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를 향해 울리는 경고음이 전에 없이 요란해졌다. 여기저기서 하나 둘 울리기 시작한 경고음이 이중 삼중으로 겹쳐진데 따른 것이다. 요즘 정부 각 기관이 발표하는 경제관련 지표들은 우리 경제가 총체적 난국에 빠져들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들 지표에 따르면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부진해지면서 산업생산이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고, 그 결과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양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분석 기관에 따라서는 우리 경제가 내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할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3/4분기 국민소득(잠정)’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기 대비)은 0.3%에 그쳤다. 직전 분기(0.7%)에 비하면 절반 이하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성장 둔화의 가장 큰 원인은 수출 부진이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11월 수출은 519억1000만 달러(통관 기준)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작년 같은 달의 603억3000만 달러에 비하면 14%나 줄어든 액수다. 수출 감소세는 지난달(-5.7%)부터 나타났다. 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처럼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던 수출 감소가 11월에도 재연된 것이다. 11월 수입액은 전년 동월 대비 2.7% 늘어난 589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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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이 두 달 연속 뒷걸음질 쳤다는 것은 추세적 흐름의 시작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지닌다. 수출 부진의 직접적 원인은 우리의 주력 상품인 반도체(-29.8%)와 석유화학(-26.5%) 부문에서의 수출 감소가 두드러진 점이었다. 그 배경엔 통화긴축 기조에서 초래된 글로벌 경기둔화와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 중국의 봉쇄정책에 의한 경제환경 악화 등이 자리하고 있다. 교역 당국은 국내에서 발생한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사태도 11월 수출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수출 부진의 여파로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8개월째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면서 최후 보루로 여겼던 경상수지마저 10월에 다시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 경상수지는 올해 4월 23개월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고, 이후 흑자 전환했다가 8월에 또 한 번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침을 거듭했다. 경상수지는 지난 9월 가까스로 흑자(16억1000만 달러)를 달성했지만 적자 전환에 대한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아직은 아니지만 경상수지 적자까지 일상화된다면 그건 곧 우리나라 대외 결제수단의 축소가 시작됐음을 의미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기 마련이다. 그 여파로 대외 신인도에 지장이 생기고 우리 경제는 다시 한 번 커다란 장애를 마주하게 된다.

한은 자료에 의하면 3분기의 전기 대비 수출 증가율은 가까스로 플러스(1.1%)를 기록했다. 하지만 수출 증가폭은 수입증가율(6.0%)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그 결과 3분기 성장률에 대한 순수출(수출액-수입액) 기여도는 -1.8%포인트를 기록했다. 수출·입 활동의 결과가 성장률을 그만큼 갉아먹었음을 말해주는 자료다. 순수출 기여도는 지난 2분기(-1.0%포인트)에 이어 두 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됐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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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출의 마이너스 기여를 상쇄하면서 미세하나마 3분기에 플러스 성장을 이루는 데는 내수의 역할이 컸다. 내수의 3분기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는 2.0%포인트였다. 세부적으로는 민간 소비지출(0.8%포인트)과 설비투자(0.7%포인트) 등의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문제다. 민간소비를 비롯한 내수 증가세가 빠른 속도로 꺾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서이다. 국내 소비가 점차 감소하리라는 전망은 고금리 압박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고, 수입물가가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는 현실과 직결돼 있다. 여기에 더해 기업들도 긴축에서 비롯된 유동성 축소와 소비 부진, 생산 감소 등에 따라 투자를 꺼릴 것이 확실시된다.

수출 부진의 와중에 내수마저 꺾이면 수요가 감소하고, 그 여파로 공급 활동의 일환인 생산이 줄어들고, 결국 나라 경제가 성장을 멈추거나 뒷걸음질하게 된다. 악순환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더 무서운 건 그 다음 수순이 될 고통스러운 고용 감축이다. 산업생산이 줄면 기업들은 시설투자를 줄이거나 기존 시설을 처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게 되고, 그 마지막 파장은 근로자들에게 미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 같은 사태를 막는 길은 어떻게 해서든 경제가 최소한 잠재성장률 정도의 성장세는 이어가도록 만드는 것뿐이다. 함께 나눠먹을 파이가 작아지지 않도록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 급선무란 얘기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경제주체들의 고통 분담이다. 당장 필요한 실행 방안은 각자의 요구를 자제하는 일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여러 산업 분야로 번져가고 있는 파업을 중단하는 일이다. 명분과 이유가 무엇이든 지금은 파업을 벌일 때가 아니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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