 이전지출을 표준편차만큼 늘리면 소득 5분위와 10분위 배율이 평균적으로 일정 정도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10분위배율의 개념에 대해 편의상 상위 소득계층 20%의 총소득을 하위 40%의 총소득으로 나눈 값이라고 설명했다. 5분위배율과 10분위배율 값의 증가는 소득불평등 정도가 심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 결과 가계부채(주택담보대출 제외)는 가계 이전지출이 늘어날수록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이번 연구를 통해 정부 이전지출 증가가 처분가능소득을 늘려 가계의 소비에는 당장 유용하게 작용하지만 장기적 소득분배의 불평등 개선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수년간 가계 이전지출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득불평등이 개선되지 않은 사실을 통해서도 이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 정부 이전지출의 확대가 조세의 왜곡과 인구구조 및 산업구조 변동, 복지 의존성 증대 등에 의해 저소득층의 미래 소득 향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저소득층 소득 지원을 위해서는 이전소득보다 일자리 창출을 통한 근로소득 증대를 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기존의 주장들과 맥을 같이한다. 일자리를 늘려 1분위 가구 등 저소득층이 근로소득을 높이도록 돕는 게 소득불균형 해소의 바람직한 방법이라는 의미다.

이번 연구 결과는 소득불균형 해소를 위해 실시하고 있는 현 정부의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래 1분위 등 저소득 가구에 대한 현금성 지원을 늘리는데 집중해왔다. 재난지원금 등 각종 지원금과 실업수당 등을 확대 지급한 것 등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이 같은 정부정책으로 인해 국내 가구, 특히 소득 1분위 가구의 이전소득은 문재인 정부 4년여 동안 크게 증가했다. 이는 통계청의 가계동향 자료를 통해 확연히 드러난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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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우리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72만9000원이었다. 이 중 근로소득과 이전소득은 각각 295만4000원, 80만4000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소득에서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17.0%였다. 이전소득 비중은 불과 1년 사이에 2.3%포인트나 증가했다. 2020년 3분기의 국내 가구 평균소득은 437만7000원이었고, 이중 이전소득은 전체의 14.7%에 해당하는 64만2000원이었다. 당시 가계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278만1000원이었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3분기 자료에 의하면 가구당 월 평균소득에서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11.9%에 불과했었다. 근로소득이 전체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3분기 65.6%(376만6000원 중 247만1000원)에서 2021년 3분기 62.5%로 감소했다. 4년 사이에 이전소득 비중은 크게 늘어난 반면, 근로소득 비중은 오히려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 결과 지난해 3분기 소득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 114만2000원 중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66.8%(76만3000원)나 됐다. 전체소득 대비 근로소득(23만9000원) 비중은 20.9%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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