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상속으로 불가피하게 주택 2채를 보유하게 된 1가구 1주택자에게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낮춰주고 소득이 적은 60세 이상 고령이거나 주택 1채를 오래 보유한 사람은 종부세 납부를 미룰 수 있게 됐다. 그러나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특별공제 도입은 더불어민주당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끝내 불발됐다.

여야는 7일 국회에서 본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종부세제 개정 법률안을 재석 245명 가운데 찬성 178명, 반대 23명, 기권 44명으로 가결했다. 개정안은 이사 등에 따른 일시적 2주택 및 상속주택, 지방 저가주택의 경우 1가구 1주택 주택수 산정에서 제외하고 고령자 및 장기보유자(1세대 1주택) 대상으로는 상속·증여·양도 시점까지 종부세 납부를 유예토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이사로 신규 주택을 취득한 이후 2년 이내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거나, 상속받은 주택을 상속개시일부터 5년 이내에 매도할 경우 1가구 1주택으로 분류되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다만 상속주택이 공시가격 6억원 이하(비수도권 3억원 이하)이거나 가격과 무관하게 지분율이 40% 이하인 경우엔 상속 이후 5년이 지나도 1가구 1주택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사진 = 국회 사진기자단/연합뉴스]
[사진 = 국회 사진기자단/연합뉴스]

이번 종부세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를 위해 신규 주택을 취득했지만 기존 주택 처분이 늦어지는 바람에 일시적 2주택자가 된 경우와 상속주택을 보유한 경우, 투기목적 없이 지방 저가주택(공시가격 3억원 이하)을 보유한 경우 1주택자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인 데도 다주택자로 분류돼 최고 6.0%의 종부세율을 적용받는 게 부당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대상은 이사에 따른 일시적 2주택자 5만명, 상속주택 보유자 1만명, 지방 저가주택 보유자 4만명 등 1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기존법상 다주택자로 분류돼 최고 6%(1.2∼6.0%)의 중과세율로 세금을 내야 했지만, 올해에는 기본세율(0.6∼3.0%)이 부과된다. 비과세 기준선도 현재 공시가 6억원에서 11억원(1주택자 기본 공제금액)으로 올라가고 최대 80%의 고령자·장기보유 세액공제도 받을 수 있다.

여야는 또 만 60세 이상, 주택 5년 이상 보유 등 요건을 충족하고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총급여 7000만원·종합소득 6000만원)인 1가구 1주택자가 주택을 처분(양도·상속·증여)하는 시점까지 종부세 납부를 유예해주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이에 따라 1가구 1주택자 중 고령으로 현금흐름이 좋지 않거나 주택 1채를 장기 보유한 8만 4000명은 종부세 납부를 연기할 수 있게 된다.

국세청은 일시적 2주택자 등 특례 대상자에게 곧 안내문을 보낼 계획이다. 특례적용을 원하면 16∼30일 관할 세무서에 신청하면 된다. 고령자·장기보유자 납부유예를 원하는 납세자는 종부세 납부기한 3일 전인 12월 12일까지 관할 세무서에 신청하면 된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반면 정부·여당이 제시한 1주택자 종부세 비과세 기준을 기존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리자는 ‘3억 특별공제 추가안’은 민주당의 반대가 심해 끝내 무산됐다. 최근 공시가격이 급등한 점을 고려해 종부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취지였지만 야당은 “부자감세”라며 강력히 반대했다. 이에 정부·여당은 협상과정에서 비과세 기준을 12억원까지 내렸지만 민주당은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선·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여야가 경쟁적으로 부동산 세금완화를 약속했지만 선거가 끝나자마자 민주당이 반대로 돌아서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특히 선거 때마다 1주택자 재산세·종부세 완화를 명시적으로 약속해온 국민의힘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당에서도 부동산 세금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대선을 앞둔 3월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표는 “종부세로 인한 억울함이 없도록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집값 폭등에 따른 부담을 온전히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 현실화(인상) 정책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5월 민주당은 다주택자 종부세 완화까지 당론으로 채택했다. 다주택자 종부세 부과기준을 현행 6억원에서 11억원으로 상향해 주겠다는 안이었다. 송영길 당시 서울시장 후보의 제안으로 채택된 당론인 만큼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들끓던 서울 민심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가 끝나자 나몰라라 하는 식”이라며 “자기가 한 말에 대해 책임지는 ‘책임정치’ 없이는 유권자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길게 봤을 때 민주당에 좋을 게 없다”고 꼬집었다.

여야가 또 맞부딪친 곳은 정부가 시행령을 지난달 개정해 종부세 부과를 위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에서 60%로 하향한 부분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종부세를 계산할 때 주택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이다. 이 비율이 60%인 경우엔 20억원짜리 주택을 그 가격의 60%인 12억원으로 계산하게 돼 그만큼 종부세액이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민주당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더 올려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고, 국민의힘이 올해 일단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60%로 하고 내년에 80%를 적용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절충안을 내놨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특별공제 도입의 불발로 특별공제가 도입됐다면 종부세를 면제받았을 1주택자 9만3000명이 올해 세금을 내야 한다. 시가 기준으로 보면 14억6000만원(공시가 현실화율 75.1%)에서 18억6000만원 사이 주택이 여기에 해당한다.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 과세특례 대상자(12만8000명) 가운데 일부도 세금을 감면받을 기회를 놓쳤다. 부부 공동 명의자는 1인당 6억원씩 모두 12억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올해 단독 명의 기본공제를 14억원으로 높였을 경우엔 단독 명의처럼 세금을 내는 1주택자 특례 신청을 통해 세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여야는 특별공제 도입은 추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으나 민주당의 반대가 워낙 거세 향후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은 편이다. 다음 본회의가 오는 27일 열리는 만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야 간사는 종부세 특별공제와 관련한 협의를 지속한다는 방침이지만 합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전문위원(전 서울신문 선임기자·베이징특파원)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