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요즘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이래저래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각종 대외 악재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문제가 시한폭탄처럼 시시각각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어서이다. 이들 개인에게 금투세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가오고 있는 또 하나의 악재다.

우리 주식시장은 수년간 갖가지 대외 악재에 시달려왔다. 너 죽고 나 살자 식으로 비쳐지는 미국 중앙은행의 초강경 긴축 기조와 갑자기 터진 우크라이나 전쟁, 끝도 없이 이어지는 미·중 갈등, 팬데믹 이후 일상화된 공급망 혼란 등등 산적한 악재가 한둘이 아니다.

그 여파로 지난 연말에 3000을 넘겼던 코스피지수는 20% 가까이 하락한 채 회복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수는 상승할 만하면 새로운 악재를 만나는 바람에 다시 주저앉는 일을 반복해왔다. 매달 쏟아져 나오는 국내외 경제지표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관계자들의 발언 하나하나가 고비로 작용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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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의 불확실성은 적어도 연준이 통화정책 기조를 확실히 변경할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기조 변화가 확실해져야 수입물가 부담이 해소되고 원/달러 환율도 안정돼 국내 경제 및 자본시장 여건이 호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국내 증시의 투자자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투자 행보를 이어가야 한다.

하필 이런 마당에 금투세 논란이 한창 불붙고 있으니 개인 투자자들의 심사가 어떨지는 구태여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것 같다. 이 같은 개인들의 심정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이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회부돼 있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다. 이 청원에는 △금투세는 외국계와 기관에는 부과되지 않으면서 개인에게만 부담을 주는 ‘독박과세’이며 △결국은 개인뿐 아니라 주식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등의 취지를 담고 있다. 이 청원은 보름 만에 5만명의 동의를 얻어 소관 상임위의 심사 대상에 올랐다.

청원 내용이 시사하듯 금투세는 자칫 주식시장의 기반을 흔들 폭탄이 될 여지를 안고 있다. 금투세 부과를 유예하는 것을 두고 ‘부자 감세’라 주장하는 것은 근시안적 견해라는 의미다. 야당 일각에선 ‘상위 1% 이내의 부자들, 즉 큰 손을 상대로 투자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데 개미들이 무슨 상관이냐’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반대에 앞장서고 있는 이들이 개미들이라는 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상위 1%가 아닌 99%의 개미들이 불안감을 호소하며 금투세 조기 도입에 반대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예정대로 내년 초부터 금투세가 부과되기 시작하면 세금 부담을 우려한 투자자들의 증시 이탈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 결과는 지수 하락으로 나타나고 지수 하락 시엔 소액 투자 개인들이 큰 손들보다 더 큰 피해를 입는다는 게 증권가의 정설이기도 하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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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를 뒷받침해줄 사례도 제시돼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설명한 바에 따르면 1989년 대만에서는 주식양도소득세 부과 후 주가지수가 40% 가까이 하락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로 인해 대만 금융 당국은 소득세 과세를 철회했다는 게 권 의원의 주장이다.

앞서 정부는 주식투자로 연간 5000만원 이상(기타 250만원)의 소득을 올릴 경우 초과분에 대해 내년부터 20~25%의 세금을 물리려는 방안을 2년간 유예하자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이에 비판적 입장을 보이면서 법 개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원론적 시각에서 보자면, 금투세는 당위성을 갖는 세목이라 할 수 있다. 2년 전 여야가 합의 하에 2023년부터 부과를 시작하기로 하고 소득세법을 개정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왜 기관에는 부과하지 않느냐고 따지는 목소리가 있지만 법인세를 내는 기관에 금투세를 따로 부과할 경우 이중과세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이중과세 논란을 따지기 이전에 금투세 부과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세정의 기본원리에도 부합하는 일이다. 방향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는 금투세를 예정대로 실시해야 한다는 제1 야당의 주장이 그 자체로 잘못됐다고는 볼 수 없는 기본적인 이유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금투세 부과와 관련해 지금 우리 사회가 논의해야 할 점도 바로 여기에 맞춰져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여기에 논점을 고정한다면 답은 저절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일별했듯이 지금은 금투세를 부과할 상황이 아니다. 지금 시점에서 금투세 부과를 강행하는 것은 증권시장안정펀드롤 조성해 투입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현실과도 맞지 않는 엇박자 행보에 해당한다. 이 점 또한 정치권이 유념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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