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정부가 1가구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낮춰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다수 1주택자들의 올해 보유세는 2020년 수준으로 낮아지게 됐다. 경우에 따라서는 보유세 부담이 2년 전보다 줄어드는 혜택을 보는 이들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혜택의 크기로만 보면 공시가격 9억 초과 주택에 대한 부담 완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제도상의 허점으로 인해 공시가격 9억~11억 구간의 중고가 주택 보유자들은 상대적으로 작은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있다. 이들 구간 주택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과 및 재산세 특례세율 조정 대상에서 모두 제외돼 있어서 종부세·재산세 각각의 감경 혜택이 없거나 상대적으로 작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30일 민생안전대책을 발표하면서 올해 주택 보유세를 2020년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재산세와 종부세 부담 완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요지는 올해 재산세 부과시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하고, 종부세의 경우 지난해 공시가격 적용에 더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하향조정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재산세와 종부세 모두에서 납세자 부담이 당초 예상액보다 덜어지게 됐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주택 재산세와 종부세는 공시가격에 각각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산출한 과세표준(과표)을 기준으로 매겨진다. 과표에 구간별 세율을 적용해 재산세와 종부세 부과액이 결정되는 식이다. 현행법상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재산세의 경우 40~90%, 종부세의 경우 60~100%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돼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9·13대책을 발표하면서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매년 5%포인트씩 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 결과 발표 당시 80%였던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매년 단계적으로 올라 올해엔 100%에 이르렀다.

이후 주택 보유세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세금폭탄’ 논란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집값이 급등한데다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까지 덩달아 오름으로써 1주택자의 경우에도 보유세 부담이 급격히 오른 게 원인이었다.

정부 방침의 초점은 과표를 조정한다는데 맞춰져 있다. 과표 자체를 낮추면 세율을 손대지 않더라도 세액을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데 착안한 것이다. 세율을 손보려면 국회가 지방세법을 개정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공시가격이나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정부가 시행령 개정만으로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조정할 수 있다.

새 정부는 우선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그에 따라 연구용역과 관계부처 협의,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올해 안에 수정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문재인 정부가 2년 전 작성한 공시가격 현실화계획은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2030년까지 시세의 90% 수준으로 높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액 결정의 또 다른 변수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추는 것도 검토 대상이다. 새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해 이 비율을 영구적으로 낮추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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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공시가격 9억 이하 주택의 경우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없이 작년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보유세 부담이 2년 전과 비슷해지거나 더 낮아진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3년 기한으로 공시가 9억 이하 1가구 1주택에는 재산세율이 구간별로 0.05%포인트 인하되는 특례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1주택자의 91%가량인 6억원 이하 주택에 부과되는 올해 재산세는 2년 전보다도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6억원 이하 1주택 보유자는 2019년 수준, 6억~9억 이하 1주택 보유자는 2년 전 수준에서 올해 재산세를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공시가 9억 초과 11억 이하 1주택 보유자는 앞서 언급한 대로 이번 대책의 혜택을 상대적으로 덜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행안부 관계자는 “9억~11억 구간 1주택자는 재작년 수준은 아니지만 작년 수준으로 재산세가 동결되기 때문에 감세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혜택이 덜 하지만 이들에게도 재산세 감소 효과가 미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하는 발언이었다.

반면 11억 이상의 종부세 부과 대상 1주택 보유자들은 올해 100%로 올라간 공정시장가액비율 재조정으로 비교적 큰 종부세액 감축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일정한 폭으로 축소될 경우 비싼 집을 지닌 사람일수록 더 큰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는 민생안정대책의 본래의 취지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형평성 논란이 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부도 해결책 마련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주택의 금액대별로 공정시장가액비율 재조정의 정도를 달리하는 것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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