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일부 주거 지역에 적용돼온 토지거래허가제의 연장 여부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핵심은 서울시가 해당 지역을 토지거래허가 대상으로 재지정할지 여부다. 서울시는 우선 다음달 26일 지정 기간이 만료되는 압구정동과 여의도동·목동·성수동 지역에 대한 재지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효력이 만료되기 전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현재 서울에서는 잠실동·삼성동·대치동·청담동과 압구정동·여의도동·목동·성수동 일대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잠실동 등에 대한 토지거래허가제 적용은 2020년 6·17부동산대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이들 지역에 대해서는 이듬해 한 차례 재지정이 이뤄졌고, 그 결과 오는 6월 22일 기간이 만료된다.

이들 지역에서는 토지는 물론 집을 사고파는 일에 극심한 제약이 가해진다. 일정 규모 이상의 집을 팔려면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말은 토지거래허가이지만 이는 하나의 빌미일 뿐 해당 지역에서 주택 거래를 제한하자는 게 제도 도입의 실제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지자체장의 거래 허가는 매입자 실거주가 확실한 경우로 제한된다. 전세를 끼고 주택을 파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직접적인 목표는 갭투자를 통한 부동산 투기의 억제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압구정동, 삼성동 아파트촌. [사진 = 연합뉴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압구정동, 삼성동 아파트촌. [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이 제도는 숱한 문제점과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재산권이 침해되는 것은 물론 집을 마음대로 팔거나 살 수 없다 보니 결과적으로 거주이전의 자유까지 침해된다는 게 가장 중요하고도 근본적인 문제로 거론된다. 더구나 현 정부 들어 임대차 관련법이 바뀌면서 ‘2+2년 계약’이 일반화된 탓에 상당 기간 동안 실거주 목적의 주택 매입조차 불가능해지는 일이 발생하는 등 기본권 침해 정도가 더욱 심화됐다.

이 제도를 서울 도심 주택밀집지에 적용하는 것은 법 제정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1979년 첫 선을 보인 이 제도의 도입 취지는 필요시 신도시 예정 지역이나 그린벨트 등에 적용해 국토개발을 체계적으로 하려는 데 있었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지금처럼 서울 도심의 인구밀집 지역에, 그것도 토지를 끼고 있다는 이유로 주택에 이 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편법적 행위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최근 서울의 고가 아파트를 뚜렷이 타깃으로 정한 뒤 규제의 고삐를 더욱 조이는 방향으로 관련 법령을 손질했다.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부동산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의결한 일이 그것이었다. 이 조치로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땅은 물론 집을 사고 팔 때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 더욱 확대됐다.

정부는 시행령 및 규칙 개정을 통해 주거지역의 토지거래허가 기준면적을 기존 180㎡에서 60㎡로 축소조정했다. 서울의 경우 허가기준 면적을 허용치의 10%선에서 운용하고 있는 만큼 허가기준은 기존 18㎡에서 6㎡로 줄어들게 된다.

현행법은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지자체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할 때 법령상 기준면적의 10~300% 범위에서 기준을 따로 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와 경기도 등 수도권 지자체들은 법령상 허용치의 10%를 허가기준으로 정해두고 있다.

특기할 점은 오세훈 시장이 취임한 서울시조차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아온 토지거래허가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현재 자치구 등의 의견을 두루 듣고 시장상황을 참고해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로 미루어볼 때 만기가 도래하는 지역들에 대해 재지정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 문제에 대해 공약을 내놓은 바도, 언급한 바도 없다는 점 또한 그런 판단을 뒷받침해준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아파트들. [사진 =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에 있는 아파트들. [사진 = 연합뉴스]

오 시장이나 윤 당선자 모두 서울의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대한 규제를 풀었다가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거릴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 시장의 경우 목전에 닥친 6·1지방선거를 의식해 부동산 시장 동향에 더욱 민감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이유로 4월과 6월 차례로 만기를 맞는 서울시내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대해 재지정 결정을 내릴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도심 주택지에 대한 토지거래허가제는 소수일망정 해당 시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시장원리에도 맞지 않는 제도다. 그야말로 편법적 수단인 만큼 불가피하다면 극약처방용으로, 적용 기간을 최소화해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게 옳다.

단기적이고 부분적인 부작용을 수반하더라도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에는 일정한 철학이 깃들어야 한다. 그런 철학을 통한 일관된 메시지 없이 땜질식 규제에 의존하다 보면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결국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답습하게 된다. 지금 서울 지역에 적용되고 있는 토지거래허가제는 시장원리를 강조하는 국민의힘의 국정철학에도 어긋나는 제도다.

서울 주택지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제는 더 이상 연장하지 않는 형식을 빌려 자연스레 폐지되도록 하는 게 옳다. 물론 부작용에 대한 처방은 따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설사 적절한 대안을 당장 마련할 수 없다 할지라도 주택 밀집지에 대한 토지거래허가제는 결코 정답이 될 수 없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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