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둔화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각종 지표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관련 지표들을 종합 분석하자면 수출과 소비가 동반 하락하면서 산업생산이 줄어드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이는 우리 경제가 최소한 성장 둔화 국면에 진입하고 있음을 경고하는 신호들이다. 나아가 이런 추세가 장기화된다면 우리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 국면에 진입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에 우리 경제가 뒷걸음질을 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례로 일본계 노무라증권은 최근 한국 경제의 내년도 성장률이 -0.7%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의 우리나라 전(全)산업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제외)은 전월 대비 1.5% 감소했다. 전산업생산지수는 115.4(2015년 = 100)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2.8% 증가했지만 전달 대비로는 네 달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7~9월의 전산업생산 전월비 증가율은 7월 -0.2%, 8월 -0.1%, 9월 -0.4% 등이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10월 산업생산(-1.5%)은 2020년 4월 -1.8%를 기록한 이후 30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한 이후 가장 크게 기록된 생산 감소폭이라는 의미다.

생산이 넉 달 연속 감소한 것도 코로나19 사태 본격화 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시작한 시기인 2020년 1~5월에도 생산이 지속적으로 감소했었다.

10월 생산 감소는 제조업을 포함하는 광공업생산 부진에서 비롯됐다. 당월 광공업생산은 전달보다 3.5%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동차(-7.3%)와 기계장비(-7.9%) 등에서 생산이 크게 감소한 것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그나마 기타운송장비에서 5.5%의 증가율을 보인 것이 전산업생산 감소폭 증가를 일부 억제해주었다.

서비스업생산 또한 0.8% 감소해 전산업생산 감소폭을 키웠다. 10월 서비스업생산 감소폭은 2020년 12월(-1.0%) 이후 가장 큰 것이었다.

10월 산업생산 감소의 주범은 수출과 소비의 동반 하락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수출은 10월 들어 23개월 만에 첫 감소세를 보였을 만큼 심각한 부진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의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7% 줄어든 542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입액의 더 큰 증가로 최근 무역적자가 지속되는 동안에도 증가세를 이어오던 수출액이 마침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10월에도 수입액의 대폭 증가가 실현됨에 따라 월간 무역수지는 67억 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적자 행진은 7개월째 이어졌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수출과 함께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주된 요소인 소비도 부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의 통계청 자료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여파로 잠시 살아나는 듯했던 소비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일례로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10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전달보다 0.2% 줄어든 120.4(2015년 = 100)를 기록했다. 국내 소비는 올해 3월부터 7월(-0.4%)까지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다 8월(4.4%)엔 반등에 성공했었다. 그러나 9월(-1.9%)에 이어 10월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함으로써 추세적 감소로 돌아선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았다.

10월 소비 감소를 주도한 것은 의류와 승용차 등의 판매 부진이었다. 의복 등 준내구재는 2.5%, 승용차 등 내구재는 4.3%의 판매 감소율을 보였다. 의복 등의 판매 감소는 예년에 비해 따뜻했던 날씨와도 연관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와 함께 내수를 구성하는 요소인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보합(0.0%)을 나타냈다. 건설기성(이미 실행된 공사 기준 건설투자 실적치)이 3.3% 증가로 그나마 선전했으나 전반적 경기 부진 탓에 전체 설비투자가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전산업생산 부진은 우리 경제가 성장 속도를 늦춰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면 경제규모가 커지기는커녕 오히려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생산 증대는 수출과 소비, 설비투자 등이 늘어야만 가능해진다.

특히 중요한 것이 수출과 소비 증대다. 문제는 이에 대한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다는데 있다. 소비의 경우 고물가·고금리로 인해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이 줄어든 데다 이태원 참사 후유증과 노동계 파업까지 악재로 가세하면서 향후 더 위축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수출 또한 기대난망이기는 마찬가지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달러 기준)’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의 수출금액지수는 125.02(2015년 = 100)를 기록, 24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 전환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 하락률도 6.7%로 비교적 큰 편이었다. 10월 하락률은 2020년 8월(-9.3%) 이후 가장 큰 폭에 해당한다.

이 지수는 물가지수가 물가의 등락을 보여주는 것처럼 수출액의 증감 동향을 한 눈에 보여주는 지표로 기능한다.

수출물량의 변화를 보여주는 수출물량지수도 1년 전보다 3.4%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물량 기준 10월 수출 감소폭이 그 정도에 달했다는 의미다. 10월 물량지수 감소폭 또한 2020년 8월(-3.7%) 이후 집계된 월별 수치 중 가장 컸다.

반면 10월 수입금액지수와 수입물량지수는 전년 동월에 비해 각각 9.8%, 5.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출이 액수와 물량 양면에서 줄어드는 것과 달리 수입은 액수·물량 모두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라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