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5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의 노동시장 과열 현상을 지적하며 그 여파로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를 전했다. 신문은 최종금리 수준이 시장 예상치인 5% 선을 넘어갈 가능성도 함께 제시했다.

요지인 즉 노동시장에서 노동 수요가 넘쳐나면서 임금이 오르고, 임금 인상은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끌어올려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그 결과 중앙은행이 인플레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끌어올리는 순환 고리가 만들어지리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현재 미국의 노동시장 상황은 연준의 통화정책 운용에 영향을 미치는 근본적인 요소로 기능하고 있다. 이는 전세계 자본시장이 미국의 노동시장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자본시장은 지난 2일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고용보고서에 주목했다. 보고서는 11월 고용증가폭(비농업 부문, 계절조정)이 26만3000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WSJ가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제시한 전망치 20만 명을 크게 넘어선 수준이었다.

[사진 = AP/연합뉴스]
[사진 = AP/연합뉴스]

주식시장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드러냈다. 노동시장이 아직 식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판단을 한 데 따른 실망감의 표출이었다. 노동통계국 발표가 있기 전 시장에서는 11월 고용증가폭이 10만 명 정도에 그치면 좋을 것이란 분석이 나와 있었다. 고용 상황이 그 정도로 ‘적당히 나빠져야’ 경기침체 우려를 키우지 않으면서 연준으로 하여금 긴축 속도를 조절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그런 분석의 바탕이었다.

만약 고용시장이 식어가는 징후가 보인다면 연준은 경기 둔화 또는 침체에 대한 우려를 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노동통계국 발표 내용은 그런 우려를 키울 만큼 나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고용보고서 발표 당일 뉴욕증시가 혼조세를 드러낸 것이 시장 분위기를 대변해주었다. 금요일이었던 그날 이전까지 뉴욕증시가 2주 연속 주간 상승 흐름을 보여왔던 것에 비하면 당일 시장의 반응은 실망 쪽에 가까웠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고용시장이 과연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는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는 분석들도 나온다. 노동통계국 보고서 이틀 전 발표된 민간 고용보고서인 ADP 자료는 11월 미국의 민간고용 일자리가 12만7000개 증가하는데 그쳤다고 전했다. 이 자료는 ‘오토매틱 데이터 프로세싱(ADP)’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데이터를 입력해 자동으로 추출한 자료로서 정부 자료인 노동통계국 보고서보다 빨리 발표된다. 따라서 정부 자료에 대한 보조지표로 활용되지만 신뢰성은 노동통계국 보고서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을 듣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DP 보고서는 나름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례로 ADP 보고서는 10월 미국의 민간 일자리 증가폭이 23만9000개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들 자료를 참고하자면 미국의 민간 고용이 감소세로 돌아섰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진다. 11월 ADP 보고서의 고용 증가폭이 시장 예측치(20만개)에 크게 못 미쳤다는 사실도 고용시장의 열기가 식어가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사진  = EPA/연합뉴스]
[사진 = EPA/연합뉴스]

노동통계국 보고서와 ADP 보고서가 엇갈린 신호를 시장에 보냈다는 점은 그 자체로서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 의미는 미국 노동시장의 추세적 흐름을 판단하려면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일 것이다.

연준이 고용시장 동향과 관련해 또 하나 눈여겨보는 것이 임금 수준의 변화다. 노동통계국 자료에 의하면 미국의 11월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달보다 18센트 오른 32.82달러였다. 상승률은 0.6%였다. 이는 당초 전망치의 두 배 수준에 이르는 상승률이다. 지난 12개월 동안 기록된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5.1% 수준이었다.

이처럼 빠른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은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는 작용을 하기 마련이다. 고용시장이 열기를 띤 가운데 임금까지 빠르게 증가한다면 미국에서 물가가 하락할 가능성은 그만큼 희박해진다. 연준도 이 점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WSJ는 연준의 기준금리 목표치인 최종금리(Terminal Rate)가 시장의 기대치인 5%선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신문이 전망한 기준금리 인상 경로는 이달과 내년 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이어 0.50%포인트씩 올린다는 것이었다. 연준은 오는 13~14일 올해 마지막 FOMC 회의를 연 뒤 내년 1월 31일~2월 1일 이틀간 새해 첫 정례회의를 진행한다.

WSJ는 또 연준이 이달 FOMC 회의 직후 점도표를 통해 기준금리 고점 전망치를 이전보다 높인 4.75~5.25% 선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신문도 지적했듯이 향후 두 차례의 FOMC 회의 결과에 당장 영향을 미칠 중요한 변수는 오는 13일 오전 발표되는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다. 이때 CPI 상승률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연준의 논의 내용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CPI 상승률은 지난 6월 9.1%로 정점을 찍은 뒤 7월 8.5%, 8월 8.3%, 9월 8.2%, 10월 7.7%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의 흐름이 11월에도 이어진 것으로 확인된다면 연준의 긴축속도 조절론은 한층 더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물가 하락 흐름이 재차 확인된다 할지라도 그 수준이 여전히 높고 내리막길이 완만할 것이라는 점에서 연준의 조기 방향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미국의 고용시장이 과열 양상을 이어간다면 그런 기대는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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