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평균 연봉(세전)이 처음으로 4000만원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억대 연봉을 받는 근로자 수도 100만명을 처음 돌파했다. 올해에도 임금이 전년과 비슷한 속도로 상승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작년에 이어 실속은 별로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부터 물가가 워낙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 그런 추정의 배경이다.

7일 국세청이 발표한 ‘2022년 4분기 공개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직장인들의 평균 연봉은 4024만원을 기록했다. 처음으로 4000만원대 벽을 넘어선 것이다. 억대 연봉을 받는 직장인 수도 사상 처음 100만명을 넘어 112만3000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귀속 근로소득 연말정산 신고를 한 근로자 수는 전년 대비 2.4% 증가한 1995만9000명이었다. 이들이 받은 총급여(과세 대상 근로소득)는 총 803조2086억원에 달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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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직장인 평균 연봉은 전년(3828만원)에 비하면 5.1% 늘어났다. 연봉 1억을 넘긴 근로자 수는 전년(91만6000명)보다 22.6%나 증가했다.

지난해 근로소득이 발생해 연말정산을 신고한 사람 중에서 세액공제 등으로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사람은 704만명이었다. 사업소득이나 이자소득 등이 있어서 종합소득세(종소세)를 신고한 사람은 전년보다 18.4% 증가한 949만5000명에 이르렀다.

전국에서 근로소득이 가장 높은 곳은 세종시였다. 세종 근로자 1인당 평균 연봉은 4720만원을 기록했다. 그 다음 순위는 서울(4657만원), 울산(4483만원), 경기(4119만원) 등이 차례로 차지했다.

수치상으론 평균 연봉이 5% 이상 늘어났지만 체감도는 높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물가 상승이 연봉 상승분의 상당 부분을 갉아먹은 게 원인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률은 2.5%를 기록했다. 이는 2011년 4.0% 상승 이후 기록된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물가 상승률은 올해 들어 한층 심화돼 11월까지의 누적 평균치가 이미 5%대로 올라가 있다. 고물가 현상은 내후년까지 이어지리라는 게 한국은행의 대체적 전망이다. 한은은 올해 국내 소비자물가의 연간 상승률이 5%대를 기록한 이후 서서히 내려가 2024년엔 2.5% 정도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적어도 향후 2년 동안은 한은의 물가목표(2%)를 웃도는 고물가 시대가 펼쳐질 것임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할 때 특히 올해의 경우 대부분의 근로자는 처분가능소득이 오히려 줄어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물가가 크게 오른데다 세금과 준조세 성격의 각종 지출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임의로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이 축소됐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자료도 최근 통계청에 의해 공개됐다. 이달 초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결과’에 의하면 지난해 국내 가구의 평균 소득은 6414만원이었다. 전년 대비 4.7% 증가한 액수였다. 하지만 세금과 연금·사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소비와 상관없이 지출하는 돈)이 전년보다 5.6% 늘어 1185만원에 이르는 바람에 임의로 쓸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액은 1년 전보다 226만원(4.5%)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국내 가구의 평균 처분가능소득은 5229만원이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가구의 자산 및 순자산 불평등도가 더욱 심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수치상 빈부 격차가 모두 역대급으로 벌어진 것이다. 순자산이란 유무형 가치를 지닌 재산 총량에서 부채를 뺀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지난 3월 기준 자산 상위 20%(자산 5분위) 가구의 평균 자산 규모는 16억5457만원이었다. 하위 20%(1분위) 가구의 평균 자산 2584만원의 64.0배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 같은 배수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종전 최대치는 2012년의 62.4배였다.

순자산 불평등도를 보여주는 순자산 지니계수도 10년 만에 가장 높게 집계됐다. 지난해 순자산 지니계수는 0.606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 지수는 0~1의 값을 나타내며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의 정도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자산소득 지표는 최근의 부동산 가격 급등 및 1인 가구 급증 현상과 관련이 깊다는 점을 감안해 수용할 필요가 있다.

자산 5분위 가구의 자산은 1년 전보다 1억3769만원(9.1%) 증가했다. 증가분 중 1억2853만원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 의한 것이었다. 자산 5분위 가구의 부동산 보유 비율은 98.6%였다. 반면 자산 1분위 가구의 자산 규모는 1년 전보다 13만원(0.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가구 중 자산 규모가 1년 전보다 줄어든 곳은 1분위 가구가 유일하다. 1분위 가구의 부동산 보유 비율은 10.1%에 불과했다.

통계청은 자산 1분위 가구의 자산 규모가 줄어든 것은 젊은 층의 1인 가구가 많이 늘어난 것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젊은 층이 성인이 되면서 부모 집을 나와 독립하는 일이 많아진 요즘의 세태가 반영된 결과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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