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정부가 1가구 1주택자의 올해분 보유세 부담을 지난해 수준으로 낮춰주기로 했다. 다주택자는 이번 조치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1주택자 다주택자를 가릴 것 없이 내년부터 연쇄적으로 터질 보유세 폭탄의 뇌관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둔 채였다. 부담 완화 시혜 대상을 ‘올해분 1주택자 보유세’로 제한한 탓이다.

1주택자에 대해서도 재산세는 완전 동결시키기로 했지만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대체로 일정 부분 늘어나도록 놔두었다. 올해 공정시장가액 비율이 재산세의 경우 작년과 동일한 60%이지만 종부세 계산 시엔 그 비율이 지난해 95%에서 100%로 올라가도록 방치한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공시가격을 작년 수준으로 묶더라도 1주택자 종부세는 일정 부분 늘어나게 된다. 종부세의 과세표준은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곱해 결정된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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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지난해 공시가격이 이번 종부세 과세 기준선인 11억에 못 미쳤으나 이제 그 이상으로 올라간 경우라면 올해 종부세를 한 푼도 안 내게 됐다. 공시가격 기준선이 11억원으로 상향조정됐지만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하면 올해분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이런 케이스에 해당하는 1주택자들은 재산세는 작년 수준에서 묶이고 종부세는 한 푼도 내지 않게 됨으로써 이번 조치의 최대 수혜자란 평을 듣게 됐다.

실제 사례로 서울 광진구의 광장현대 84㎡를 보유한 1주택자를 들 수 있다. 해당 주택 소유자는 올해 공시가격이 작년(10억3800만원)보다 크게 올라 12억100만원이 됐지만 재산세만 310만원 정도 내게 됐다. 올해 종부세 대상 범위에 들었지만 작년 공시가격 적용에 따라 종부세 0원의 혜택을 누리게 된 덕분이다. 이 집 한 채만 소유한 사람은 이번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면 종부세 105만원을 따로 내야 한다.

이상에서 언급했듯이 올해의 경우 1가구 1주택자라 할지라도 재산세는 지난해 수준에서 동결되지만 종부세는 공시가격에 따라 작년보다 대부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 공시가격이 작년치보다 낮거나 같을 경우엔 올해분 공시가격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세종 지역 등을 고려한 조치다. 세종시 주택들의 올해 공시가격은 대개 작년보다 내려갔다.

결국 이번 조치의 핵심은 재산세 동결이라 할 수 있다. 정부도 이 점을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1주택자라면 누구도 재산세가 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작년보다 올해 더 많은 재산세를 내야 하는 경우엔 작년 부과액을 내도록 예외 규정을 마련해서라도 세 부담이 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재산상의 이익을 가장 크게 누릴 대상은 초고가의 ‘똘똘한 한 채’만 지닌 1주택자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전년도 공시가격이 적용됨에 따라 공정시장가액비율 상승(5%포인트)에 의한 인상분만 더 내는 혜택을 누리게 됐다.

예를 들면 서울 서초구의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의 경우 올해 공시가격이 지난해 23억4000만원보다 13.97% 오른 26억6700만원으로 매겨졌다. 그러나 이 집에 올해 부과되는 보유세(재산세+종부세)는 작년 공시가격이 적용됨에 따라 전년(1792만원)보다 5.06% 오른 1883만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치에 따라 이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는 655만원의 보유세 감면 혜택을 누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초 반포 자이 전용 84㎡ 주택의 경우 올해 공시가격이 작년(22억4500만원)보다 16.04% 오른 26억500만원으로 책정됐다. 그러나 작년 공시가격이 적용됨에 따라 올해엔 작년(1653만원)보다 3.99%만 늘어난 1719만원의 보유세를 내게 됐다. 이 집에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한다면 보유세는 2414만원으로 늘어난다.

이들이 내는 보유세 자체는 여전히 작다 할 수 없지만 다주택자들에게 매겨지는 징벌적 과세에 비하면 부담이 크게 가벼워졌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예를 든 반포 자이와 광장현대 아파트 두 채를 지닌 집주인이라면 올해 보유세로 1억1668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지난해 보유세 8814만원보다 32.4%나 상승한 액수다. 이 집주인은 해당 주택을 한 채씩 지닌 사람이 각각 내는 보유세 합계액(1719만+310만원) 2029만원의 5배 이상을 올해에 물어야 한다.

일종의 특례조치인 이번 방안이 관철되려면 국회가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야 한다. 정부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이번 보유세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한 뒤 국회에 제시했다. 그러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보유세 경감 정도가 더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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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모두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부담 완화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어서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부담을 지난해가 아닌 2020년 수준에서 동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내 이견이 있지만 6·1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부동산 민심이 전반적으로 흉흉해진데다 세금만 대폭 늘어났다는 1주택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게 그 배경이다. 올해 보유세의 2020년 수준 동결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주장과도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문제는 1주택자의 올해 수혜폭을 확대한다고 해서 과세 폭탄 논란이 해결될 리 만무하다는 점이다. 정부 조치가 발표된 이후 혜택에서 소외된 다주택자 등의 불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 하는 것부터가 시급한 과제로 등장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번 정부 조치가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무원칙하고 비합리적인 과세 행정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국회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내년 이후 과세 행정은 어떻게 할지, 다시 말해 그때 가서도 지금처럼 매년 임기응변식 편법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인지 등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입장에 처했기 때문이다.

골칫덩이 과제를 넘겨받아 곤혹스럽기는 윤석열 예비 정부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다급한 대로 국회가 올해분 주택 보유세의 기준 공시가격을 변경한다 해도 진짜 과제는 고스란히 새 정부로 넘어가게 돼 있다. 새 정부는 누더기가 돼버린 관련 세법을 개정하기 위해 여당과 힘겨루기를 해나가는 한편 행정부 내부 논의를 통해 관련법 시행령 등을 차근차근 정상화시켜 나가야 하는 힘든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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