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두 달째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하락세는 완만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진작부터 물가 상승폭이 줄어들더라도 내리막 경사는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또 정부는 10월 이후 국내 물가가 점차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란 입장을 유지해왔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 6.3%를 기록, 이미 정점을 찍은 것으로 비쳐졌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7%로 전달보다 줄어든 것이 그 배경이었다. 하지만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는 8월에도 전달보다 0.1%포인트 높은 4.0%의 상승률을 기록함으로써 정점론에 대해 회의를 품게 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이 27일 의미 있는 물가 관련 자료인 9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을 발표했다. 이날 한은이 공개한 ‘9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9월 기대인플레율은 8월(4.3%)보다 다소 낮아진 4.2%였다. 한은 기대인플레율은 지난 7월 4.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뒤 두 달째 하락하는 추이를 보여주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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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향후 1년 동안 전개될 물가 흐름에 대한 소비자들의 전망치를 말한다. 기대인플레율은 상승률 구간별 응답을 종합해 중간값을 산출하는 방식으로 작성된다.

결국 기대인플레율은 향후 1년의 물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서 일종의 심리지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체감물가에 주로 좌우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 물가흐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기대·체감 인플레이션과 소비자물가와의 관계 분석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기대인플레율과 소비자물가 간의 상관성을 밝힌 바 있다. 연구 결과 기대인플레이션율이 1%포인트 상승하면 실제 소비자물가가 0.67%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대인플레율 상승은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욕구를 자극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임금 인상이 실현되면 기업은 상품 및 서비스의 판매가격을 올리게 되고 이는 다시 물가상승을 초래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기 쉽다.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 없이 임금만 올릴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되기 마련이다.

이처럼 기대인플레율이 갖는 의미가 크기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들은 이 지표의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얼마나 잘 관리하는지가 통화정책 담당자의 능력을 나타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미국의 초강도 긴축을 두고도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대인플레율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나타난 결과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만큼 기대인플레율 관리는 중앙은행의 주요 과제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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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요성으로 인해 미국에서도 뉴욕연방준비은행(연은)과 미시건대 등에서 기대인플레율을 정기적으로 집계해 발표하고 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미시간대학이 발표하는 월별 기대인플레율이다. 현재 뉴욕증시를 비롯한 세계 증시는 오는 30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미시간대의 9월 기대인플레이션율 발표를 긴장감 속에 기다리고 있다.

한 달여 전 미시간대가 발표한 미국의 8월 기대인플레율은 1년 전망치가 4.8%, 5년 전망치가 2.9%인 것으로 집계됐었다. 이때 발표된 1년 및 5년 기대인플레율은 전달치보다 다소 하락한 것이어서 증시에 일부 긍정적 영향을 미쳤었다. 만약 미국의 9월 기대인플레율이 의외로 낮아지는 모습을 보인다면 연준의 강경한 긴축 기조가 다소나마 약화될 것이란 기대가 나타날 수 있다.

한은의 이날 발표 중 또 하나 관심을 끈 것은 ‘물가인식’ 관련 자료다. 한은이 집계하는 물가인식은 장래의 물가 전망을 말해주는 기대인플레율과 달리 지난 1년 동안의 물가 흐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수치화한 것이다. 한은의 설명을 빌리자면 ‘지난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주는 개념이다.

이번에 한은이 발표한 물가인식은 석 달째 5.1%를 유지했다. 물가인식은 세 달 연속 그대로인데 같은 기간(7~9월) 기대인플레율은 4.7%, 4.3%, 4.2%의 흐름을 보이며 감소해왔음을 알 수 있다. 올해 1~6월 기간 중엔 두 지수의 격차가 0.1%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지는 일이 없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의 응답 비중은 공공요금 49.6%, 농축수산물 49.5%, 석유류제품 41.4% 등의 순이었다. 전달에 비해 공공요금의 응답 비중이 4.0%포인트 증가한 반면, 석유류제품과 집세 비중은 각각 5.6%포인트, 2.7%포인트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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