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 부담 완화 방안 마련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주택 보유세 감경 방향에 대해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동의하는 입장을 드러내왔다. 다만, 완화 정도를 두고는 여권 내부에서 의견 충돌이 이뤄지고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부동산 보유세 감경에 더 적극적이다. 곧 여당이 되면 관련 공약 실천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보유세 폭탄이 민주당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 후유증이라는 인식이 그 배경을 이룬다.

선제적으로 구체적 행동에 나선 쪽은 정부다. 정부는 최근 들어 부동산 보유세 감경 방안을 강구해왔다. 그 결과 올해분 재산세와 1가구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낮추는 구체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2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리는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최종 방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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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검토 중인 방안은 보유세 부담을 지난해 또는 재작년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 세부 실행방안으로는 공시가격 조정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공시가격을 작년 또는 재작년 수준으로 묶어두면 보유세 부담이 1~2년 전 수준에 머무는 효과를 낼 수 있어서이다.

단, 여기엔 공정시장가액 비율이 작년 수준에 머문다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적용해 과세표준을 정하는 만큼 공시가격을 과거 수준으로 묶어도 이 비율이 높아지면 올해 보유세는 일정 정도 상승하는 결과를 보이게 된다.

현행 지방세법과 종부세법에 의하면 재산세와 종부세의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관련 시행령을 통해 각각 40~80%, 60~100% 범위 안에서 조정할 수 있다. 올해 재산세와 종부세의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각각 60%와 100%로 정해져 있다.

정부가 23일 발표할 올해분 보유세 경감 방안에는 공시가격을 2020년 또는 2021년 수준에서 묶는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시장가액 비율의 손질은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한 것이어서 정부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 실천할 수 있다. 반면, 올해분 공시가격을 변경하려면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가 올해분 공시가격 손질 방안을 확정할 경우 국회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즉, 정부가 올해 보유세를 산정할 때 작년 또는 재작년의 공시가격을 쓰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국회에 요구하면 국회가 관련법 개정을 의결해줘야 한다는 의미다.

조세특례제한법은 조세의 감면이나 중과(重果) 등을 통해 과세의 공평성을 기하거나 조세정책의 효율성을 높일 목적으로 제정된 법이다. 따라서 세액 감면이나 공제는 물론 이번처럼 특례세율을 정하는 일 등은 이 법률에 근거해 이뤄질 수 있다.

법률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여당과 국민의힘 모두 주택 보유세 부담 완화에 공감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당 내부에서는 보유세 부담 완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일부 제기되고 있어 법률 개정 과정에서 다소간의 진통이 수반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당선인이 선거 운동 과정에서 보유세의 재작년 수준 동결과 종부세 폐지(재산세로의 통합) 방침을 밝힌 터라 보유세 부담에 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 논의 과정에서 실행 방법과 부담 완화폭을 두고 여야 간 설전이 벌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여당 내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부동산 보유세 부담 완화에 나서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대로 가면 그러지 않아도 ‘세금 폭탄’ 논란을 낳고 있는 주택 보유세 부담이 올해 또 한 번 폭증할 것이란 전망이 그 첫째다. 지난해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은 전국 평균 19.07%나 상승했다. 상승 행진은 그 뒤에도 이어져 올해에도 20% 정도의 상승률이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대로 두면 주택 보유세는 또 한 번 급증하게 돼 집주인들의 반발을 키우는 한편 임대료 상승을 자극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정부·여당이 부랴부랴 주택 보유세 감경에 나서는 데는 6·1지방선거 때 부동산 정책 오류가 다시 이슈화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깃들어 있다.

설사 이번에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 할지라도 올해분 부동산 보유세는 감경 수순을 밟게 될 것이 확실시된다. 새로 출범할 윤석열 정부가 보유세 부담 완화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공약을 감안하면, 새 정부는 올해 부동산 보유세를 최소 2020년 수준에서 묶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내년 이후에도 부동산 보유세를 낮추는 쪽으로 세제 개편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당선인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관련법 개정이 여의치 않더라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의지를 관철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 해에 공시가격을 19%나 올리는 국가가 어디 있나”라고 반문한 뒤 시행령 개정을 통해 주택 보유세 부담을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대한 공시가격은 1월 1일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이를 토대로 그해 6월 1일 현재 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삼아 6월과 9월에는 재산세, 12월엔 종부세를 부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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