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또 한 차례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네 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이 더 크게 관심을 둔 것은 연준의 향후 행보였다. 연준이 언제부터, 어느 정도의 최종금리 수준에서 긴축을 완화하기 시작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런 까닭에 시장은 2일(현지시간, 한국시간 3일 새벽)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끝난 직후 기자회견에 나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입에 시선을 집중했다.

하지만 그는 흔쾌히 시장의 기대를 총족시켜주진 않았다. 오히려 한 발 앞서 발표된 FOMC의 통화정책 성명 내용보다 과격한 발언을 함으로써 시장을 긴장 속으로 몰아넣었다.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들은 연준의 성명 발표 직후 상승하다가 뒤이은 파월 의장의 회견 발언에 자극받아 하락 반전했다. 이날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결국 전장에 비해 1%대~3%대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분위기 반전은 현지시간으로 오후 2시를 지나면서 이뤄지기 시작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EPA/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EPA/연합뉴스]

이날 연준은 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존의 기준금리 3.00~3.25%를 3.75~4.00%로 올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의 예상대로였다. 따라서 시장은 금리 인상 결과보다 FOMC 성명에 담긴 통화정책 메시지에 주목했다.

연준은 성명 모두에서 “최근의 지표들에 의하면 소비와 생산이 적절한 성장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고용이 안정되고 실업률은 낮아져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감염병 팬데믹에 의한 수요·공급의 불균형, 더 높아진 식량 및 에너지 가격, 광범위한 가격 압박 등을 반영하면서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일단 주요 경제지표들이 나쁘지 않은 가운데 물가 수준이 높게 유지되고 있으니 긴축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음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는 표현이었다.

성명은 또 “우크라이나 전쟁이 인플레이션의 추가 상승을 압박하면서 글로벌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부연하면서 “위원회(FOMC)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매우 주의 깊게(highly attentive)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성명은 긴축 강도 조절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통화정책의 적절한 스탠스를 결정하기 위해 경제전망에 대한 자료들을 모니터링하겠다”는 것이었다.

시장은 성명 내용이 예측에서 크게 빗나가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성명 발표 직후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매파적 발언을 내놓자 곧바로 긴장 분위기에 휩싸였다.

파월 의장도 긴축 속도 조절론을 잠시 거론해 시장의 기대를 키웠다. 그는 “금리 인상 속도를 줄일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그 시점이 12월 FOMC 회의가 될 수도, 그 다음 회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을 긴장시킨 것은 뒤이어 최종금리(Terminal Rate)와 관련해 그가 한 발언이었다. 그는 회견에서 “최종금리 수준은 지난 번 예상했던 것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말한 뒤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고 잘라 말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파월 의장의 최종금리 관련 발언은 미국의 기준금리가 5%선을 넘보는 수준까지 올라갈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연준이 지난 9월 발표한 점도표상의 목표금리 수준이 4%대 중간이었던 점이 그 같은 해석의 배경이다.

향후 통화정책 운용 방향과 관련, 워싱턴 포스트는 “남은 문제는 당국이 언제 어떻게 긴축 기조를 완화할지 여부”라며 연준의 자체 전망은 12월 0.50%포인트 인상, 내년 초 소폭의 추가 인상을 예고한다고 전했다. 신문의 분석대로 간다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내년 초 4.75%에 이를 것이란 예측이 가능해진다.

연준의 강경 기조 유지는 최근의 물가 흐름과 깊게 연관돼 있다. 이날 성명에서도 연준은 인플레이션 목표 수준이 2%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 내 소비자물가는 좀체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6.6% 올라 40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고, 연준이 보다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의 9월 상승률도 6.2%로 집계됐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근원PCE 상승폭이 전달보다 0.2%포인트 커진 5.1%를 기록했다는 사실이었다.

미국이 4회 연속 0,75%포인트 인상이라는 초강수를 둠에 따라 한국은행이 받는 금리 인상 압박도 덩달아 커졌다.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 자체가 부담스러운 마당에 그 격차마저 상단 기준 1.00%포인트로 벌어졌으니 한은으로서는 조바심을 키울 수밖에 없다. 양국 간 기준금리 격차 확대는 국내의 외화 자본 유출을 촉진시켜 원/달러 환율을 자극하고, 고환율은 수입물가를 높여 국내 물가에 상승 압력을 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구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처지도 아니라는데 한은의 고민이 있다. 당장 빚을 진 가계와 기업들의 이자 상환 부담이 한계선까지 올라갈 수 있고, 크게는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가뜩이나 불안정한 채권시장이 고금리로 인해 더욱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오는 24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문제를 논의한다. 이번 금통위 회의는 연준이 다음 달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통화정책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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