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미국을 위시한 세계 주요국의 경제가 곧 침체기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같은 전망은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갖가지 신호들에 기인한다. 침체기 도래를 예고하는 신호는 하나 둘이 아니다. 이런 신호들은 최근 들어 나날이 뚜렷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세계경제의 침체기 도래 신호 중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성장세 둔화 기미다. 최근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전망에 따르면 미국의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1%(전기 대비 연율 기준)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미국 경제는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미국 경제가 기술적 침체기에 들어섰다고 볼 의미심장한 근거가 마련되는 셈이다.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애틀랜타 연은의 실시간 전망에 대한 정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경기 침체 여부 판단에는 GDP 말고도 여러 경제지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게 나온다.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아직 미국 경기의 후퇴를 공식 판단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경기 침체기 도래의 또 다른 신호로는 달러화 가치 상승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의 하락(채권값 상승)을 들 수 있다. 이는 경기 침체 우려가 증폭될 때 나타나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달러화 강세는 유로화와 거의 1대 1 맞교환이 가능해진데서 확연히 드러난다. 이는 유로존 경제의 불안감 확산과 관련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달러라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 증가와 연계돼 있다. 6일 현재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20년래 최저 수준이다.

달러화 강세는 원/달러 환율 추이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5~6일 1300원대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의 5일 종가는 1300.3원이었고, 6일 개장가는 1308.5원이었다.

3%를 훌쩍 넘겼던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2.8% 아래로 떨어지며 2년물 국채 금리와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도 이례적이다. 5일 낮 현지 시장에서는 2년물 미 국채 금리가 2.792%를 기록하며 10년물 미 국채 금리 2.789%를 넘어서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 국채 금리의 역전은 지난 3월과 6월 일시적으로 나타났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통상적으로 2년물과 10년물 금리 역전을 경기 침체의 신호로 받아들인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10년물 국채 금리가 더 높은 게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미국 CNBC는 이날의 금리 역전 현상을 두고 “경기 침체를 시사하는 깜빡이가 켜졌다”고 표현했다. 다만, 금리 역전이 의미 있는 경기 침체의 신호가 되려면 지속성을 지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시장금리의 벤치마크인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하락했다는 것은 해당 채권값이 상승했음을 의미한다. 해당 물건을 찾는 이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역시 안전자산 선호도 증가의 한 흐름이라 할 수 있다.

같은 날 서울 채권시장에서도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 또한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이날 3년 만기 및 10년 만기 물건의 금리는 각각 전장보다 12.9bp, 11.0bp하락해 3.301%와 3.379%를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내림세를 보인 점 또한 경기 침체의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5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8.2% 하락해 배럴당 100달러 미만(99.50달러)을 기록했다. 이 유종이 10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5월 이후 처음이다. 같은 날 런던거래소에서 거래된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10%가량 내려갔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국제유가가 내려간 배경엔 경기 침체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의 국제거래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것도 경기 침체 신호의 하나로 평가된다. 5일 뉴욕거래소에서 금의 온스당 가격은 전날보다 2.1%(37.60달러) 하락한 1763.90달러를 기록했다.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는 달러화 강세와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 흐름과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경제 침체기 도래설에 대해서는 일부 이견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 후퇴 국면이 임박했다고 보기엔 고용시장이 너무도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 경제가 침체기에 진입한다 할지라도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띨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른 바 ‘고용이 풍부한 경기후퇴’가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 내용이다.

신문은 과거 미국경제가 후퇴기에 접어들었을 땐 GDP가 감소하고 실업은 증가했다고 상기시키면서 ‘최근 들어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GDP 감소세 속에 실업률이 감소하는 지금의 미국내 현실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미국은 올해 1, 2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5월 실업률은 3.6%에 머물 만큼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사실상 완전고용에 가까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달 7, 8일 연이어 발표될 미국의 6월 민간(ADP) 및 정부 고용보고서에서도 실업률이 전달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예상되는 비농업 부문 고용 증가폭은 25만명이고, 예상되는 실업률은 3.6%다.

WSJ는 미 고용시장 안정이 경기후퇴를 예상하는 이들에게는 수수께끼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또 이런 현상은 미국 경제가 후퇴하고 있거나 후퇴기에 근접해 있다면 그 모습이 이전과 다를 것임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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