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올릴 것인가, 말 것인가. 한국은행이 오는 14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문제를 논의한다.

국내외 환경은 기준금리 인상을 재촉하는 쪽으로 변해가고 있다. 미국이 오랜 제로금리 시대를 마감하고 이미 기준금리 인상 행진을 시작한 것이 그런 분위기를 대변해준다. 미국에서는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다음 달부터 한 번에 0.5%포인트씩 큰 걸음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다.

연준이 연내에 도달해야 할 기준금리의 목표점이 2%대임을 시사하는 통화정책 관계자의 목소리도 나왔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최근 미국 중립금리의 추정치를 2.25~2.50%로 제시했다. 적정 수준의 기준금리를 지칭하는 중립금리는 사실상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목표점이라 할 수 있다. 에번스 총재는 연준이 연내엔 중립금리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사진 =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사진 = 연합뉴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0.25~0.50%로 한은 기준금리 1.25%보다 최대 1%포인트 낮게 형성돼 있다. 하지만 연준이 ‘빅 스텝’으로 두 번만 기준금리를 올려도 두 나라 간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 이럴 경우 우리로서는 외화 자금 유출부터 걱정해야 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를 넘어섰을 정도로 심각해진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비롯됐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넘어섰고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중앙은행의 제1목표가 물가 안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은의 통화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4.1%)은 한은이 당초 예상했던 올해의 연간 전망치(3.1%)를 크게 뛰어넘은 수준이다. 3%대 물가는 벌써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한은 금통위 내부에서도 지난 2월 통화정책 회의를 계기로 이미 기준금리 추가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나타난 3%대 물가 상승률이 그 이유였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도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에둘러 강조하고 있다. 그는 자신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 기획재정부 소속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보낸 서면질의의 답변을 통해 “한국은행이 금리 시그널을 통해 경제주체들이 스스로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을 통해 자발적 가계부채 관리를 유도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완화시키는 것이 시급한 정책과제라는 점도 답변을 통해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한·미 간 기준금리 차 축소 및 역전 현상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단기적으로는 자본유출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원화가치 절하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한·미 간 금리격차(미국이 더 높은 상황 지칭)가 커지면 원화가치가 절하될텐데 그것이 물가에 주는 영향을 조금 더 우려하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그는 이번 금통위 회의에 참여할 수 없다. 다만, 그의 발언 내용을 고려할 때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적어도 5월부터는 금통위 회의를 주재하며 기준금리 인상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가 윤석열 정부의 정책에 공조하려는 차원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적극성을 보일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윤 당선인은 이달 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물가를 포함한 민생안정 대책 마련을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삼으라고 지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은의 결정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전문가 전망을 취합하자면 한은이 이번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과 동결할 가능성은 반반이다. 금리 상승 추세를 부인하기는 어렵지만 한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 의견이 적지 않아서이다.

동결 전망의 배경으로 꼽을 수 있는 요인으로는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 금리 인상의 인플레이션 억제 효과에 대한 의문, 금융 취약계층의 이자 비용 증가 우려 등이 지목된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에 부담을 준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연준이 긴축 속도를 높이는 이면에는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하지만 한은도 연준처럼 우리 경제가 기준금리 인상을 감당하리라 자신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한은은 지난 2월 우리 경제의 올해 성장률을 3.0%로 제시했다. 주목할 점은 여기에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반영돼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는 당초 예상과 달리 장기화되면서 세계 및 우리 경제에 의외로 큰 충격을 가하고 있다.

경제에 주는 부담에 비해 기준금리 인상이 물가를 억제하는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금의 고물가가 수요 측면이 아니라 공급 측면에서 비롯된 현상이라는 점이 그 배경을 이룬다. 지금의 고물가는 생산량의 인위적 조절에 의한 국제유가 상승과 원자재·곡물 등의 공급난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는 의미다.

기준금리 인상이 몰고 올 가계부채 이자 부담의 증가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창용 총재 후보자의 말대로 금리 시그널이 가계부채의 자체 관리를 강화할 수 있지만 이미 커져버린 가계부채는 두고두고 골칫덩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통위가 의장(한은 총재) 공석 상태에서 금리 인상을 결정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상황이 이런 만큼 5월에 열릴 연준의 FOMC 회의 결과를 지켜본 뒤 금통위가 금리 인상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준 FOMC와 한은 금통위의 5월 통화정책 회의는 차례로 3~4일(이하 현지시간)과 26일 열린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이번엔 한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 예상했다. 박 실장은 “(신임 총재가) 취임 후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시그널을 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6일 채권 보유자 및 운용 관계자 1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12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번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 비율은 50%였다. 동결 전망 역시 50% 비율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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