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올해 3%대 성장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애초부터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1분기 성장 실적이 기대치를 낮추는 역할을 했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은 0.7%(전기 대비)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로는 3.1%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하지만 대외여건상 2~4분기 성장률이 이 정도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연간 성장률 3%대 달성은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경제의 성장률은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으로 2020년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1.3%와 -3.2%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 다음 분기부터 2.2%, 1.1%의 플러스 성장을 달성했다. 작년 1~4분기의 성장률은 차례로 1.7%, 0.8%, 0.3%, 1.2%를 기록했다. 그러나 상승하는 듯하던 성장률 수치는 올해 1분기 들어 다시 축소되는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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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성장에 부담을 준 주요인으로는 코로나19 대유행의 지속과 세계적 공급망 차질,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강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발생한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꼽힌다. 최근 새롭게 불거진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강화도 성장을 억제하는 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적 경제 환경의 악화를 감안,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3.0%에서 2.5%로 낮추어 제시했다. IMF는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3개월 전보다 0.8%포인트 낮추었다. 수정 전망치는 3.6%였다. 중국과 미국, 유로존의 성장률 전망치도 각각 4.8→4.4%, 4.0→3.7%, 3.9→2.8%로 수정 제시됐다.

한국은행 황상필 경제통계국장은 우리가 올해 3%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남은 분기마다 0.6~0.7%의 성장세를 이어가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수출에 대한 전망이 대외 여건 악화로 그리 밝지 않다는 취지를 밝혔다. 다만 반도체와 자동차 등의 수요가 회복되고 있는 만큼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

한은은 제반 여건 변화를 참고해 다음 달 중 올해 성장률에 대한 수정 전망치를 내놓는다. 한은이 지난 2월 제시한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는 3.0%였다. 상·하반기의 전년 동기 대비 전망치는 각각 2.8%와 3.1%였다. 국제적 환경 변화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이 수치만 놓고 보면 1분기 성장률은 그리 나쁜 편이 아니다. 전반기 전망치가 2.8%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1분기의 전년 동기 대비 3.1% 성장률은 오히려 양호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대외 여건이 두 달여 전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크게 악화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가 2월 하순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했고, 3월 말 중국의 기습적인 상하이 봉쇄 등 돌발 악재가 연이어 추가된 것이 직접적 원인이다. 새 변수 등장으로 곡물과 국제 원자재 값의 상승흐름이 더욱 강해졌고 글로벌 공급망 개선에 대한 기대도 약화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낮추어 2%대로 수정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수출 외에 또 하나 기대할 것은 소비와 투자 확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정점을 지나면서 거리두기 규제가 사실상 사라지다시피한 결과 내수가 증대된다면 성장에 자극이 될 수 있다. 곧 들어설 윤석열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다면 이 또한 성장률을 다소나마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물가 상승세가 만만치 않아 추경 편성에 대한 부담이 이전 정부 때보다 커졌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1분기 성장률을 주도한 것은 역시 수출이었다. 1분기 수출은 반도체와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4.1% 증가하면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주었다. 지출항목별 성장 기여도는 순수출이 1.4%포인트인 것으로 집계됐다. 내수가 플러스·마이너스 제로만 유지했어도 우리의 1분기 성장률이 1.4%를 기록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0.7%포인트를 기록했다. 그 결과 1분기 전체 성장률은 0.7%에 머물게 됐다.

지출 주체별로 보면 민간이 성장을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중 민간의 성장 기여도가 1.3%포인트였던데 반해 정부의 성장 기여도는 -0.6%포인트에 그쳤다.

1분기의 부문별 성장률은 민간소비가 0.5% 감소해 눈길을 끌었다. 의류와 신발 등 준내구재와 오락문화·운수·음식숙박업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부진이 이어진 탓이다. 설비투자는 4%, 건설투자는 2.4% 각각 감소했다. 이를 종합하면 수출로 끌어올려진 성장률이 내수 부진에 의해 상당 부분 잠식됐다고 정리할 수 있다.

한편 1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교역조건 악화의 영향으로 GDP 성장률에 다소 못 미치는 0.6% 증가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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