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우리 경제가 3분기까지는 예상된 성장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만 놓고 보면 기대 이상의 성장이 이뤄졌다. 덕분에 이변이 없는 한 우리 경제는 올해 한국은행 전망대로 연간 2.6%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산술적으로 4분기 성장이 0% 부근에만 머물러준다면 연간 전망치 도달이 가능하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3/4분기 실질국내총생산’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올해 3분기 성장률은 0.3%(속보치, 전기 대비)를 나타냈다. 예상을 웃도는 분기 성적이었지만 성장세 둔화를 동시에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했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3.1%를 기록했다.

우리 경제의 분기별 성장률은 올해 3분기까지 9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룩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1.3%를 기록한 이후 0.6%→0.7%의 흐름을 이어오다 이번에 0%대 초반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드러냈다. 분기 성장이 0%대 초반으로 내려가기는 작년 3분기(0.2%) 이후 처음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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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 성장률은 농림어업 5.5%, 건설업 1.8%, 서비스업 0.7% 등을 기록했다. 서비스업 성장을 이끈 것은 문화·기타(3.3%), 금융·보험(2.3%), 도소매·숙박음식(2.2%) 등이었다. 반면 고용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 제조업은 -1.0%의 역성장을 나타냈다. 컴퓨터와 전자·광학기기, 화학제품 분야의 부진이 제조업 역성장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3분기 성장을 이 정도라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내수 덕분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펜트업 수요(보복 수요) 현상이 일면서 민간소비가 증가했고, 반도체용 설비 투자도 함께 늘어난데 따른 것이었다.

민간소비는 승용차 등 내구재와 음식숙박 등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면서 1.9%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설비투자의 경우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외에 선박 운송장비가 함께 늘면서 5.0% 성장률을 기록했다. 건설투자와 정부소비도 각각 0.4%, 0.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출도 반도체 수요 부진을 극복하며 운송장비와 서비스 수출 등의 호조를 업고 2분기(-3.1%)의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났다. 결과는 1.0% 성장이었다. 그러나 수입 증가율이 5.8%를 기록하며 수출 증가율을 크게 능가하는 바람에 순수출(수출-수입) 기여도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입 증가를 이끈 것은 원유와 기계·장비 등이었다.

3분기 성장에 대한 순수출 기여도는 -1.8%포인트나 됐다. 이는 곧 3분기 교역 실적이 우리경제의 분기 성장률을 1.8%포인트 갉아먹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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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출의 마이너스 기여를 만회해주며 3분기 성장률을 플러스로 만들어준 주역은 내수였다.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2.0%포인트로 집계됐다. 내수의 세부적 기여도는 민간소비가 0.9%포인트, 설비투자가 0.4%포인트였다. 건설투자도 0.1%포인트의 플러스 기여도를 나타냈다.

종합하면 3분기의 플러스 성장은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앞으로도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3분기엔 앞서 언급한 펜트업 수요가 비교적 크게 일었지만 그 강도는 갈수록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고물가·고금리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오히려 소비 위축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금리 인하의 전제조건인 고물가 해소는 아직 기대난망이다. 한은이 조사한 10월의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3%로 9월 조사치보다 오히려 0.1%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소비자들이 향후 1년 동안 나타날 것으로 예상(기대)하는 인플레율이 4.3%라는 것을 말해준다.

기대인플레율은 일종의 심리지표로서 향후 임금 및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0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을 높인 주 요인으로는 전기·가스 관련 공공요금 인상, 석유 감산에 따른 유가 상승 우려 확산 등이 꼽힌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 의한 원화가치 하락세도 물가 심리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순수출 기여도 증대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은 가운데 소비마저 줄어들면 우리 경제의 성장세 둔화는 한층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우려를 반영한 듯 한국은행은 내년도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달 12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데이터를 추가로 살펴봐야 한다고 전제한 뒤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올라갔으니 성장률이 내려갈 것으로 보이지만, 2% 아래일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한은은 오는 11월 성장률에 대한 새로운 전망치를 제시한다. 한은이 지난 8월 제시한 내년도 성장률은 2.1%였다. 현재 분위기로 보면 새로운 전망치는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외 각 기관이 제시한 전망치가 시간이 흐를수록 하향 조정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그 배경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23년 경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는 우리의 내년도 예상 성장률을 1.8%로 제시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의 최신 전망치 역시 1%대(1.9%)에 머물러 있다. 이달 국제통화기금(IMF)이 새로 발간한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는 우리 경제의 내년 성장률을 2.0%로 전망했다. 2%대를 유지했지만 IMF 전망치는 기존 것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용어 설명>

*펜트업(Pent-up) 수요: 감염병 팬데믹 등으로 사회적 활동이 줄어들면서 억눌렸던 수요는 활동 제약 조건의 완화나 해제와 함께 급속히 살아나는 경향이 있다. 이 때 나타나는 수요를 ‘펜트업 수요’라 한다. ‘보복 수요’란 말로 대체돼 사용되기도 한다. 언론들은 억눌렸다가 살아나는 소비 앞에도 ‘보복’이란 수사를 붙여 ‘보복 소비’란 표현을 쓰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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