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봄철에 맞춰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됨으로써 활동량이 늘고 있지만 소비가 기대만큼 되살아나기는 힘들게 됐다. 10수년래 최고치로 치솟은 물가가 소비를 ‘집콕’ 때 못지않게 위축시키고 있는 탓이다.

3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4.8%였다. 반년 넘게 고공행진 중인 물가가 꺾이기는커녕 전달보다 0.7%포인트나 더 높아진 것이다.

장기화 국면에 들어선 고물가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기존의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진전 없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유가와 원자재, 곡물 값 상승행진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 첫째 이유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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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감염병 사태가 점차 풀려가면서 수요가 더 늘어나는 것도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 동안 세계적 고물가가 공급 측면에 주로 기인했다면, 이제부터는 수요 측면의 요인까지 고물가를 자극하는데 가세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우리의 경우 나름의 국내 요인까지 덤으로 안고 있다. 현 정부가 탈원전과 맞물린 정책 의지로 장기간 전기료를 억눌러온 게 대표적 요인이다. 한계 상황에 닥친 전기료 인상 자제는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탈원전 정책에 따라 커질 대로 커진 한국전력의 적자를 줄여주려면 새 정부에서는 전기료를 거듭 인상해줄 수밖에 없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개인 서비스 가격이 상당폭의 오름세를 지속한 가운데 전기·가스·수도 가격의 오름폭이 확대됐다”며 “4월 물가 상승률 확대는 석유류와 전기·가스 요금의 오름폭이 커진데 주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물가 흐름에 대해서는 “상당폭의 오름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면서 “당분간 오름세를 크게 둔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금의 고물가 흐름이 경기 과열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도 문제라 할 수 있다. 경제성장이 더디게 이뤄지는 가운데 고물가가 장기간 지속되면 자칫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의 고물가 현상은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을 기존치보다 0.5%포인트 낮춘 2.5%로 수정제시했다.

통계청이 집계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6.85(2020년 100 기준)로 1년 전보다 4.8% 상승했다. 이는 2008년 10월(4.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로써 국내 소비자물가는 두 달 연속 4%대 상승률을 기록하게 됐다.

더욱 신경 쓰이는 부분은 물가가 가파른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물가는 지난해 10월부터 3%대 상승률을 기록해오다 올해 3월(4.1%) 4%대로 더 높아지더니 지난달엔 5% 선을 넘보는 단계에 이르렀다.

지난달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은 석유류 등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였다. 이들 둘의 물가상승률 기여도는 전제 물가상승률 4.78% 중 4.10%포인트를 차지했다.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각각의 상승률 기여도는 2.70%포인트와 1.40%포인트였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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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물가에서도 석유류(34.4%)의 상승률이 특히 두드러졌다. 석유류의 종류별 상승률은 휘발유 28.5%, 경유 42.4%, 자동차용 LPG(액화석유가스) 29.3% 등이었다. 석유류 가격 상승률은 전달에도 30%대를 기록했었다.

가공식품(7.2%)을 포함하는 공업제품 가격은 7.8% 상승률을 보였다. 전달 오름세가 무뎌지는 듯했던 농축수산물 가격도 4월엔 축산물(7.1%) 상승의 영향으로 1.9% 올랐다. 세부적으로는 수입 쇠고기가 28.8% 상승했고 돼지고기는 5.5%, 포도 23.0%, 국산 쇠고기 3.4% 등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반면 파(-61.4%)와 사과(-23.4%) 등의 값은 하락세를 보였다.

전기와 가스·수도 요금도 한전의 기준연료비 및 기후환경요금 상향 조정,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가스 요금 인상 등으로 6.8% 상승했다. 세부적으로는 전기료가 11.0%, 도시가스가 2.9%, 상수도료는 4.1% 상승률을 보였다.

서비스 물가도 3.2%로 작지 않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개인서비스(4.5%) 중 외식이 6.6% 올라 눈길을 끌었다. 이는 1998년(7.0%) 이후 최고치로 지난달과 동일한 수치다. 개인서비스는 재료비와 인건비 등의 원가 상승 요인이 누적된데다 수요 측 압력이 커지는 바람에 오름세를 이어간 것으로 분석됐다.

집세는 2.0% 상승했다. 전세와 월세는 1년 전보다 각각 2.8%, 1.0% 올랐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는 3.6% 상승했다. 이는 2011년 12월 3.6% 상승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체감물가를 말해주는 생활물가지수는 2008년 8월(6.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5.7% 상승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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