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아직은 피벗(Pivot)을 기대할 때가 아니다.’

1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뒤 제롬 파월 의장은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취지의 메시지를 시장에 던졌다. 파월 의장의 브리핑 발언이 매파적이었다는 평을 듣게 된 결정적 이유도 이 부분에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간 시장은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과 함께 ‘피벗’(방향 전환, 기준금리 인하를 의미함) 시점이 언제일지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왔다.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은 그 같은 시장의 궁금증에 대한 답이라 할 수 있었다. 에두른 표현이었지만 그 취지는 ‘피벗’은 시기상조이니 당분간은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연준 통화정책 논의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이날 기준금리를 기존 3.75~4.00%에서 4.25~4.50%로 인상하기로 결정한 뒤 성명을 통해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서두에서 미국의 일자리 증가세가 견조하고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수요·공급 불균형, 식품·에너지 가격 상승과 광범위한 가격 압력 등을 인플레이션 지속의 이유로 지목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통화정책 회의 직후 진행된 브리핑에서 파월 의장이 기자들에게 한 발언은 성명 내용보다 더 매파적이었다. 파월 의장은 “물가상승률이 2% 목표치에 도달한다고 위원회가 확신하기 전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진정되기 전엔 피벗이 없을 것이란 점을 확인해준 것이다.

그는 위원회가 아직 충분히 제약적인 정책 스탠스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파월 의장이 종종 말하는 제약적(Restrictive) 금리 수준이란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수준의 금리를 의미한다.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은 아직 미국의 기준금리가 경기 침체를 야기할 만큼 위협적인 수준에 이르지는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분석된다.

파월 의장은 또 이제는 금리인상 속도가 아니라 금리를 어디까지 올릴지에 대해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한 시점에 이르렀음을 강조했다. 이어 “어느 시점에는 긴축 기조를 얼마 동안 유지할지가 가장 중요한 물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부터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더라도 언제일지 모를 순간까지, 미정의 수준까지는 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의 브리핑 발언이 있은 직후부터 뉴욕증시는 급격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이 파월 의장의 발언을 매파적으로 이해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이날 FOMC 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시장은 연준이 이달 FOMC 회의부터 속도조절을 실행할 것이란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런 맥락에서 연준이 이번엔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취할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았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그 배경은 상승폭 완화 흐름을 보여준 미국의 물가동향이었다. 특히 이번 FOMC 회의 시작 직전에 공개된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전달(7.7%)보다 더 낮아져 7.1%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1%였다. 연준이 더 신경을 쓰는 근원 CPI 상승률도 11월엔 전년 동기 대비 6.0%, 전월 대비 0.2%를 기록하며 전달치보다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CPI와 근원CPI 상승률 모두는 시장의 예상치를 밑돌았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7.9%) 이후 줄곧 8~9%대를 기록하다 지난 10월 들어 처음으로 7%대로 내려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감소하는 기미를 보이자 시장은 연준이 속도조절에 나서는 것은 물론 최종금리 수준을 5%선에서 고정시킬 것이란 기대를 키우게 됐다. 한 발 더 나아가 시장 일각에서는 연준이 기존의 목표금리(2%) 수준을 상향조정할 것이란 기대까지 등장했었다. 하지만 이날 파월 의장은 속도 조절은 하되 최종금리는 시장의 기대치 이상으로 올라갈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시장에 다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목표금리가 2%라는 점도 다시 한 번 명확히 각인시켰다.

시장을 긴장시킨 것은 또 있었다. 이날 연준이 3개월 만에 다시 공개한 새 점도표가 그것이었다. 이날 공개된 점도표는 연준 기준금리 중간값이 내년 말에 5.1%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사실상 최종금리 수준이 그 정도에 이를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점도표는 19명의 연준 위원 중 10명이 내년 말 기준금리로 5.00~5.25%를, 5명이 5.25~5.50%를 점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두 명은 4.75~5.00%를, 나머지 두 명은 5.50~5.75%를 내년 말 금리 전망치로 제시했다.

2014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로는 4.00~4.25%를 제시한 위원이 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런 그림대로 기준금리 경로가 형성된다면,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은 내년 전망치 중간값인 5.1%에 도달하게 된다. 지난 9월 점도표를 통해 확인된 내년말 기준금리 중간값(4.6%)보다 0.5%포인트나 더 올라간 수치다.

이 전망이 맞아떨어진다면 연준의 내년말 실제 기준금리는 5.00~5.25%까지 올라가게 된다. 지금의 기준금리(4.25~4.50%)를 고려하면 빅스텝과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한 번씩 더 취하거나 베이비스텝을 추가로 세 차례 밟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연준은 다음 달 말일과 2월 1일 이틀에 걸쳐 새해 첫 FOMC 정례회의를 진행한다.

한편 연준은 이날 미국경제의 내년 성장률이 0.5%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다. 새 전망치는 지난 9월 제시된 것에 비해 0.7%포인트나 낮아졌다. 이는 미국의 경기 둔화 조짐이 연준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심각해졌음을 말해준다. 연준이 함께 제시한 내년도 인플레이션율과 실업률의 새 전망치는 각각 3.1%. 4.6%였다. 지난 9월 전망치에 비하면 인플레율은 0.3%포인트, 실업률은 0.2%포인트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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