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비트코인 가격이 3만 달러 선도 위협받을 만큼 하락세롤 보이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9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3만1000달러 아래로 내려가며 3만 달러선 유지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비트코인은 하루 전만 해도 3만4000달러대를 지켰었다. 비트코인 가격 3만 달러 선은 지난해 11월의 역대 최고치(6만9000달러)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이는 비트코인 가격의 하락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국내 시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10일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은 4000만원 선을 위협받는 지경을 맞았다. 이날 오전 9시35분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개당 4036만원 선까지 추락했다. 같은 시각 빗썸에서도 비트코인 가격은 4012만원 선으로 하락했다.

두 곳 모두에서 불과 24시간 만에 가격이 10% 이상 폭락한 것이다. 이날 오후 업비트에서의 비트코인 가격은 다소 회복세를 보였지만 최근 일주일여 동안의 추세를 보면 확연한 가치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비트코인 국내 가격이 4000만원 선까지 내려가기는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이다.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비트코인 가치 하락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원인으로는 미국에서 거론되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저성장 기조 속에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을 지칭한다.

스태그플레이션 논란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에 박차를 가하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연준은 지난 4일 정례 통화정책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나 올린 뒤 추가 인상까지 강하게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이어 두어 번 더 ‘빅 스텝’으로 기준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을 내비쳤다. 앞으로 최대 3회에 걸쳐 0.5%포인트씩 인상할 가능성을 흘린 셈이다. 이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는 오는 9월까지 최고 2.25~2.50% 수준으로 올라가게 된다. 현재 기준금리는 0.75~1.00%다.

정책금리가 급상승하는 것만으로도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는 크게 위축되기 마련이다. 증시와 가상화폐 시장의 온기가 식어들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여기에 스태그플레이션 공포(일명 S의 공포)까지 깃들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기피 심리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게 지금의 시장 상황이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는 것 중 하나가 최근 뉴욕증시의 흐름이다.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들은 한 달 이상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5주 연속, 다우지수는 6주 연속 하락 중이다. 9일에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지수는 차례로 1.99%, 3.20%, 4.29% 하락했다.

뉴욕증시 하락의 원인으로는 연준의 긴축 강화 외에 글로벌 공급망 차질, 장기화 국면에 들어선 우크라이나 사태, 그로 인한 원자재 및 곡물가격 상승, 커져가는 중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 등등을 꼽을 수 있다. 국제경제 환경의 악화로 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8%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연준의 금리인상 및 양적긴축 행보를 재촉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 하락을 자극하는 것은 연준의 긴축기조만이 아니다. 최근 들어 비트코인이 뉴욕증시와 동조화 현상을 강화해가고 있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뉴욕증시의 주가지수와 비트코인 가격이 비슷한 흐름을 타고 움직인다는 뜻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뉴욕증시의 주요지수 중 하나인 S&P지수와 비트코인의 최근 40일간 상관관계 지표는 0.82를 나타냈다. 이 수치가 1이면 두 개 자산 가치의 흐름이 완전한 동조현상을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치가 -1이면 정 반대 흐름을 보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요즘 들어 가치하락에 시달리는 것은 주식이나 비트코인 같은 위험자산뿐만이 아니다. 전통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던 미 국채도 최근엔 크게 각광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이 미 국채금리의 상승세다. 요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년 만에 최고 수준인 3%선을 넘어서면서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국채 금리 상승은 시장 금리 전반을 끌어올림으로써 상장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 부담을 키우게 된다.

국채 금리가 상승한다는 것은 채권값이 하락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채권값 하락은 채권이 투자 자산으로서 큰 매력을 얻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미 채권이 위험회피 수단으로서 별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또 하나의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값도 맥을 못추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9일 온스당 금의 현물가격은 전날보다 1.3% 내린 1859.66달러를 기록했다. 금 가격 하락세는 3주째 이어지고 있다.

금리 인상 추세와 경기침체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요즘 유난히 각광받는 것이 미국 달러화다. 불확실성이 확산되는 분위기 속에서 믿을 건 미 달러화밖에 없다는 심리를 반영하듯 그 가치는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이날 미국 CNBC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장중 한 때 104.2를 기록하며 2002년 12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달러인덱스는 10여일 전만 해도 102선에 머물러 있었다.

양론이 있지만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 의견이 상존한다. 투자의 귀재로 소문난 워런 버핏은 최근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 가격이 아무리 떨어지더라도 자신은 그것을 구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가상화폐가 아무것도 창출하지 못하고, 그저 투자수단으로만 기능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주열 전 한국은행 총재의 “내재가치가 없다”는 발언과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하지만 화폐로서의 가치를 인정하는 목소리도 만만치않은 게 사실이다. 지난달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남미의 엘살바도르에 이어 두 번째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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