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행보에 영향을 미칠 만한 변수가 등장했다. 여러 변수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연준으로서는 그 중요성으로 인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연준이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것은 물가추이다. 그런 가운데 8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연방준비은행(연은)은 미국의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이 7월 들어 6.2%로 내려갔다고 밝혔다. 한 달 전에 비하면 0.6%포인트나 내려간 수준이다. 최근 조사에서 나타난 향후 1년 기대인플레율은 4월 6.3%, 5월 6.6%, 6월 6.8% 등이었다.

3년 기대인플레율도 유의미한 변화를 보였다. 향후 3년 기대인플레율은 전달의 2.8%에서 7월엔 2.3%로 내려앉았다.

향후 1년 기대인플레율이란 앞으로 1년 동안 물가상승률이 어느 정도일지에 대해 소비자들이 전망하는 수치를 말한다. 3년 기대인플레율은 대상 기간을 향후 3년으로 늘려 잡아 집계한 수치다.

[사진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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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인플레율은 공식 자료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연준이나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운용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기대인플레율이 소비자들의 물가심리를 대변해주기 때문이다. 일종의 심리지표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물가에 대한 전망을 토대로 소비활동을 스스로 조절하는 경향을 보인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예상할 경우엔 임금 인상 요구를 강하게 내세우기도 한다. 따라서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최저임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의 기대인플레율을 낮추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식료품과 휘발유 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심리였다. 식료품의 향후 1년 기대인플레율은 6월 9.2%에서 7월엔 6.7%로 현저히 낮아졌다. 이 같은 하락폭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3년 6월 이후 최대에 해당한다.

휘발유의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6월의 5.6%에서 7월 1.5%로 급락했다. 기대인플레율이 이처럼 크게 내린 것은 최근 미국내 휘발유값 하락세와 연관돼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50일 넘게 휘발유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8일 현재 미국 내 휘발유 평균가격은 갤런(약 3.79리터)당 4.06달러(약 5296원)다. 리터당 1400원 정도다.

미국의 기대인플레율은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힌다. 인플레 심리가 크게 누그러지면 실제로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연준에 긴축 강도 조절을 검토하게 할 여지를 부여한다.

전문가들의 물가 전망도 소비자들의 인식과 궤를 같이한다.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문가들의 전망을 취합한 결과 미국의 7월 CPI 예상 상승률은 8.7%였다. 전달의 실제 상승률 9.1%보다 0.4%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다만, WSJ가 보도한 7월 근원 CPI 상승률 전망치는 전달보다 0.2%포인트 높은 6.1%였다. 7월 CPI 공식 발표일은 10일로 예정돼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 = A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 = AP/연합뉴스]

연준은 앞서 확인된 미국의 고용 호조를 토대로 물가잡기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다수의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다음 달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또 한 번 0.75%포인트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을 제시했다. 고용 호조를 기반으로 연준이 경기침체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해 부담 없이 긴축 강도를 높일 것이란 얘기였다.

그런데 이번에 연준의 중요한 관리목표인 물가가 안정될 가능성이 확인됐으니, 시장에서 긴축 완화에 대한 기대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물가 안정 기미가 보이는 마당에 연준으로서도 굳이 경기 위축 위험을 감수하면서 기준금리를 크게 끌어올릴 이유가 없다는 게 그런 기대의 배경을 이룬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현재 2.25~2.50%인 기준금리의 상단을 올해 말 4.00%로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음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큰 폭의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물가 및 고용 지표에 따라 금리 인상폭이 결정될 것이라는 단서를 덧붙였다.

따라서 인플레 기대심리 안정에 더해 10일 발표될 CPI지수까지 크게 개선된다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과정에서도 속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시장이 예상하는 9월 0.75%포인트 인상, 11, 12월 0.25~0.50%포인트 연속 인상 등의 시나리오가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압박을 일정 부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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