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10월 무역수지도 적자로 출발했다. 이달 초순(1~10일)에도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는 바람에 올해 누계 적자액은 300억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무역수지가 대외건전성을 대표하는 지표는 아니라지만 누적액이 커지면서 적자가 고착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나아가 최후의 보루 격인 경상수지마저 불안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경상수지가 아직은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며 지나치게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경상수지는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경상수지는 무역수지와 무역외수지를 합친 포괄적 개념의 경상거래 수지를 지칭한다. 따라서 한 나라의 대외건전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수로 꼽힌다.

이와 달리 무역수지는 관세청이 집계하는 것으로서 통관을 기준으로 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그런 만큼 세관을 거치지 않고 이뤄지는 중개무역 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닌다. 같은 이유로 통관이 아니라 소유권 이전을 기준 삼아 집계되는 상품수지보다 대외거래 자료로서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하지만 무역수지 또한 종국엔 경상수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22년 10월 1일 ~10일 수출입 현황’(통관 기준)에 따르면 해당 기간 수출액은 117억9700만 달러, 수입액은 156억2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수출은 20.2%, 수입은 11.3% 각각 감소했다. 수출 감소폭이 수입 감소폭보다 커짐으로써 이달 초 열흘 동안의 무역수지 적자폭은 작년 같은 기간(28억3400만 달러)보다 많아졌다. 열흘 동안 기록된 무역적자는 38억2500만 달러였다.

이로써 올해 1월부터 이달 10일까지 누적된 무역적자 규모는 327억1400만 달러로 늘어났다. 작년 같은 기간에는 221억1300만 달러의 누적 흑자를 기록했었다.

누적 적자액 증가의 직접적 원인은 수출 부진과 수입액 증가다. 수출은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단가가 하락하고 있는데다 중국 경제가 활력을 잃으면서 크게 둔화됐다. 반도체는 우리 수출의 5분의 1, 중국은 우리 수출의 4분의 1 정도를 감당하고 있다. 반면 수입액은 고환율과 수급 불안정에 따라 에너지 단가가 높아지면서 그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우리의 월별 무역수지는 지난달까지 6개월째 적자 행진을 지속했다. 그런데 이달 초순에도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함에 따라 연속 적자 개월 수가 또 하나 추가될 가능성이 커졌다. 월별 무역수지는 지난 4월 -24억8200만 달러를 기록한 이후 5월 -15억9300만 달러, 6월 -25억100만 달러, 7월 -50억7700만달러, 8월 -94억8700만달러, 9월 -37억6800만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이달 초순 수출 내역을 품목별로 살펴보면 반도체 수출이 1년 전에 비해 20.6%나 감소했다. 최근 들어 반도체 수출은 세계 경기 둔화와 함께 두 달째 줄어들었다. 석유제품(-21.3%)과 철강제품(-36.1%), 무선통신기기(-21.0%), 자동차부품(-14.1%) 등도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다.

국별로는 중국으로의 수출이 감소 흐름을 이어갔다. 대중 수출은 지난달까지 이미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런 흐름은 이달에도 이어져 1~10일엔 23.4%의 감소율을 나타냈다. 또 다른 주요 교역 상대국들인 미국(-21.4%), 베트남(-11.9%), 일본(-35.5%) 등으로의 수출도 크게 줄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수입은 증가율 면에서 16개월째 수출을 웃돌고 있다. 이달 초순엔 원유(7.6%), 무선통신기기(39.1%), 반도체 제조장비(19.8%), 석탄(10.4%) 등의 수입액이 눈에 띄게 늘었다. 반면 가스(-16.1%)와 석유제품(-14.3%), 기계류(-9.5%) 등의 수입액은 1년 전보다 감소했다.

국가별로는 중국(3.9%)과 사우디아라비아(45.0%) 등으로부터의 수입이 늘었고 미국(-17.3%), EU(-9.8%), 일본(-16.0%) 등에서의 수입은 줄었다.

이달 10일까지 기록된 연간 누적 무역수지 적자가 327억1400만 달러로 커지자 올해 무역수지 적자가 어디까지 증대될지에 대한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연구기관별로는 그 규모가 300억 달러를 넘어 5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기록한 연간 최대 무역적자 규모는 1996년의 206억2400만 달러였다. 그 같은 큰 적자가 이듬해 초유의 외환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이 다수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후 우리나라는 2008년에 한 차례 더 무역수지 적자(132억6700만 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 연간 무역수지 적자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지만 경상수지는 흑자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행과 국제기구 등의 분석 결과를 인용하면서 올해와 내년 우리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각각 300억 달러를 넘을 것이라 전망했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올해와 내년 경상수지가 흑자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을 밝힌 바 있다. 이 총재는 이 자리에서 올해의 경우 상반기에만 270억 달러 정도의 경상흑자가 기록된 만큼 하반기 중 몇 개월 적자가 나더라도 연간 누계 흑자는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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