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5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90만명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달 기준으로 치면 증가폭은 22년 만의 최대치에 해당한다. 통계수치만 놓고 보면 고용상황이 꽤나 고무적인 듯 여겨지지만 내용은 딴판이다. 고령자가 일자리 증가를 주도하는 등 고용의 질이 여전히 좋지 않았다.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취업자 수는 2848만5000명에 달했다. 전년 같은 달에 비해 93만5000명이나 늘어났다. 5월만 놓고 볼 때 이는 2000년(103만4000명) 이후 기록된 가장 좋은 실적이다.

5월 취업현황은 수치상으론 지난 3, 4월보다 더 좋아졌다. 올 들어 국내 취업자 증가폭은 1월 113만5000명, 2월 103만7000명 등으로 호조를 보였다. 그러나 3월(83만1000명)과 4월(86만5000명)엔 증가세가 다소 주춤하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다가 5월 들어 90만을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모양새를 띠었다. 이 정도면 명목상으로는 매우 양호한 성적이라 할 수 있다. 인구 3억이 넘는 미국의 통상적인 월별 실업자 증가폭(비농업부문)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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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내용이다. 이번에도 60세 이상에서 대부분의 취업자 증가가 이뤄졌다는 점을 먼저 지적할 수 있다. 취업자 수는 모든 연령대에서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60세 이상이 전체의 49%를 점하면서 취업자 증가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5월 취업자의 연령대별 증가폭은 60세 이상 45만9000명, 50대 23만9000명, 40대 3만6000명, 30대 6000명, 20대 18만5000명 등이었다.

사회의 주축인 30대와 40대에서 취업자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난 것은 인구 구성비의 변화와도 연관돼 있다. 60세 이상이 1년 전보다 55만7000명 늘어난데 반해 40대와 30대 인구는 같은 기간 각각 7만1000명, 13만명 감소했다. 인구 구성비 변화를 고려한 결과인 연령대별 고용률은 60세 이상 46.1%, 40대 78.6%, 30대 77.1%였다. 이들 연령대별 전년 동월 대비 고용률 증가폭은 차례로 1.6%포인트, 1.2%포인트, 1.5%포인트였다.

60대 이상의 취업자가 증가분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것은 신규 취업자 상당수가 양질의 일자리를 갖지 못했음을 말해준다. 고령자의 경우 저임금 또는 임시직으로 일자리를 얻는 비율이 비교적 높은 현실이 그 배경이다. 통계청은 조사 기간에 포함되는 1주일 동안 수입을 얻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한 사람을 취업자로 분류한다.

업종별로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17만8000명)과 공공행정(9만9000명) 분야의 취업자가 일자리 증가를 주도한 점도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들 업종은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직접 만드는 일자리 사업과 깊이 연관돼 있다. 

지방선거 영향으로 협회 및 단체·수리 및 기타 개인서비스업 취업자가 4000명 늘어난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이는 6·1전국지방선거를 앞두고 일시적으로 새로운 일자리들이 만들어진 결과라 할 수 있다.

배달원을 포함하는 운수·창고업(12만명)과 농림어업(12만2000명) 분야에서도 취업자가 비교적 큰 폭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의 기세가 약화되면서 대면 서비스 업종인 숙박·음식점업에서도 취업자가 3만4000명 증가했다. 지난 3월(-2만명)과 4월(-2만7000명)의 감소세에서 탈피해 흐름이 반전됐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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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도·소매업과 금융·보험업에서는 취업자 수가 각각 4만5000명, 3만9000명 감소했다. 무인점포와 유인 매장내의 키오스크 설치 확산(도·소매업), 점포 축소(금융·보험업) 등이 원인으로 작용한 결과다.

정부는 5월 고용동향이 표면적으로나마 좋게 나타난 데는 서비스업 고용 호전과 방역인력 증원, 6·1지방선거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전년 같은 기간의 고용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도 지난달 취업자 증가폭을 산술적으로 늘리는데 큰 작용을 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수치상 실적도 앞으로는 그리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고용동향의 월별 흐름을 고려할 때 하반기 들어서는 기저효과가 갈수록 줄어들 게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전 정부와 달리 직접 일자리사업 추진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을 것이란 점도 향후 통계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주도의 직접 일자리 만들기는 지속가능하지 않은데다 재정 투입 효과도 적다는 게 중론이다.

기획재정부 김승태 정책기획과장은 “5월까지의 고용은 작년 초의 기저효과, 코로나19 영향, 직접 일자리사업의 조기 집행 등의 영향을 받아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며 “성장·물가와 관련한 대내외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고용 증가세는 앞으로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5월 중 15세 이상 고용률은 63.0%로 같은 달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1.8%포인트였다. 실업률은 1년 전보다 1.0%포인트 떨어진 3.0%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달을 기준으로 할 경우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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