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부동산대책이 발표됐다. 16일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이란 이름으로 발표된 이번 대책의 키워드는 ‘규제 완화에 의한 공급 확대’라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주로 수도권 외곽에 신도시 등을 개발하며 주택 공급을 늘리려 했던 것과 달리 이번 대책은 규제 완화를 통해 서울 도심 등에서도 주택이 함께 늘어나도록 하는 전략을 담고 있다. 공공 개발에 더해 민간 참여를 늘리도록 하겠다는 것도 이번 대책의 차별성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3기 신도시 공공택지 개발 계획을 이어가되 도심 재정비 사업을 활발히 함으로써 다수가 원하는 장소에 원하는 유형 및 품질의 주택을 대거 공급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 대책의 성격을 “수요 응답형”이란 말로 압축해 설명했다.

대책 발표를 앞두고 다수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 개선 방안은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국회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미리 정부가 구체적 내용을 밝혔다가는 혼선만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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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초환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에 의해 운용되는 제도다. 이 제도에 따라 부동산 소유주는 재건축 사업에 의해 정상적인 집값 상승분 이상의 이익을 취할 경우 그 이익의 일정 비율을 부담금으로 징수당한다. 초과이익이 3000만원을 넘을 경우 부과 대상이 되고, 이익의 크기에 따라 구간별로 부과율이 최대 50%까지 매겨진다.

이날 8·16대책을 발표한 원희룡 장관은 재초환 개선 방안을 다음 달 중 국회에 입법과제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번 대책과 관련한 기타 입법 사항 및 행정조치를 올해 안에 완료한다는 방침을 함께 공개했다.

이번 대책은 내년부터 5년 동안 전국에 270만호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당초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250만호 플러스 알파’였다. 이번 발표로 ‘알파’가 ‘20만호’로 결론났음이 확인된 셈이다.

270만호 공급의 세부 방안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와 △각종 인센티브 제공을 동반하는 민간도심복합사업 유형의 신설 △도시계획의 규제를 받지 않는 도시혁신계획구역 도입 검토 등이다.

지역별 공급 규모는 서울 50만호를 포함해 수도권 158만호, 기타 지방 112만호로 정해졌다. 지방 공급분 중 52만호는 광역·특별자치시에 공급된다.

사업유형별 공급 규모는 △도심 내 재개발·재건축과 도심복합사업 52만호 △3기 신도시 등의 공공택지 개발 88만호 △도시개발과 지구단위계획구역, 기타 일반주택 사업 등 민간 자체 추진사업 130만호 등이다.

민간도심복합사업은 그간 공공만 추진할 수 있었던 도심복합사업을 민간에도 허용한다는 방침 하에 신설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를 통해 신탁·리츠 등 민간이 주체가 돼 도심이나 역세권 등에서 고밀도 복합개발사업을 벌일 수 있게 됐다. 이 때 적용되는 용적률을 500%까지 상향조정해주고 필요시 도시계획 규제에서 자유로운 ‘도시혁신계획구역’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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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도심복합사업은 토지주 3분의 2 이상이 동의할 경우 신탁·리츠 등 민간 전문기관이 시행할 수 있다. 조합을 설립하지 않고도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재개발 등과 차이가 있다.

이와 함께 수도권 등의 직주근접지(職住近接地: 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이에 있는 지역)에 신규 택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88만호가 들어설 신규택지는 향후 5년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급한다. 이를 위해 내년까지 15만호가량의 후보지를 우선 선정해 발표하고, 그 이후엔 진척 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후보지를 선정 발표하기로 했다.

신규택지는 철도역 인근의 경우 반경에 따라 1000m 이내의 초역세권과 역세권, 배후지역 등으로 나뉘며 역으로의 접근성을 고려해 개발밀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개발된다. 택지조성 소요 기간을 줄이기 위해 공공주택지구 지정시 광역교통사업과 훼손지복구사업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면 공공기관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이번 8·16대책에는 청년이나 신혼부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등 무주택 서민에게 시세의 70% 이하 가격에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대선 공약이었던 ‘청년 원가주택’과 ‘역세권 첫집’ 사업은 통합 추진된다. 사업추진 기반은 용적률 상향에 따른 기부채납 등이다. 대상자들에게는 40년 이상 장기대출을 저금리로 제공하는 방안이 강구된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개선안은 올해 안에 따로 발표하기로 했다. 분당·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기 재정비 사업은 올해 하반기에 연구용역을 실시한 뒤 2024년 도시 재창조 수준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추진한다는 게 국토부 방침이다.

최근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반지하 거주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공공 및 민간 임대주택으로의 이주를 추진키로 했다. 동시에 주택 개보수 등의 지원사업도 병행한다.

원희룡 장관은 이날 8·16대책을 발표하면서 다섯 가지 주택공급 방침을 제시했다. 그 내용은 △선호도 높은 곳에 공급 △교통이 함께 가는 주택 △공급 기간 단축 △주거 사다리 회복 △주거 품질 확보 등이었다.

원 장관은 “이제 공급정책은 과거의 물량 위주에서 주택 품질과 정주환경, 안전, 주거복지를 합쳐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양질의 주택을 공급해 시장안정을 도모하고 내 집 마련의 기회와 희망을 드리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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