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례회의를 개최한 지난 24일 세간의 관심은 온통 기준금리 인상폭에 쏠려 있었다. 늘 그래왔듯이 회의가 끝나면서 언론들이 속보(速報) 형식으로 가장 먼저 전한 것도 기준금리 결정 내용이었다. 어제 금통위의 결론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이었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3.25%로 바뀌었다.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시점엔 시장에서 이런저런 전망들이 쏟아지고, 대체적인 컨센서스(일반적 전망, 다수 의견)도 형성되기 마련이다. 나름의 근거를 토대로 형성되는 만큼 시장의 컨센서스는 한은의 결정 내용과 대체로 일치한다. 그렇다 할지라도 매 회의 때마다 기준금리가 어떻게 결정될지는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시장의 컨센서스는 확률적 판단일 뿐이어서 예측이 빗나갈 개연성은 늘 열려 있다는 점이 그 이유일 것이다.

또 하나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전문가들, 특히 금융기관 소속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엔 특정 경제주체의 입장이 은연중 반영될 여지가 있다는 사실이다. 반면 금통위원들은 경제주체들의 입장을 두루 반영한 가운데 보다 거시적인 입장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하기 마련이다. 이 점이 시장의 컨센서스와 금통위 결정 내용 사이의 차이를 낳는 핵심 요인일 것이라 여겨진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중요한 건 기준금리 운용이 예측 가능한 경로대로 움직여 시장의 불확실성이 최대한 제거돼야 한다는 점이다. 우선은 거시경제 전반이 원활히 움직이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하되 가능한 한 그렇게 되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금리에 대한 예측 가능성 제고는 중앙은행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간 한은은 시장의 불확실성 해소에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창용 총재가 이번에 공개한 구두용 ‘K점도표’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한은 총재가 금통위원들의 금리 전망 분포를 구두로나마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내용인 즉 “(최종금리 수준이) 3.5%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3명, 3.25%가 1명, 3.5%에서 3.75%로 올라갈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2명이었다”는 것이었다. 총재 자신의 의견을 배제한 이 같은 전망치는 향후 한은 기준금리가 3.50%에서 멎을 가능성이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해주었다.

물론 이 내용은 금통위원들이 현재 시점에서 전망하건대 그렇다는 점을 고려해 받아들여야 한다. 이 전망치는 향후 각종 경제지표의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바뀔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이 총재의 이번 시도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 총재의 해당 발언이 향후 기준금리 경로에 대해 궁금증을 품어왔던 시장 참여자들의 시야를 한결 밝게 해주는 효과를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은이 공개한 기준금리 전망 분포는 기업이 장·단기 사업계획을 세우거나 가계가 자금운용계획을 구상할 때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이 총재의 이번 발표 내용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점도표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언론으로부터 ‘K점도표’란 이름을 얻었다. 점도표(Dot Plot)는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참여 위원들의 기준금리에 대한 전망을 도표 형식으로 구체화해 정리한 그래프를 지칭한다. 위원 각자가 시점별로 향후 전망치를 일일이 점으로 표시함으로써 그래프가 완성된다. 연준은 이 같은 점도표를 분기별로 한 차례씩 공개한다.

이에 비하면 ‘K점도표’는 연준의 점도표를 일부 흉내 낸 초보적 수준에서 금통위발 기준금리 전망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시점별 목표금리를 보여줌으로써 향후의 전개 경로를 예측하게 해주는 연준 점도표와 달리 시점을 특정하지 않은 채 최종금리 수준만을 소개하는 데 그쳤다는 점이 그 같은 평가의 이유다.

하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K점도표’ 공개는 신선한 시도라는 평가를 받을 만한 일이다. 권위주의 또는 엘리트의식에 젖은 내부 문화 탓인지 한은이 그간 시장과의 소통에 별다른 성의를 보이지 않았던 점을 생각하면 진일보한 제스처라 할 수 있다.

‘K점도표’ 공개는 미국에서 학위를 받은 뒤 국제경제 무대에서 장기간 활동해온 이창용 총재의 개방적 사고가 반영된 결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총재가 한은 총재 취임 이후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방향 제시)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것도 그의 이력과 무관치 않았던 것으로 보였다.

이 총재의 이번 시도는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본격적 노력의 출발 신호일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다음 단계는 ‘K점도표’를 보다 구체화하는 작업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 발 더 나아가 연준이 FOMC 회의 전후 기간(블랙아웃)을 제외하고는 위원들에게 통화정책과 관련해 공개발언을 하도록 허용하고 있는 점을 참고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중앙은행과 시장 간 소통 강화는 통화정책 운용 효과를 높여주면서 동시에 경제주체들에게 예측 가능성까지 키워주는 윈윈 책략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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