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주택 매매심리가 다섯달째 위축되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집을 사려는 생각들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은 주택가격 상승 동력이 그만큼 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가 15일 발표한 ‘1월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05.8을 기록했다. 전달에 비해 3.6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이 지수는 작년 8월 141.4를 기록한 이후 5개월째 하락하는 추이를 보였다. 지난 1월 지수는 2019년 5월 97.3을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1월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가 105.8을 기록했다는 것은 주택매매시장이 보합국면에 들어가 있음을 말해준다. 0~200 사이의 값으로 표시되는 이 지수는 크게 3단계로 분류된다. 1단계인 0~94는 하강국면을, 2단계인 95~114는 보합국면을, 3단계인 115~200은 상승국면을 의미한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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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는 또 지수가 100을 넘으면 가격 상승이나 거래 증가 응답이 많았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심리지수 조사는 전국 152개 기초자치단체의 지역 거주자 6680명, 부동산중개업소 2338개소를 대상으로 조사원 전화면접을 통해 이뤄진다.

이날 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1월 이후 전국 단위의 주택매매시장 지수는 작년 8월 141.4로 정점을 찍은 뒤 하강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8월 이후 월별 지수는 9월 139.3→10월 129.7→11월 119.5→12월 109.4 등이었다.

이를 토대로 분석하면 전국의 주택매매시장은 작년 11월까지 상승국면을 보였다가 그 다음 달부터 보합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서울의 경우 지난달 105.3을 기록하며 전달보다 2.8포인트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에서의 하락세 역시 5개월째 지속됐다. 서울지역의 지수는 2019년 4월 97.9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도권의 1월 지수도 전달의 108.8보다 낮은 105.3으로 집계됐다. 경기는 전달 109.1에서 105.6으로, 인천은 전달 109.6에서 104.0으로 낮아지는 흐름을 보였다.

대구(95.0→92.2)에서는 지수가 보합국면에서 하락국면으로 전환됐고, 집값 하락세가 상대적으로 뚜렷해진 세종은 74.5를 기록하며 3개월 연속 하강국면에 머물렀다. 광주(120.5→113.5)와 충남(124.0→111.8), 전북(125.3→111.9), 경남(120.0→114.1), 제주(120.8→111.9) 등 5곳은 상승국면에서 보합국면으로 전환됐음이 확인됐다.

전세시장에서의 심리지수도 하락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전국의 전세시장 소비심리지수는 98.9를 기록하며 지난해 9월 이후 넉달째 하락하는 흐름을 이어갔다. 작년 9월~올해 1월의 월별 지수는 차례로 119.3→111.7→105.8→100.0→98.9 등을 기록했다.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가 보합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해서 집값이 하락세로 전환됐다고 이해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지금 시점에서는 다만, 우상향 흐름이 완만해지고 있음을 말해준다고 보아야 한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이 최근 공개한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통계를 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여전히 플러스 값을 나타내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4월(0.95%)을 제외하고는 매달 1%대를 기록하다가 12월에 가서야 0.46%로 내려갔다. 상승세가 완만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상승세 둔화는 하반기로 가면서 점차 뚜렷해졌다. 이는 집값이 고점에 가까워졌다는 인식이 조금씩 확산된 데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대출규제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겹쳐진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작년 말부터 주택 거래가 급감하면서 아파트가격 상승세가 눈에 띄게 둔화됐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은행 자료는 지난 한 해 동안 아파트 매매가와 전셋값이 동반상승했지만 그 중에서도 매매가가 전셋값보다 더 많이 올랐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지난달엔 전국 아파트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66.0%를 기록하며 전달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문재인 정부 출범 시점이던 2017년 5월 75.6%를 기록했었다. 그러나 집값이 무서운 속도로 오르는 바람에 아파트 전세가율은 오히려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전세가격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아파트 매매가가 워낙 큰 폭으로 상승한데 따른 현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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