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소비자들의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이란 생각이 소비자들 사이에 만연해 있음이 수치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6월보다 0.8%포인트 높아진 4.7%를 기록했다. 기대인플레율은 향후 1년 동안 소비자물가가 얼마나 오를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전망을 수치화한 지표다. 소비자들의 심리를 지수화한 자료라 할 수 있다.

7월 기대인플레율은 그 자체로 관련 통계 시작(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인데다 전월 대비 상승폭에서도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2008년과 201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이 4%대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두 차례 모두 4.7%보다는 낮은 수준에 머물렀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전월 대비 상승폭이 7월 들어 더 커지면서 두 달 연속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는 사실이다. 6월 기대인플레율의 전월 대비 상승폭은 7월보다 낮은 0.6%포인트였다. 기대인플레율 상승폭의 확대는 물가불안 심리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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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진 한국은행 통계조사팀장은 7월 기대인플레율이 높게 나타난 것에 대해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6%까지 올라간데 주로 기인했다”며 “하반기에도 물가가 크게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에는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올린 것이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 11일 조사가 시작됨에 따라 응답 가구(전국 2500 조사 대상 가구중 2432곳)의 70~80%가 기준금리 인상 결정 이전에 응답을 마친 것이 원인이었다. 이 조사는 지난 18일까지 진행됐다.

응답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향후 1년 동안 소비자물가가 6%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비율이 24.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5~6% 상승과 4~5% 상승을 점친 응답 비율은 각각 19.6%, 17.2% 등이었다.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으로는 석유류 제품(68.0%)과 공공요금(48.5%), 농축수산물(40.1%) 등을 지목하는 이들이 비교적 많았다.

지난 1년 동안 소비자들이 주관적으로 느낀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물가 인식’도 5.1%로 비교적 높게 집계됐다. 전달 대비 상승폭은 1.1%포인트였다. 지난해 10월부터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이 6.0%까지 올라간 것 등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국제 원자재 및 곡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6%대의 상승률을 보였다. 국내 소비자물가는 올해 3월 4%대(4.1%)로 올라선 뒤 4.8%→5.4%→6.0% 등의 흐름을 보였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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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개월 간격을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칠 생산자물가지수 역시 가파른 상승흐름을 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6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는 전달보다 0.5% 오른 120.04를 나타냈다. 상승세는 6개월 연속 진행됐다. 다만 전월 대비 상승률은 4월 1.6%, 5월 0.7%, 6월 0.5% 등으로 점차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중국의 코로나19 관련 봉쇄에 의한 소비 감소, 국제 원자재 가격의 일부 하락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두 달 연속 9%대 후반을 기록할 만큼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한은은 9.7%로 잠정집계했던 전년 동기 대비 5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을 9.9%로 수정해 확정했고, 6월 상승률도 9.9%로 잠정집계했다.

고물가에 대한 불안 심리가 작용한 듯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달보다 10.4포인트나 내려앉으며 86.0을 나타냈다. 내림세는 석 달째 이어졌다. 이 지수가 90 아래로 내려가기는 2020년 9월(80.9) 이후 처음이다. 이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장기평균(2003~2021년)과 비교해 소비심리가 비관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소비자심리지수 하락은 소비성향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CCSI는 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현재경기판단, 경기전망 등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된다. 이번 조사에서 이들 6개 지수는 세계적 긴축 강화 기조와 경기 둔화 등에 대한 우려로 인해 일제히 전달보다 낮아졌다.

한국은행은 기대인플레율을 낮추기 위해 이달 13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리는 강수를 두었다. 한은은 또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행보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물가 상승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심리를 선제적으로 제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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