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대한 전망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세계적 고물가 흐름을 타고 국내 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하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행보에 속도가 붙고 있는 점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빠르게 전개될 것이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의 박석길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은 4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내년 초면 2.75%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한국은행이 올해 남은 다섯 번의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네 번 연속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린 뒤, 내년도 첫 회의에서 추가 인상을 한 차례 더 단행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박 본부장은 우선 한은이 이달 26일 열리는 금통위 회의와 이후 열리는 7, 8, 10월 회의에서 연속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또 한은이 내년 1월 금통위 회의에서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의 전망대로라면 한은은 올해 마지막 금통위 회의가 열리는 11월을 제외하고는 내년 1월까지 매 회의 때마다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 =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 = 연합뉴스]

그럴 경우 한은 기준금리는 올해 10월 2.50%, 내년 1월이면 2.75%까지 치솟는다. 이 같은 시점별 전망치는 종전 것보다 각각 0.50%포인트씩 높은 수치들이다.

한은은 지난달에도 기준금리를 1.25%에서 1.50%로 올린 바 있다. 당시 금통위 회의엔 이창용 신임 총재가 불참했지만 참석위원 6명 전원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지지했다.

박 본부장은 한은 기준금리가 기존 예상보다 가파르게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는 근거 중 하나로 4월 금통위 회의록을 거론했다. 그는 4월 금통위 회의록이 예상보다 매파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고 분석하면서 구체적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치의 상호작용에 의한 ‘2차 효과’ 우려를 지목했다.

그는 금통위의 정책금리 정상화 의지가 의사록을 통해 전달됐다고 지적하면서 그 같은 의지는 데이터를 강조하는 이창용 신임 총재의 정책방향과도 일치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은이 공개한 4월 금통위 회의 의사록에는 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할 2차 효과를 우려하는 의견이 담겨 있다. ‘일부 위원’은 또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기저에는 공급 측 요인 외에 수요 측 요인에 의한 수요압력도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물가상승 요인들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나아가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 과정에서 금융안정을 불안케 하는 요인들이 나타날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정책의지 전달을 통해 기대인플레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선제적으로 긴축 의지를 드러냄으로써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심리를 완화시킬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 발언이라 할 수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기류를 타고 국내 소비자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반 년째 이어지는 고물가 현상은 적어도 올해 연말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제유가와 원자재 및 곡물 가격 상승이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자물가의 고공행진은 한동안 더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 시차가 얼마나 길지, 영향의 강도가 어느 정도일지는 시간이 좀 더 지나야 파악될 수 있을 듯하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25일 기자들과 가진 첫 간담회에서 이 부분에 대한 금통위의 고민이 있을 것이라 밝혔었다. 그는 4월 금통위 회의에서도 4% 이상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고려됐다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간담회에서 물가관리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물가 상승, 성장 둔화 모두 우려되지만 전반적으로는 물가가 더 걱정스럽다”며 “어떤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릴지는 데이터를 보고 금통위원들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은 성장 둔화를 일부 용인하는 한이 있어도 통화정책을 통해 물가가 지나치게 오르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연준이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리려 하는 점도 한은의 긴축 의지를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5일 새벽(한국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감하면서 기준금리 결정 내용을 발표한다. 시장의 대체적 전망은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모아져 있다.

이번 회의에서 양적긴축(대차대조표 축소) 일정이 결정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지 언론들은 연준이 조만간 매달 950달러(약 120조원) 정도의 양적긴축 이행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 시점이 이번 달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과 별개로 그 정도의 달러화가 매달 중앙은행으로 흡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총재는 이번 FOMC 회의 결과가 이달 한은 금통위 회의 결과에 영향을 줄 것이라 전제하면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이상 올릴 수 있는데, 그 이후의 자본 유출입이나 환율 흐름 등도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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